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STUDIO X+U 드라마 '선의의 경쟁'(극본 김태희·연출 김태희) 배우 정수빈과 작품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의의 경쟁'은 살벌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는 대한민국 상위 1% 채화여고에 전학 온 슬기(정수빈)에게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는 친구들 그리고 수능 출제 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걸 스릴러물이다.
정수빈은 극 중 우도혁(이원재)의 딸이자 모든 것을 갖춘 전교 1등 유제이(이혜리)의 관심을 받는 우슬기 역을 연기했다. 아버지의 사망 사건을 파헤치고, 욕망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하는 인물.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강인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친구와의 진한 우정을 그리며 성장해 나가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슬기는 자신의 선택으로 찾아나가는 용기 있고 멋진 친구라 생각했다"는 정수빈이다. 그는 "그 과정 속에서 슬기로서 저도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사랑받아본 적 없지만 믿음을 준 재이한테 다시금 배움을 돌려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슬기가 재이를 통해 어른이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간 다른 작품 속에서도 아픔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정수빈은 늘 그랬듯 진중하게 다가갔다고 한다. 그는 "유독 상처를 많이 받는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상처드리지 말자'는 마음을 크게 잡았다. 슬기는 환경도 어렵고, 처해진 상황이 어렵지만, 깨끗한 백지 같은 느낌이 들더라. 벽을 뚫고 허물어질 때 사람들로 전해지는 다양한 색깔을 색칠해 보고 그 벽을 나와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다가갔다"고 밝혔다.
약을 먹으며 공부하는 장면, 약에 중독된 연출을 위해 3일 동안 찍은 수중신, 동성 키스신까지. 다소 파격적인 장면 역시 정수빈은 오로지 슬기로서의 감정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 학창 시절 모범생이었던 정수빈은 "오랜만에 학구열이 치열한 입시 제도를 경험했다. 경쟁이 많이 과열된 사회가 됐더라. '선의의 경쟁'이란 작품을 준비하면서 더욱 느끼게 됐다"며 "슬기가 처음에 약에 의존했지만 약물 의존에 벗어나서 자신을 믿게 된다. 그릇된 경쟁보다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결말까지 궁금증을 남겨놓은 슬기와 재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재이와 슬기의 관계가 사랑인지, 우정인지. 극 중 재이가 슬기에게 주는 따뜻함이 부모님보다 크지 않나. 슬기가 도대체 재이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까. 오히려 정의 내리지 않는 것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오히려 작품을 끝내고 '사랑'이란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됐다며 "'선의의 경쟁'이 끝나고 나는 친구가 없는 건가 싶더라"고 웃었다. 그는 "다시금 정의를 내리게 된 것 같다. 슬기와 재이처럼 이만한 우정이 있을까 싶다. 나아가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이런 믿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싶다.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이 되는 존재, 온전히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에선 슬기가 참 행운을 만난 것 같다"고 다시금 작품이 가진 의미를 털어놓기도 했다.
정수빈에게 있어서도 '선의의 경쟁', 슬기는 '행운'인 셈이다. '3인칭 복수' '트롤리' '아일랜드' '수사반장 1958'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 그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수빈은 최근 뜨거운 인기를 실감 중이다.
'선의의 경쟁'은 공개와 동시에 U+tv, U+모바일tv에서 시청 건수, 시청자 수, 신규 시청자 유입 수 모두 역대 오리지널 드라마 부문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대만 등 글로벌 OTT플랫폼에서도 1위를 기록, 정수빈은 화제성 출연자 부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SNS 팔로워 수도 1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글로벌 인기도 체감하고 있다고.
정수빈은 "최근 영화 무대인사를 돌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 행복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손석구 선배도 따뜻한 사회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이것이 공통된 고민이라면 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애교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좋은 세상', '애교 넘치는 세상'은 정수빈이 가고자 하는 배우로서의 가치관과 같았다. 그는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있다. 미움을 받으면 주저앉게 되더라. 저도 그런 경험이 많은데 일어날 힘, 용기를 갖기 어려운 세상이다. 저희가 표현하는 인물을 통해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게 이만큼 감사한 것이구나를 제대로 알게 됐어요. 배우로서 너무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선배들도 이것을 알면서도 성실하게 해 나갔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분들을 닮아가고 싶어요. 많은 작품들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있어요. 가만히 있지 않고 우당탕탕하더라도 더 나은 배움을 갖고 오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애교 넘치는 세상으로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