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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석, 이토록 울리고 싶은 남자
작성 : 2015년 12월 24일(목) 19:31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 전동석 / 사진=충무아트홀 제공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 전동석 / 사진=충무아트홀 제공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 에둘러가는 법이 없다. 특히나 슬픔과 절망은 늘 직진이다. 바로 뮤지컬배우 전동석이 무대에서 무너지는 방법이다. 그동안 유독 벼랑 끝으로 몰린 캐릭터를 맡으며 무대에서 한껏 울었던 전동석은 이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역시나'다.

그동안 전동석이 눈물을 쏟았던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다. 그는 미쳐버린 동생을 부여잡고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던 레어티스(뮤지컬 '햄릿'),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던 모차르트(뮤지컬 '모차르트!'), 아버지에게 자식이기 전 정치적 견제자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던 루돌프(뮤지컬 '엘리자벳')로 다양한 방면에서 비참함을 드러냈다. 심지어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정혼자가 있던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차마 접지 못해 자살하고만 베르테르와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갑작스럽게 죽어버린 세자빈을 잊지 못했던 세자까지 로맨스에서 조차 비극적 요소는 쉼 없이 이어졌다.

여기에 전동석은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한층 더 괴롭고 슬픈 '눈물'을 보인다. 인간 본연의 한계에 좌절감을 오롯이 드러낸 그는 있는 힘껏 에너지를 불태운다. 작품 속 전동석은 '신이 되고 싶어 했던 인간'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가장 친한 친구의 시신을 가지고 창조주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복잡한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며 광기를 내뿜는다. 쉽사리 이해될 수 없던 캐릭터 빅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부모의 죽음에 얽힌 사연에서 맹목적인 성격의 원인을 드러낸다. 여기에 친구의 죽음을 묵인할 정도로 애타게 원했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아버린 후 내뿜어 내는 후회와 절망은 결국 상처로만 범벅된 무너짐으로 정점을 찍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전동석이 연기했던 작품 속 비극은 한 인간 자체가 절망으로 떨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이 보인다. 데뷔 이후 그는 쉽게 예상 할 수 없는 작품의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그 안에서 기가 막히게 잡아낸 비극적인 사연은 서로 다른 눈물의 온도를 완성시켰다. 결국 전동석은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분신으로 하나씩 빚어낸 것이다. 그는 다양한 작품 속의 사연들을 멋있게 포장하는 대신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도드라진 매력을 풍긴다.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않는 그의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 이유다.

물론 전동석이 무대 위에서 표현한 캐릭터들은 슬프고 괴로운 일들만 겪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유달리 그의 눈물이 자꾸만 생각나는 이유는 전동석이 표현하고 있는 슬픔, 좌절, 고통, 외로움, 후회 등이 점점 성숙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슬픔과 절망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꾸미지 않는다. 덕분에 전동석의 오열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동시에 위로해주고 싶은 공감이 더해진다. 이러한 점을 되새겨 볼 때, 전동석이 그동안 '울리고 싶은' 배우였다면 비로소 누군가를 '울리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박보라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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