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연출 이일형)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4일 6부 전 회차 공개됐다.
대본을 읽자마자 '재미'를 느꼈다는 신민아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인물이 등장해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모르는 그런 긴장감과 진행의 방향들이 신선했다"며 "사실 포지션상 제 캐릭터의 이야기가 뒤에 나오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제안 주셨을 땐 제가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나 연기에 대해 원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민아가 연기한 주연은 외과의사로, 유년시절 성폭력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악연'에 등장하는 6인의 인물들 중 유일하게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신민아는 "주연이는 앞서 등장하는 인물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었고,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며 "원래 대본에선 주연이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았다.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를 잘 따라가라고 앞으로 끌어오신 것 같다. 사실 주연이가 갖고 있는 과거 트라우마가 너무 크다 보니 이야기의 스피드가 느려고, 자칫 제가 표현하는 것들이 너무 1차원적이라면 주연이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상처가 쉽게 표현될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악연 신민아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신민아가 생각한 주연의 결말과 완성된 작품의 결말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당초 신민아는 주연이 직접적인 복수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주어진 감정선 안에서 다른 인물들과 결국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결로 연기를 해볼까 싶었다"며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른 인물들과 결을 나누는 것이 결국 정확한 엔딩이 아닐까 싶었다. 저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주연이의 포지션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후반부에 들어서며 주연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된다. 주연은 가해자와 마주 선 채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한다. 복잡다단한 서사를 가지 인물인 만큼, 이를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꽤나 부담감이 컸을 터다.
신민아는 "부담감은 대본에서부터 있었다. 주연이는 실생활에서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간다. 심지어 주연이가 직접 복수를 하는 것 같은데 정작 해결은 남자친구인 정민(김남길)이가 한다. 주연이는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트라우마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그게 '악연' 속 주연이 가진 포지션이라 생각했고, '악연'을 마무리할 땐 그런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했다. 사실 복수는 너무나 장르적인 결말"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하며 '로코 여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신민아는 "사실 제가 로코를 많이 하진 않았다. 감사하게 수식어를 붙여주셨다. 하지만 저는 워낙 스릴러 장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작품 속 제 모습을 가끔 상상한다. 좋은 작품이 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악연'이었다. 그래서 사실 부담감이 있었다"며 "로맨틱이나, 코미디 장르 상관없이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악연 신민아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다만 일각에선 신민아의 분량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이에 대해 신민아는 "이 안에서 주연이가 한 이야기나 매력이 있으니까 아쉬움 보단 좋은 경험이 됐다"며 "흔히 생각하는 악역도 연기해보고 싶다. '악연'에 나오는 인물들 같은 악역들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사히 '악연' 완주를 마친 신민아는 "이렇게 이름 있는 많은 배우분들과 다 같이 작업하는 것이 무척 귀한 것 같다. 저한텐 좀처럼 없었던 기회였다. 다른 작품에서 잘하는 분들끼리 함께 하시는 모습을 보고 부러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홍보할 때 만나면서 뿌듯했다. 특히 요즘 장르 특성상 다 함께 연기하는 것이 추세지 않냐. 그런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힘 있는 배우분들이 모여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민아는 "주연이는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어떻게든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마음에 집중했던 것 같다"며 "'악연'은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있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 재미를 극대화했다. '악연'의 영어 제목이 '카르마(karma)'인 것처럼, 업보를 재밌게 푼 작품이다.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든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있다"고 인사했다.

악연 신민아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