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울산·경북·경남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오래 지속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피해 복구와 지원을 위해 유명인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는 기부금 액수를 비교하는가 하면, 기부하지 않은 연예인들을 공격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산불 기부한 연예인, 기업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기부에 참여한 연예인 및 기업의 명단과 기부 금액이 적혀 있다. 작성자는 "감사의 의미로 기부한 분들, 기업들 정리해 봤다"며 "제발 비방 댓글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기부 명단에 없는 특정 연예인을 거론하면서 '왜 안 내냐' 식의 비판을 이어갔다. 또한 액수를 가지고 비교하며 "돈 많이 벌면서 그것밖에 안 내냐" 같은 댓글을 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은 "기부 안 했다고 뭐라 하는 분들은 10만 원이라도 기부했나 모르겠다", "금액을 떠나 기부한다는 자체가 멋진 일", "왜 눈치 주고 돈 더 내라고 강요하냐"며 지적했다.
기부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선을 베풀거나 대의를 위해 재산 등을 내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금액이 얼마가 됐든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일이며 칭찬받아 마땅하다. 기부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유명인들은 기부를 했다는 사실만 알리고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부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다. 눈에 보이는 기부 리스트가 전부는 아니다. 뒤에서 몰래 선행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으며, 기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경우도 많다.
근본적으로 '기부 리스트'가 생겨난 것이 문제가 아닐까. 마음 씀씀이마저 수치로 줄을 세우고, 이를 중계하듯 지켜보고 있는 각박한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산불 피해를 겪은 이재민들,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소방 관계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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