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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판사' 최동구 "가슴 쿵쿵 뛰게 하는 일, 하고 있죠" [인터뷰]
작성 : 2024년 11월 13일(수) 10:51

최동구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지판사' 최동구의 말 한마디, 말 한마디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연기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그다. 묵묵히 앞만 바라보며 달리는 중인 최동구의 다음 스탭이 궁금해진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 드라마다.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최동구는 전작 '재벌X형사'에 이어 연타 흥행에 성공하기도 한 바,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 못 드리겠다.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저뿐만 아니라, 모두 감사하게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너를 소모적으로 쓰고 싶지 않다. 너의 얼굴, 마스크로 서사 있는 역할을 보고 싶다". '지옥에서 온 판사' 감독이 최동구에게 한 말이란다. 그는 "저에게 믿음을 주시고 약속을 지켜주셔서 너무 감동이었다.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지옥에서 온 판사'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잔혹동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최동구는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잔혹동화 같다는 느낌이 들어 신선하다로 접근했다. 보다 보니까 요즘 사회 문제들이랑 겹치는 게 많더라. SBS가 사이다 드라마를 많이 하지 않나. 통쾌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가 맡은 최선호란 인물은 마약 전과자임과 동시에 강빛나를 죽인 살해범, 그리고 어릴 적 엄마를 잃은 아픔을 지닌 캐릭터였다.

이미 다수 작품 속에서 실감 나는 마약 연기로 이름난 최동구다. 그는 이번 캐릭터 역시 마약 중독자였지만 타입적, 클리셰 연기를 피하고, 본질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흔하디 흔한 중독자로 보일까 봐 다른 표현을 많이 표현해보려고 했다. 마약 중독자이니까 찌든 것을 표현하기보다는 정선호라는 캐릭터가 갖고 잇는 서사에 집중했다. 서사가 이렇게 때문에 마약을 했구나로 접근했다. 본질에 조금 더 접근하려고 했다.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살이 많이 빠졌다. 극한에 치닫는 설정으로 가다 보니까 외형적으로 살이 5~7KG 정도 빠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특히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최동구는 "역할을 떠나서 공허함이 세게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오랜만인 것 같다. 선호는 심오한 친구다. 극 중 유일하게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피해자, 살해당한 유족, 공범, 가해자, 살인자의 가족이라 표현하기 어려웠다. 심오한 친구, 복잡한 친구구나를 굉장히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특히 최동구는 매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하나의 동물로 이미지화한다. 이번엔 어떤 동물로 콘셉트를 잡았냐고 묻자 "충성심 강한 개로 정했다. 야수성이 있을 수 있는데, 개들은 원래 사람을 좋아하지 않나. 선호를 처음 봤을 때 거칠고 강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연약하고 여린 친구더라. 개와 비슷한 면이 있어 좋은 의미로 잡아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범죄도시3' '황야' 등을 통해 수준급 액션을 인정받기도 한 최동구는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도 악마들과 액션을 펼쳤다. 그는 "많은 액션팀을 거의 다 알고 있다. 이번에도 친한 무술 감독님을 만나 '척하면 척'이었다. 전 감독님 말씀을 잘 듣는 스타일이라 하라는 대로 했다. 너무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다만, 주로 '빌런캐'를 맡아왔기에 악역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최동구의 답은 "연기로 가치를 증명해 내면 된다"다.

최동구는 "지금은 어떤 역할이든 너무 감사하게 하고 있는 상태다. 악역으로 굳혀지더라도 배우는 연기로 가치를 증명해 내는 직업 아닌가, 굳혀졌더라도 이후 스펙트럼을 넓히며 극복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동구는 최근 극단 나인을 창설하고 연극 무대에 올랐다. 만 5년 만이다. "연극으로 시작했기에, 무대는 1년에 꼭 한 번은 서야지 약속을 했었다. 쉽지 않더라. 이번에는 마음에 맞는 후배 동료로 꾸려서 해보자 했다. 글도 제가 습작을 했다. 청춘이 이 현시대를 극복하고 살아가야 할지, 막연한 꿈에 돌진할지, 경계에서 싸울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 삶과 맞닿아있다. 될 때까지 낭만 있게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공연을 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연출도 했어요. 대학원 다녔을 때 공연을 하면서 조금 했는데, 정식적으로 극단을 내고 연출을 내고 하는 건 처음이에요. 용접도 할 수 있고, 무대 제작, 철거 등 현장일도 해요. 그만큼 가슴 쿵쿵 뛰는 일을 하는 거예요".

종합 예술인을 지향하는 최동구다. "첫 번째 정체성은 배우, 그것을 넘어서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감독도 해보고 싶고, 연출도 해보고 싶다. 예술가의 시작은 인간의 마음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아무래도 선택받는 직업이다 보니까 주어진 대사를 표현하고, 정해져있 틀 안에서 표현해 내야 하지 않나. 연출, 그림은 내가 주체가 돼 내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미비하지만 배우를 하면서 그래프를 넓혀나가고 싶다.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올 한 해 열심히 달려온 최동구. 그는 "너무 감사하지 않나. 요즘 생태계가 힘든데, 지금 내가 현장에서 이분들과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끔 낯설게 바라보려고 한다"며 "차기작은 이야기하는 것은 있는데 확정된 것은 없다. 지금은 기분 좋은 휴식을 즐기고 있다"고 얘기했다.

"태양은 뜨죠. 그렇지만 태양을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시간이 되면 언젠가 뜨니까. 막상 태양이 제 눈앞에 떠도 눈이 부셔서 바라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해가 뜰 때까지 바라볼 수 있는 준비를 많이 해야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일희일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될 거에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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