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이른바 '먹방' 콘텐츠를 둘러싼 플랫폼의 정책 적용이 이어지면서 관련 크리에이터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튜브가 폭식과 섭식장애 관련 콘텐츠에 대한 정책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먹방·다이어트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창출이 중단되거나 과거 영상이 정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2023년부터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섭식장애 관련 기준을 명시해 왔다.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이나 이를 모방할 수 있는 신호가 포함된 콘텐츠의 경우 광고 수익이 제한되거나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핵심 중 하나는 폭식이나 극단적인 체중 감량 등 시청자에게 유발 요인이나 모방 신호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콘텐츠에 포함됐는지 여부다.
유튜브가 제시한 사례에는 최저 BMI 또는 체중, 지나치게 마르거나 수척한 신체 공개, 음식을 숨기거나 대량으로 모아두는 행위 또는 폭식 언급, 칼로리 부족에 이르게 하는 운동, 구토나 설사약 남용, 체중 감량 상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위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많이 먹는 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먹방 전체가 일률적으로 규제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공식 정책 역시 일반적인 음식 콘텐츠를 전면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며, 교육·다큐멘터리 등 콘텐츠의 맥락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유튜브 tzuyang쯔양
◆ 살빼조·미소도 영향…수익 창출 중단→과거 영상 정리까지
문제는 실제 적용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어디까지를 위험 콘텐츠로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먹방·다이어트 콘텐츠를 제작해온 일부 유튜버들은 수익 창출 중단이나 영상 삭제 등의 조치를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먹방·다이어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 살빼조는 최근 채널 게시판을 통해 수익 창출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살빼조는 "최근 유튜브 측에서 폭식, 섭식장애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지면서 관련 영상을 올린 채널들에 강한 규제를 넣고 있더라"라며 "어떤 영상에서 제재를 받을지 몰라 영상 업로드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온 유튜버 미소 역시 가이드라인 위반 통보 이후 과거 영상을 대거 정리했다. 미소는 최근 공개한 영상을 통해 4년 동안 게시한 667개의 영상 가운데 339개를 직접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쯔양의 최근 발언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다. 쯔양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인천 신포시장 먹방 영상에서 메뉴를 고르던 중 "적당히 시키자"고 말한 뒤, "요즘은 많이 먹는 게 대세가 아니란다"며 "앞으로 적당히 먹는 유튜버가 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발언이 유튜브의 섭식장애 관련 정책을 의식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유튜브 할명수
◆ 방송·웹예능 제작진도 촉각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송·웹예능 제작진 역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박명수가 진행하는 웹예능 '할명수'에는 앞서 대표적인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이 출연해 먹방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할명수' 측은 현재까지 유튜브의 관련 제재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할명수' 측은 스포츠투데이와 통화에서 "관련 제재를 받은 사실은 없다"며 "메일이나 공식 채널을 통해 삭제를 하라든지 수익 중단 등의 조치가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게시된 영상을 내리거나 비공개로 전환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경우에는 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할명수' 측은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거에 맞춰서 향후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며 "당장의 채널 정체성이나 방향이 바뀐다는 계획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할명수'는 먹방과 음식 리뷰가 콘텐츠의 일부이지만, 채널 전체가 먹방만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할명수' 측은 "단순히 먹방을 못하게 하고 이런 것은 아닐 거라고 판단한다"며 "규제 안에서 지키는 선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쯔양이 출연했던 콘텐츠라는 이유만으로 현재 별도의 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앞으로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직접적인 제재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플랫폼의 정책 적용 범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맛있는 녀석들
◆ '맛있는 녀석들'은 양보다 '맛있게 먹는 법'에 초점
전통적인 방송 먹방 역시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을 주시하고 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송상훈PD는 이번 유튜브 정책 변화에 대해 "플랫폼마다 콘텐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부분은 저희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프로그램의 핵심은 처음부터 '많이 먹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송 PD는 "처음부터 단순히 많은 양을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둬왔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환경을 잘 살피면서 '맛있는 녀석들'이 가진 본래의 재미는 변함없이 지켜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먹방 콘텐츠가 향후 양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음식 자체의 매력과 출연자 간의 관계, 먹는 방식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송 PD는 "시청자들에게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하며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진들의 티키타카와 리액션 속에서 '먹팁'과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먹는 양보다는 음식 자체의 매력과 출연진들의 케미, 맛있게 먹는 방법 등 '맛있는 녀석들'만의 재미를 앞으로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하는 콘텐츠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송 PD는 "건강하게 먹는 것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던 '오늘부터, 운동뚱'도 10월부터 다시 만나볼 수 있다"며 "먹는 즐거움과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함께 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 '먹방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규제 자체보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다.
특히 기존 영상까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한 번 만들어 공개한 영상이라도 현재 적용되는 정책에 따라 수익 창출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먹방 업계의 과제는 '많이 먹는 장면'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음식의 양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연출을 사용하는 대신 음식의 맛과 문화, 출연자의 이야기, 건강한 식습관 등 콘텐츠의 맥락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먹방은 이미 유튜브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플랫폼의 정책 적용이 이어지면서 '많이 먹는 사람을 보는 콘텐츠'라는 기존의 먹방 문법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의 강화된 기준이 어디까지 적용될지, 그리고 먹방 크리에이터와 방송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콘텐츠에 반영할지는 앞으로 업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