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바람'이 머물다간 자리에 황홀한 아름다움이 남았다.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프랑스에서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미국 남북 전쟁을 둘러싼 원작의 장대한 스토리가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을 선택했을 때, 한국 뮤지컬 팬들은 엄청난 기대감을 전했고 막이 오르자 역시나 기대감은 탄성으로 뒤바뀌었다.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격동기 속에서 살아가는 네 연인의 운명과 사랑을 담았다. 방대한 스토리를 집약한 만큼 뮤지컬의 각색은 우려로 다가왔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웅장한 스케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스칼렛과 레트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는 무대 위에서 인물들 간의 긴장감을 선사했고, 인본주의와 박애주의를 내세운 노예 해방의 메시지에서는 엄숙함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중 '검다는 것' / 쇼미디어그룹 제공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남부 대농장의 넓은 평야와 남북전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펼쳐지는 영상은 믿겨지지 않을 자연스러움과 섬세함으로 완성됐다. 이와 함께 디테일을 강조한 무대는 영상과 어울리며 완벽한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또 적재적소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한 의상과 소품은 뮤지컬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구성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을 작곡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작곡한 넘버는 대중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장르와 음색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특히 극 중간 중간 릴리컬재즈, 비보잉, 아크로바트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와 군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큰 인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노예 해방을 노래하는 '검다는 건' '인간은 다 같아'는 모든 배우들의 군무와 카리스마로 무대 전체를 채우며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쇼미디어그룹 제공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난이도 높은 넘버와 화려한 군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출연진들에게는 절로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는 칭호가 더 잘 어울리는 바다는 천방지축 소녀부터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스칼렛에 완벽하게 빙의됐다. 또 선과 악을 오가는 레트 버틀러에는 베테랑배우 김법래가 바다와의 높은 '케미'를 자랑하며 특유의 섹시함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섬세한 사랑을 노래하는 마이클 리는 스칼렛의 첫사랑 애슐리를 맡아 지고지순함을 드러냈다. 이어 애슐리의 연인 멜라닌에 캐스팅 된 유리아는 청순하고 맑은 영혼을 여지없이 드러내 마이클 리와 한 쌍의 아름다운 커플로 탄생했다. 화려한 캐스팅 중에서도 노예 제도에 반대하며 싸우는 노예장을 열연하는 박송권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근육질의 몸매로 큰 인상을 선사한다. 말이 필요 없는 주조연의 출연과 더불어 30명의 앙상블들은 무대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장엄한 대서사를 직접 노래하고 보여주며 극의 스케일을 돋보이게 만든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쇼미디어그룹 제공
2시간40여 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 있는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짧은 암전의 찰나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상은 무대를 채우며 흐름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작품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불과 5주다. '바람'이 선사하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당장 달려가야 한다. 오는 2월15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기자 raya1202@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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