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리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문소리)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이야기다.
아이유는 극 중 꿈 많은 문학소녀 애순과 애순의 장녀 금명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앞으로 나아가고, 이겨내며 온전히 자신의 계절을 피워내는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이런 작품이 나한테 오다니 정말 감사했다"는 아이유는 대본을 받자마자 빠져들었고, 출연을 단번에 결정했다고.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은 아이유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0개가 걱정되면 20개를 준비를 했어요. 감독, 선배, 동료분들에게 많이 의지를 했죠. 박해준, 문소리, 박보감 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너무 대단하지 않나요. '어떤 모습이 더 애순이 같아 보여요?'라고 많이 여쭤보고 기댔어요".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 사진=넷플릭스 제공
애순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햇볕과 가까운 성정에 녹아든 아이유다. 특히 10대 때 애순의 모습에서 "저와 정말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지기 싫어하는 마음, 어떤 부분에 있어선 낙관적으로 귀결되는 지점이 있다.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합리화할 수 있고, 잘 버티고 좋게 생각하자란 편이다. 다 해 먹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웃음). 지면 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 인간적적인 부분이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를 묻자 "'나 너무 좋아'로 귀결되지 않나 싶다. 애순이 인생에서 힘든 삶과 아픈 일을 겪으면서도 '나 너무 좋아'라고 말하면 시청자들도 '애순이가 좋다니까 됐다'라고 응원하게 되지 않나. 그런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응원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아이유는 애순, 금명을 오롯이 자신의 결로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때로는 어리숙한 청춘, 가난한 집 딸, 세 아이의 엄마, 모든 책임을 짊어진 장녀, 40대 사업가 등 두 사람의 일생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1위, 화제성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 임상춘 작가에게 "내가 밖에 못 돼서 죄송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아이유는 "11부까지 보고 나서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초장문의 글을 읽게 해서 죄송합니다고 시작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의 9할은 감사함, 1할은 죄송하다는 말이었다. 이 판에서 놀아본 게 너무 신이 나고, '지은이 크게 한 번 놀았다'다. 내가 나인 게 아쉬운 마음이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내가 나 밖에 못 되는 게 죄송하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만큼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스스로를 또 돌아보게 한 작품이 됐다.
아이유는 "독자이자 시청자로서 작품을 봤을 때, 성공한 삶, 잘 산 삶이 뭘까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저 또한 인간적으로 욕심이 많다. 그런 욕심을 다 이루는 삶이 최고로 성공한 삶일까 싶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느껴야 될 때 못 느끼고, 같이 어울려야 할 때 못 어울리고 그리고 사회적 성공만을 위해 살았을 때, '내 인생은 시집 한 권 같았어, 이게 내 보물이야'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잘 산 삶일까란 생각을 하게끔 만든 작품이었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 사진=넷플릭스 제공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커리어 하이를 달성 중인 아이유다. 그는 "지금까지 일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재밌는 일이 없었다. 게임 중독처럼 일을 하면서 생산적인 활동도 했다. 어떻게 보면 즐거운 일만 쫓은 것 일수도 있다. 운이 좋게도 많은 분들이 성실하다고 좋게 봐주셔서 해석이 좋게 된 것 일수도 있다"며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만이 내 인생 전부가 아니고, 나 스스로를 점검했다면 다른 연기, 음악이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너무 일만 하는 것이 진짜 좋은 것일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애순은 인생 모든 풍파를 겪어낸 뒤 평생의 소원, '폭싹 속았수다'란 시집을 펼쳐낸다. 아이유도 시집을 낸다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아이유는 잠시 고민하던 끝에 "연필을 다시 깎겠습니다란 제목이 생각이 난다. 저도 그간 치열하게 써 내려갔다고 생각한다. 20대 내내 쓰고반추하는 시간을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30대가 돼 날카로웠던 연필심이 뭉뚝해진 것 같다. 부드럽게 뭉뚝하게 써 내려갈 때 재미도 있지만, 뾰족한 연필심으로 쓰는 쾌감도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지금 시점에 나에게 전하는 다짐 같은 거다"라고 미소 지었다.
"지금 저는 계절로 보자면 가을 같은 느낌이에요. 오랫동안 품고 있던 '폭싹 속았수다'를 드디어 세상에 내놓고 많은 사랑을 받으며 수확하는 계절이요. 이제 재정비를 하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해야 할 시간이에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