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문소리)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이야기다. 지난달 7일 첫 공개돼 각 계절씩 1~4막으로 구성됐다.
앞서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7일 1막 공개와 동시에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어 4막이 공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1위를 지켰다. 공개 3주차에는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하는 등 1막 공개 이후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상위권에 자리했다.
무엇보다 4막 공개 후 6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칠레, 모로코,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총 3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폭싹 속았수다 이수미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감에 대해 이수미는 "좋은 내용의 작품들이 많은 분들한테 사랑받으니까 너무 감사하고, 정말 보람 있는 것 같다"며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훌쩍 넘어있어서 저조차도 추억 여행을 하고 있는 시간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좋다고 해주시니까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이수미는 애순의 엄마 전광례(염혜란)의 잠녀(해녀) 동료 양임 이모 역을 맡았다. 광례가 세상을 떠난 후 충수(차미경), 경자(백지원) 이모와 함께 애순의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대본을 읽자마자 '폭싹' 빠져버렸다는 이수미는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모든 페이지를 16부까지 넘기게 된 대본이었다. 이 작품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이런 작가분들이 작업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더 좋은 내용이 시청자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란 소망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맛이 있고, 한지에 스며들듯 마음에 스며들어 인생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가님은 어떤 분이길래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으신지 궁금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베일에 싸인 임상춘 작가와 첫 호흡을 맞춘 이수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작가님의 마음이 제가 뱉는 대사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사를 어떻게 살려낼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제주 방언을 써야 했기 때문에 4개월 정도 제주어를 배웠다. 현장에서도 선생님이 함께 계셨다"며 "근데 감독님 자체가 청각이 발달돼 있으시더라. 음 하나가 이상하면 바로 얘기하셨다. 제주어를 영어 하듯이 쏟아붓지 못하고 들리게 하면서, 억양만 제주어로 해야 하니까 배우로서는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폭싹 속았수다 이수미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잠녀 3인방에게 김원석 감독이 주문한 것은 다름 아닌 '모래주머니'였다. 이수미는 "처음 감독님이 '제주어를 하시는 분들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연기하시는 거니까 잘 부탁드린다'고 하셨다. 남들은 모르지만, 저희에겐 모래주머니가 있었다"며 "잘 들리게 하면서, 어미만 제주말로 해야 했다. 억양을 완전히 제주 토박이처럼 하려고 하니까 처음엔 말투 자체가 달랐다. 음 자체를 외워야 했다. 대본에 화살표와 점을 찍으면서 거의 악보처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뜻밖의 고충은 따로 있었다. 잠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몸을 녹이던 쉼터 불턱 장면들이었다. 불턱이 언급되자 이수미는 "현무암이 너무 뾰족했다. 인체를 연구해서 인간에게 편안한 각도의 의자를 만들지 않냐. 근데 돌 위에 앉으니까 엉덩이를 내내 찔러서 나만 아는 고통이 있었다. 오래 촬영을 하면 못 일어난 적도 있었다"며 "다른 분들은 평평한데 앉는 것 같은데 왜 꼭 내가 앉는 곳만…실제로 제 다리 힘으로 버틴 적도 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이수미는 "제주 바람이 세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왼쪽 뺨, 오른쪽 뺨 쉬지 않고 맞았다. 엄청났다. 게다가 하루 종일 촬영을 하니까 하루 종일 맞았다"며 "몸에 분장을 했는데 물도 맞고, 장시간 촬영을 하니까 손만 닿아도 지워지더라. 결국 다시 분장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고생한 만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니까 보람도 느껴졌다. '고생=보람' 아니겠냐"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애순과 관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은 잠녀 3인방이다. 아역 배우 김태연이 연기한 어린 애순부터 소녀가 된 아이유의 애순, 그리고 중년에 접어든 문소리의 애순까지, 울고 웃는 모든 애순의 시간에는 잠녀 이모들이 있었다.
