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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고별전' 흥국생명 vs '부상 투혼' 정관장, 해피엔딩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작성 : 2025년 04월 08일(화) 08:00

김연경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인턴기자] 우승 트로피를 건 운명의 5차전이 펼쳐진다.

흥국생명과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판 3선승제) 5차전을 치른다.

정규 시즌 1위를 일찌감치 확정 지은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은 1차전(3-0)과 2차전(3-2)을 모두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대전으로 장소를 옮긴 3차전에서도 1, 2세트를 잡아내며 쉽게 우승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관장이 반격에 나섰다. 3차전 세트 스코어 0-2로 뒤진 상황에서 3-5세트를 내리 가져오며 흥국생명에 리버스 스윕 굴욕을 안겼다. 기세를 올린 정관장은 이어진 4차전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로써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말 그대로 라스트 댄스가 됐다. 그는 지난 2월 13일 GS칼텍스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이번 5차전을 마지막으로 더는 코트에서 뛰는 김연경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아직 떠나보내기엔 아쉬운 성적이다. 김연경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1차전에서 16점, 2차전에서 22점을 책임지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3-4차전에서도 각각 29점, 32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다.

정규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김연경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총 585점으로 국내 득점 1위(전체 7위)에 올랐고, 공격 종합 2위(공격성공률 46.03%), 리시브 2위(41.22%) 등을 기록하며 공수 전반에 걸친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통산 6회, 연속 3회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이번 시즌 역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5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김연경 역시 트로피가 간절하다. 김연경이 V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무려 16년 전이다.

2005-2006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 후 4시즌 동안 정규 리그 우승 3회(2005-2006, 2006-2007, 2007-2008),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2005-2006, 2006-2007, 2008-2009), 통합 우승 2회(2005-2006, 2006-2007)를 경험했다. 김연경은 3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오랜 기간 국외 리그에서 활약했던 김연경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2021시즌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복귀 후에도 김연경은 맹활약을 펼치며 국내에서 뛴 모든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복귀 시즌에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터지며 팀이 크게 흔들렸고, 정규 1위를 확정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던 2022-2023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먼저 2승을 따냈지만 내리 3경기를 지며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 굴욕을 당했다.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에 올랐지만, 정규 1위 현대건설에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또다시 2년 전 리버스 스윕 악몽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사실 2년 전 얘기를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팀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고, 3-2로 이기든 2-3으로 지든 그게 2년 전이랑 동일시될 건 하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관장 / 사진=DB

한편 정관장은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정관장은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으나, 플레이오프(3판 2선승제)에서 현대건설을 2-1로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챔프전 2연패 뒤 다시 2연승을 달리며 승부를 다시 인천으로 돌렸다.

정관장 반등에는 특히 메가의 활약이 빛났다. 메가는 3차전 40점, 4차전 38점을 포함해 1-4차전 합계 116점을 올리며 시리즈 주역이 됐다.

사령탑으로서 처음으로 지휘하는 챔프전이기에 고희진 감독에게도 이번 시리즈는 남다르다. 삼성화재 선수 출신인 그는 현역 시절 팀의 8회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은퇴 후 친정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부임 첫 시즌인 2020-2021시즌엔 최하위, 다음 시즌엔 6위에 그쳤다.

지난 2022년 4월 정관장 감독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첫 시즌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으나, 2년 차였던 2023-2024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하며 팀을 7년 만의 봄배구로 이끌었다.

정관장의 반전 드라마 뒤엔 부상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이 있었다. 주전 세터 염혜선은 시즌 초 입은 무릎 부상으로 지속적인 통증을 앓고 있고, 노란 역시 허리 문제로 진통제를 맞고 지난 2차전을 뛰었다. 부키리치의 발목 상태 또한 좋지 않다.

이에 고희진 감독은 3차전 승리 후 "역사에 남을 감동적인 경기라 생각한다. 선수들이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감동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텐데, 부상이 있는 선수들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경기를 펼쳤다.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투지와 정신력을 가진 선수들을 만났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모든 관심이 김연경의 마지막 무대로 쏠린 가운데 정관장은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지난 3차전 후 염혜선은 "오늘 경기로 봐서는 악역을 한 번 성공한 것 같다. 원래 드라마 악역이 1화부터 나오진 않는다. 점점 우리의 역할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4차전에서도 승리하자 "어쩌면 주인공은 우리일 수도 있겠다. 이제 역할이 바뀔 기회가 왔다. 악역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고희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첫 경기를 앞두고 "인천상륙작전을 하러 온 고아더 감독입니다. 원래 준비한 멘트였는데, 승리하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초반 2연패로 묻힐 뻔했던 그의 각오는 정관장의 반등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올 시즌 봄 배구의 끝은 어디일까. 고아더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이 될지, 김연경의 화려한 피날레가 될지 그 결말이 궁금해진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인턴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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