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하정우만의 위트가 빛났다. 말맛만큼은 '천만'이 아쉽지 않은 '로비'다.
25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로비'(연출 하정우·제작 워크하우스 컴퍼니)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돼 배우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이 참석했다.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배우 하정우는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응급 수술을 진행, 당일 불참했다.
특히 '로비'는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연출작이다. 불참한 하정우를 대신해 김의성은 "하 감독의 특별한 디렉션은 없었다.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을 많이 할 때마다 이 역할과 너무 잘 맞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아무 걱정없이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며 "결과물은 모르겠지만 저 자신으로서 잘 머무르려고 애썼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강말금 역시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공식적으로 전체 리딩을 다섯 번째부터 했다. 부분 리딩 빼고 전체 리딩만 열 번했다. 그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현장에선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오히려 더 편하게 해주시는 쪽이었다. 저에게 '격'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집에서 혼자 연습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동휘는 "굉장히 열려있는 느낌이었다. 제가 공부해서 가지고 온 대사도 흔쾌히 수락해줄 때도 많았다. 같이 고민했다. 무엇이 더 재밌을지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며 "영화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목적 의식이 뚜렷하고, 영화에 대한 간절함, 애정이 느껴졌다.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하정우와) 더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 전에도 팬이었지만 같이 작업한 입장에서 '로비'가 잘 되고, '롤러코스터' 같은 DNA를 가진 영화가 나온다면 또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김의성은 "하정우가 연기하다 '컷'하는 건 이상하더라. 심각한 장면에서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컷'을 수줍게 한다. 그게 재밌었다"며 "감독보단 크리에이터다. 선이 굵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어떤 톤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하정우야 더 할 말이 없다. 너무 좋은 연기를 한다"고 극찬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창욱이 찾아가는 인물은 최실장(김의성)이다.
최실장 역을 연기한 김의성은 또 한번 '개저씨'로 돌아왔다. 김의성은 "최실장 역할은 공적인 영역에서 가능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하고, 경험도 풍부한 인물이다. 단 하나의 약점이라면 여자 프로 골퍼에 대한 팬심이 지나치다는 점이다. 그것이 장점을 가릴 정도"라며 "연기할 때 가능한, 최대한 젠틀하고 친절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결과물이 너무 이상해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전작의 비호감들을 뛰어넘을만한 이런 비호감 인물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제 일상생활에서도 저는 젠틀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따위로 보이지 않을까 위기감과 경계심이 들었다"고 농담헀다.
최실장이 팬심을 드러내는 진세빈 프로는 강해림이 연기했다. 강해림은 "저는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보통의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존재하려고 노력했다"며 "저는 프로 골퍼 역할이라서 하정우 감독님이 최대한 골프를 치는 폼이 프로 선수 같길 바라셨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5개월 동안 하루에 5시간 이상씩 폼을 연습했다. 그래도 부족함을 느꼈다. 최대한 비슷하게 나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병은은 "어떤 작품을 캐스팅이 돼 있고, 보통 리딩을 한 번 정도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모든 것이 세팅된 데서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로비'는 전체 10번, 소규모로 했을 땐 30번 가까이 리딩을 했다. 촬영 전에 계속 만나서 각자의 캐릭터에 대해 하정우 감독과 이야기하고, 의상을 피팅하고, 촬영 감독과 톤에 대해서도 맞춰봤다"며 "제가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 간 작품이라는 애정이 있다. 개인적으로 흥행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흥행은 제 바람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좋은 느낌으로 열심히 홍보하겠다. 극장에서 많은 분들이 '로비'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정우 감독을 대신해 '열' 홍보에 나선 김의성은 "조심스럽게 천만 예상한다"면서도 "농담이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김의성은 "흥행을 쉽사리 이야기할 순 없다. 조심스럽다. 저희가 영화에 가진 애정은 엄청나지만, 흥행은 관객들의 몫이다. 관객분들이 이상하고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있다"며 "저도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이상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강해림과 하정우가 마지막 걸어가기 직전까지 마음이 확 움직이게 되더라.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깊숙이 와 닿았다. 관객 여러분들도 실없이 웃고 즐기시다가 이 재밌는 말맛들을 즐기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강말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즐기시다가, 따뜻함을 가지고 기분 좋게 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선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팝콘 들고, 간식을 들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인사했다.
'로비'는 4월 2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