애순과의 관계에 대해 이수미는 "처음엔 엄마가 있으니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있던 마음이었다. 계속 도와주고 싶어도 기다려주는 마음이었고,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엔 보초 서듯이 모든 신경이 애순이에게 가 있었다. 애순이의 모든 인생의 시간이 제 안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이 친구랑 함께 하고, 곁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나이를 먹고, 단단해져 가는 애순이가 대견하면서도 어쩔 땐 제가 애순이 때문에 살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내가 애순이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애순이 때문에 살았고, 애순이가 나를 지켜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전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과 광례의 모녀 서사로 시작해 애순과 관식의 사랑, 그리고 나아가 이들 부부와 금명(아이유), 은명(강유석)의 가족 이야기로 퍼져 나간다. 단순히 관계에서 오는 '사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굴레 속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사계절에 걸쳐 풀어냈다.

폭싹 속았수다 이수미 인터뷰 /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이수미 역시 '폭싹 속았수다'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삶과 죽음'을 꼽았다. 이수미는 "이 작품을 꿰고 있는 하나의 라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 양푼 비빔밥에 숟가락 세 개가 꽂혀있는데, 알고 보니 이모 한 분이 돌아가신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숟가락을 빼놓고 둘이 먹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이 놀라웠다"며 "작품 속에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고, 태어나는 생명도 많다. 근데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숟가락 하나 놓이면 살아있고, 숟가락 하나 치우면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간단하고 명료한 일이라는 것을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쓰셨는지 신기했다"고 감탄했다.
이에 대해 이수미는 "장례식 장면이 계속 나온다거나, 죽고 나서 회상하는 장면들로만 죽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일상에서도 애도하는 사람에게만 남아있을 뿐, 표면적으로는 죽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냐. 그런 삶과 죽음을 그렇게 그릴 수 있는 작가님의 용기와 심성의 폭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함도 있고, 살면서 인생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면서 가는 모습도 있고, 언젠가 저 사람들도 저렇게 살지만 또 가겠구나 싶은 여운까지 남아있는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이야기가 가진 힘과 더불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 역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더하게 했다. 이수미는 "두 애순과 관식이를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도와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가 없다. 이렇게 꿋꿋하게 살고, 열심히 살고, 의젓하게 사는데"라며 "애순이가 젊었을 때 이모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줘서 덕분에 저도 저절로 이모가 됐다고 해야 하나. 무쇠 같은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다. 그런 따뜻함 때문에 저는 저절로 양임 이모가 된 것 같다"고 아이유와 박보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중년의 애순이는 정말 단단하고 당찼다. 횟집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중년 애순이가 제 조끼 단추를 채워주는 장면이 있다. 제가 애순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애순이한테 제가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제가 아기가 된 느낌"이라며 "중년의 관식이는 잔소리 한 번 안 하게 만들더라. 어련히 알아서 잘하니까. 정말 듬직하다. 로망이다. 관식이의 침묵이 우리로 하여금 뭔가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폭싹 속았수다 이수미 인터뷰 /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지난 1997년 '조수미와 함께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봄'으로 공연계에 데뷔한 이수미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 '텍사스 고모' '손님들' 등 다수의 무대에 올랐다. 이어 2019년 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을 시작으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등에 출연하며 매체로 발판을 넓혔다.
무사히 '폭싹 속았수다'를 완주한 이수미는 "연극 무대에만 쭉 서다가 매체 연기를 한지 얼마 안 됐다. 제가 성격이 좀 느리고 내성적이다 보니까 그 기간 동안 적응하는 시간이 힘들기도 했다"며 "그게 새로 이사를 온 느낌이었다. 근데 이삿짐을 아직 못 내려놨었다. 근데 '폭싹 속았수다'를 하면서 이제야 문지방에 이삿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다. 앞으로 이삿짐을 풀고, 살림살이를 제자리에 놓으면서 '내 집이다'라고 느낄 때까지 배우 생활을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이수미는 "지금이 마침 봄이다. 꽃들이 막 피어있다. 목련도 피고, 개나리도 피고, 벚꽃도 피는 반면에, 계절마다 그 자리에 있는 꽃들도 있다. 거기 있는 꽃들 중 하나가 바로 저 양임"이라며 "피는 꽃이 애순이와 관식이라면, 저는 곁에 있어주는 꽃이다. 그 자리에 매번 돋아나있다. 그런 것들이 한 작품에 어우러져서, 함께 살고 있는 이야기다. 시청자분들이 많은 위로를 받으시고, 공감해 주시면, 힘내서 함께 살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