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족쇄가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소방관' 곽경택 감독이 4년간 마음 고생을 끝내고, 진정성으로 정면승부한다.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제작 에스크로드픽쳐스)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휴먼 드라마 작품이다. 배우 곽도원이 소방관 진섭 역을, 주원이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을 연기했다.
특히 '소방관'은 코로나19 이슈, 배급사 변경, 주연 곽도원 음주운전 등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그만큼 감독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발목에 큰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이번처럼 조심스러웠던 건 없는 것 같다. 원인 제공자에 대한 원망이 든다"며 곽도원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편집을 완전히 안 한 건 아니다. 극 중 '치료제'라는 게 있다. 술이 치료제로 등장해, 그가 이를 마시는 클로즈업 장면은 다 빼 버렸다"며 "저는 작품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이다. 곽도원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배우, 투자자, 스태프들이 있으니 제 마음을 정확히 하고 선을 정확히 그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방관 곽경택 감독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 감독은 '소방관' 대본을 받고 수없이 고민했단다. 앞서 실화극 '암수살인'을 연출했던 그다. 곽 감독은 "처음에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또 이런 이야기를 해야하나, 힘들어서 못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대본을 주신 분이 '저는 부채 의식이 있어서요'라더라. 저도 있더라. 왜 소방관들을 보면 미안하고 고마운 느낌이 있을까 했다. 영화로 한 번 만들어보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큰 사건 이야기라 그대로 하기엔 너무 단순하더라. 또 유족분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채집하기에도 그분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라 생각해 큰 줄기만 가져오고 드라마적으로 풀고자 했다. 대신 나머지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고, 그들이 어떻게 견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소방관들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견뎌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얘기했다.
곽 감독 작품 중 가장 신파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그라드는 것을 견디면서 찍었다. 제가 만든 작품 중에는 신파 요소가 많지 않나 싶었다. 철웅과 진섭이 마지막 출동하기 전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자격'에 대해 얘기한다. 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대놓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어서 오그라들지만 했다"고 말했다.
특히나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진정성이었다. CG가 아닌 실제 불을 사용해 몰입감과 현장감을 높였고, 덕분에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소방관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곽 감독은 "초긴장였다. 당연히 소방차는 와 있었고, 항상 구조대 출신 소방관을 모시고 했다. 또 전국에 있는 재개발 지역을 다 뒤진 것 같다"며 "최대한 안전 장치도 마련했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 곽경택 감독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앞서 언론배급시사회 때 모든 배우가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곽 감독은 "저는 그 감정에 빠진 상태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날 영화를 안 봤다. 기술 기사 때 몇 가지 수정사항만 봤었다. 배우들은 그날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많이 몰입해서 보고 울컥하라. 고맙기도 했다"며 "그래도 적어도 내가 영화를 만든 사람끼리는 동의를 시켰구나 싶어 다행이구나 싶었다. 김민재는 특히 울더라"고 웃었다.
배우들에게 특히 고마운 감독이다. 그는 "주원한테도 고마운게 자칫 밉상 캐릭터가 될 수 있는 롤이다. 들어와서 사고밖에 안 치지 않냐. 엄청 밉상캐가 될 수 있겠다란 고민을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강단 있어 보이고, 곽도원과 1대 1로 붙었을 때 질 것 같지 않는 강력한 눈빛이 있어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곽도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조심스러워한 감독이다. 그는 "그냥 떠올랐다. 곽도원 배우한테만 처음 시나리오를 줬었는데 바로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왜 이 사람하고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니 진섭이란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리더라. 고집도 강하고 묵직함도 있어야 하고 외골수적이 모습이 있어 어울렸다고 생각한다"며 "음주운전 이슈 후 사과를 하고 싶어하긴 한다. 몸둘 바를 몰라하는데, 마음은 이해하긴 하지만 자숙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감독은 인터뷰 내내 곽도원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답답한 속내는 감추지 않았다. 동시에 '소방관' 개봉 자체만으로도 각별함을 드러냈다.
곽 감독은 "'소방관'은 저를 굉장히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다. 저한테 4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했고, 중간중간 제 마음을 힘들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친구' 작품 이후에 '내가 좋은 작품만 찍으면 되는 거 아냐?'라 주관적인 생각을 한 것을 반성하게 한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소방관분들 정말 고생하네, 영화가 울림있네, 한 번 볼만하다 정도로만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