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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이병헌 "연기 누워서 떡먹기? 어쩔 수 없다 싶은 순간 있어" [인터뷰]
작성 : 2025년 03월 27일(목) 19:00 가+가-

승부 이병헌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이번에도 캐릭터를 삼켰다. 눈썹 방향도 바꾸고, 인물 내면에 그대로 녹아든 이병헌은 '승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제작 영화사월광)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1990년대 초 실존 인물인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는 주연 유아인의 마약 물의라는 악재를 견디고, 4년 만에 OTT가 아닌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병헌은 "워낙 극장 팬이라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일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이 났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뛸 듯히 기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집중해서 2시간 동안 큰 스크린으로 디테일한 감정, 사운드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만든 사람으로서 뿌듯하다"며 논란을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이병헌은 바둑 리빙 레전드 조훈현 9단 역을 맡았다. 아끼던 제자에게 패한 바둑 레전드로서 느끼는 절망감과 딜레마 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개봉 전부터 조훈현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이병헌은 "당시 대부분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이 비슷하기도 했지만 유독 헤어스타일이 독특하시지 않았나. 그런 특징적인 스타일에서는 어렵지 않았지만 눈썹 방향이 날카로우시다. 그래서 실제 저의 눈썹보다 위로 향하게 그렸다. 인상도 조훈현인가, 이병헌인가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최대한 분장에서 신경을 썼다. 의상도 사모님이 늘 챙겨주셨다더라. 그만큼 의상들이 굉장히 다채롭다. 바둑계 패션니스트란 말이 돌기도 했다더라. 외향적인 부분의 흉내는 배우에겐 큰 고민거리가 아니다. 저는 그 분의 생각과 대국을 앞둔 심리 상태, 마음가짐, 패배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라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간 여러 실존 인물을 연기한 이병헌이지만, 여전히 고민은 존재한다고. 그는 "드라마 '올인'에서 차민수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분도 살아계신 분이었고,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차민수와 조훈현 국수는 어릴 때부터 절친이다.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은 겜블러, 한 명은 바둑의 제왕. 두 분의 인생을 텀을 두고 연기하게 된다는 게 나도 참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무래도 두 분 다 살아 계시는 상황에서 제가 연기를 해야 했기에 저뿐만 아니라 작가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왜곡이 되거나 거짓으로 만들면 얼마나 많은 지탄을 받게 될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도 픽션이라면 연기할 때는 자유롭지만, 이런 케이스에선 자유로움은 배제되고 최대한 비슷하게 연기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승부 이병헌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조훈현 국수는 실제 시사회에 참석해 '승부'를 봤다고 한다. 이병헌은 "그날 오실 줄 몰랐다. 그래서 더 영광스러웠다. 저 또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마음이었다"며 "'너무 영화를 재밌게 만들었다. 바둑처럼 정적인 이야기에서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 것인지 걱정하고 궁금했는데 심리, 감정들이 잘 표현돼 놀라웠다'는 말씀을 하셨다. '예고편을 봤는데 난 줄 알았어'라고 하기도 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고 웃었다.

특히 아들과 오목을 두며 바둑을 연습했다는 이병헌이다. 그는 "바둑돌을 놓는 연습, 돌들 사이에 돌을 놓고, 끝난 뒤 돌을 없애는 등의 레슨을 받았다. 아들을 앞에 놓고 바둑을 가르칠 입장이 안 되니 오목을 두며 연습했다"며 "지금도 사실 바둑은 잘 모른다. 실력이 이정도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고 솔직히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아들 스케줄이 안되면 아내 이민정이 대신 상대를 해줬다. 장인 어른이랑도 뒀다. 영화를 보시기도 했는데 '너무 잘 봤다'더라. 워낙 바둑의 팬이시다. 영화를 보니까 장소뿐 아니라 미술에도 신경 쓰고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승부 이병헌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조훈현 9단이 바둑 레전드, 천재 국수인 것처럼 이병헌도 '연기국수'나 다름없는 셈이다. 후배들이 롤모델로 꼽으며 존경받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남모를 역경을 헤쳤고, 수많은 자극을 받았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병헌은 "밖에서 봤을 때는 안 느껴질 테지만, 내면에선 '너무 힘들다' 같이 그런 순간들이 계속 있지 않나. '승부' 안에서, 실제 조국수 삶의 폭은 굉장히 크지만, 다 비슷하게 조금씩 느끼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또한 긴 시간 살면서 얼마나 많이 느꼈겠나. 힘들었다가 차근차근 하나하나 노력하면서 올라가고 하는 것들은 누구나가 그럴 것"이라고 담담히 얘기했다.

또한 "연기하면서도 2~3번은 '어쩔 수가 없다'는 순간이 꼭 온다. 그런 지점은 어떤 작품이든 다 있다. 어렸을 때는 고민의 연속이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연기를 할 때는 다들 '(연기가) 누워서 떡 먹기겠다'라고 한다. 하지만 고민의 깊이, 고민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고민 안했을 부분을 고민하는 거다. 그런 순간들이 늘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모두가 같이 성장해야 내 성장도 뒤따라와요. 나만 칭찬받으면 멈춘다는 생각이에요. 다 같이 커져야 또 앞으로 튀어가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K팝, K콘텐츠가 생길 수 있던 것 같아요. 요즘에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 싶은 후배들이 너무 많아요. 나라면 못하겠다 싶은 것도 상상해보는데, 그걸 해내는 후배 동료가 있더라구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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