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가수 심수봉이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서 앞서 무대에 올랐던 가수 김다현의 공연을 두고 공개적으로 혹평을 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라며 노래라는 것을 그렇게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관객을 위로해 주는 음악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 비난을 쏟아낸 까닭이다.
물론 48년 경력을 가진 대선배이자 트로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인 인물이 까마득한 후배에게 필요하다 싶은 조언은 건넬 수 있다. 내용 자체도 다소 정상 범주를 넘어서긴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방식이 건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석에서 들었어도 날카롭기 그지없을 말을 공개적인 무대에서, 고작 17세에 불과한 어린 후배 가수에게 내뱉었다. 사실상 경력이나 전문성을 거론하기에도 뭐한, 그저 위계를 내세운 폭력에 가까운 언어였달까.
직후 김다현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행히 비판 여론이 들끓자, 심수봉은 바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고 특정인을 망신 주기 위해 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며, 어른으로서 후배 가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점은 분명 잘못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다현 또한 심수봉이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와 위로를 건넸다고 하니, 현재 사건은 일단락되는 중이다.

사진=김다현 공식SNS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중요한 과제는 심수봉이 다른 곳도 아닌, 대중의 이목이 쏠린 무대 위에서 “상식을 벗어난 말”을 할 수 있었던 심적 근거에 관해서다. 그녀가 게재한 사과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평소 가요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심수봉은 그녀의 말마따나, 그동안 노래도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젊은 친구가 관객을 위로한답시고 무대에 서는 오늘의 행태에 눈살을 찌푸려왔을지도 모른다는 것.
충분히 이런 생각을 할 순 있다.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선배가 후배를 보며,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보며 관습적으로 가지곤 하는 시선의 일환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말마따나, 노래도 삶도 조금이나마 더 알고 있는 앞선 사람이고 선배라면, 상대에게 상처와 수치를 주는 방식은 절대로 선택하지 못할 테다.
심수봉은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그녀가 훈수를 두려 했던, 가수로서의 품격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단순히 나이나 경력이 많다고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 아는 건 아님을 증명하는 바로, 전설이란 칭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어쩌면 관객을 위로하는 품격 있는 무대란, 노래도 삶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며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가수의 겸허한, 그래서 전설이 되고야 마는, 마음에서 탄생하는 게 아닐까.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