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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좋은 작품의 힘 느껴…딸 시집갈 때 다시 볼 거예요" [인터뷰]
작성 : 2025년 04월 04일(금) 07:00 가+가-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문소리는 "제가 나온 작품을 잘 안 보는 편인데 '폭싹 속았수다'는 가끔 찾아보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살면서 딸 시집 가면 보고, 딸 유학 가면 또 보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폭싹 속았수다'와 애순은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문소리가 애순으로 열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연출 김원석)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문소리는 극 중 금명(아이유)의 엄마이자, 관식(박해준)의 아내 애순을 연기했다. 그는 당차고 사랑스러운 문학소녀의 모습, 삶의 풍파를 겪으며 상처 입은 내면, 때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생활력 강한 면모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문소리는 처음 대본을 받자마자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30대 이후의 애순이는 평범한 엄마다. 봄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관없이 지금은 자식을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하고 집에서 살림도 하고 밖에 나가서 좌판 일도 하고 자식 때문에 동동거리는 그런 평범한 엄마다. 어떤 사건의 중심에 있지도 않다"며 "보통 대본을 보면 내 캐릭터가 어떤 인물이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그냥 읽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대본이 감동적이었고 작가님,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컸고 그래서 의심 없이, 지체 없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 사진=넷플릭스


엄마 문소리로서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는지 묻자 "어떤 분은 '딸한테 쩔쩔매고 그렇게 하는 모습이 낯설다'고, 문소리 씨가 그동안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애순 캐릭터가 새롭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저를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들은 제가 딸한테 하는 평소 모습이 나온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가 섞였을 것 같은데 '엄마는 어땠었나'란 생각도 했던 것 같고 또 무의식 중에 제가 딸을 먹이고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로는 "제 마지막 대사,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가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 봄이 와서 그런가 나도 나이 들어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고,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명장면으로는 "박해준 씨와 누워서 도란도란하는 신이 기억에 남는다"며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저는 한 세 테이크 가면 네 번째 테이크부터 눈물이 잘 안 난다. 한 세 번까지는 막 울고 그래서 리허설 때 안 울려고 노력한다. 리허설 때 한 번 울면 두 번밖에 기회가 없는 것이지 않나. 이게 저한테 약간 징크스처럼 있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컷'해도 얼굴을 가리고 이불이 젖도록 울었던 신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또한 애순의 할머니 김춘옥(나문희)과의 장면을 떠올리며 "나문희 선생님이 아무도 못 알아보시다가 '한규 딸 왔다'고 저를 딱 알아보시는데 리허설에서도 눈물이 나서 어떡하지 싶었다. 리허설 때도 눈물이 쏟아졌다. 이후 선생님이 '왜 문소리 문소리 하는지 알겠네' 하시는데 정말 금메달 딴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 사진=넷플릭스


문소리는 아이유의 뒤를 이어 중년의 애순을 연기하게 된 부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인물을 두 사람이 나눠서 하면 누가 했더라도 내 뒤에 이어서 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제가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으니까 부담스럽긴 했다"며 "제가 워낙 아이유 씨를 좋아한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아이유 씨는 팬덤도 크니까 전환됐을 때 혹시 실망하시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도 조금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상춘 작가가 잘 이어지도록 탄탄하게 그려준 덕분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극 중 애순이 금명의 상견례에서 '너무 귀해서 집안일은 안 가르쳤다'고 한 것에 대해 "저도 애순이네처럼 밑에 남동생이 있다. 제 남동생이 저보다 먼저 결혼해서 저와 멀지 않은 시기에 상견례를 했다. 남동생 상견례 자리에 저도 갔는데 남동생 결혼할 때 엄마의 태도와 제가 결혼할 때의 태도가 명확하게 비교가 되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 작품 찍으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저는 엄마를 속 썩인 적이 없었고 남동생은 종종 사고를 쳤는데 상견례 자리에서만 보면 '쟤가 언제 저렇게 엄마의 프라이드였나?' 싶었고 저는 부족한 딸이었나 싶더라. 딸 가진 부모가 아직 한국에서는 저렇구나 싶다. 애순이가 '안 가르쳤다'고 말하는 것도 혹시나 결혼에 영향이 있을까봐 당당하게 말도 못 하고 염소처럼 떨면서 겨우 그 한마디를 한 거다"라고 말했다.

극 중 금명은 결혼과 일 양립 문제를 두고 영범(이준영)의 가족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문소리는 "저희 엄마가 애순이와 비슷한 나이다. 엄마 친구분들 중 많은 분들이 딸한테 '너는 나처럼 집안일 하면서 살지 말고 네 일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더라. 결혼하더라도 자기 일을 가졌으면 좋겠고, 저희 엄마도 그렇게 키우셨다. '열심히 공부해서 똑같이 대학 나왔는데 결혼한다고 끝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고 밝혔다.

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 사진=넷플릭스


문소리는 "저희 딸이 14살이다"라며, 딸의 반응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신기해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을 봤는데 제가 조나단이랑 만난 것도 그렇게 신기하다더라. 우리 집에 강동원이 오고 송혜교 언니가 인형을 사다 줘도 아기라서 몰랐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유랑 드라마도 찍고 본인이 좋아하는 보이넥스트도어 오빠들이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자기 엄마한테 전화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며 웃었다.

남편 장준환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문소리는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영화 '1987' 만들고 나서 눈물을 보여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남편의 눈물을 보고 참 그랬다. 작가님이 대단하신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남편이 해외 반응이 신기한가 보다. 저한테 해외 반응을 보여주더라"라고 밝혔다.

'폭싹 속았수다'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것에 대해 "장르물이 아니라 휴먼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전례가 없는데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제가 촬영할 때 대본 내용이 유출이 안 돼서 사람들이 ''폭싹 속았수다'가 무슨 얘기야?' 물어보면 '두 사람이 있는데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야' 이렇게밖에 설명을 못하겠더라. 그러니까 사람들이 '비밀 유지 때문에 이야기 안 해주는 거냐'고 오해했다. 아무리 지역이 한국이고 제주도고 시대가 언제이고를 떠나서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정년이'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까지 엄마 역할을 맡은 문소리는 좋은 작품의 힘을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작품을 하는 커다란 이유가 자리하고 있으니까 내 캐릭터가 엄마인 건 100번째 뒤로 밀려나 있어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정년이'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힘이 컸다. 이 작품도 캐릭터, 직업 전혀 상관없었다. 작품 안에서 내가 꼭 전문직이어야 하고 아무리 잘 나가봐야 뭐하나 싶다. 그것보다 저는 좋은 작품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충만감과 성취감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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