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주장해온 내용과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공개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민희진 전 대표 측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없이 그저 "사실무근"이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대한 고소를 발표해 언론을 재갈 물리기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디스패치는 민희진 전 대표의 거짓 정황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이 담겼다.
먼저 디스패치는 민희진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의 큰아버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려고 했던 다보링크 실소유주와 만났다며 탬퍼링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앞서 민희진 전 대표 측이 발표한 입장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지난 11월, 민희진 전 대표 측은 "제가 '누군가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다, 누군가와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냈다.
당시 업계에는 코스닥 상장사 다보링크가 민희진 전 대표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다보링크는 뉴진스 멤버의 큰아버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다 돌연 취소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디스패치는 9월 30일, 민희진 전 대표와 다보링크 A회장, B큰아빠의 3자 회동을 포착해 사진으로 공개했다.
A회장은 매체에 "민희진이 '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민희진과 B씨는 이미 하이브 탈출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B씨가 먼저 연락이 왔다. 민희진에게 50억 원 정도 투자할 수 있냐고 했다. 투자자를 찾는다고 했다. 그래서 약속을 잡았다. 3시간 동안 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뉴진스가 지난 9월 11일 기습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을 당시, 민희진 전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디스패치는 라이브 방송 당일,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 가족이 나눈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는 "유튜브 지금 하는지요"라는 뉴진스 멤버 가족의 질문에 "아뇨 7시요"라고 대답하며 방송 시작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아버님 지금 버니즈들이 너무 좋은 거 터뜨려서 일부러 살짝 미뤘어요 / 하이브가 제 욕하다가 걸리고 성희롱까지 나옴 / 하나님 감사합니다 / 애들 잘하라고 판 깔아주네요"라고도 보냈다.
이 역시 앞서 알려진 내용과는 배치된다. 라이브 방송 당시 뉴진스는 "(민희진) 대표님께서 시킨 게 아니냐는 그런 엉뚱한 말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며 민희진과의 연관성을 차단했다. 또한 현재 삭제된 KBS 보도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 측은 KBS에 "민희진이 뉴진스의 기습 라이브 방송을 말렸다"고 밝힌 바 있다.
세 번째는 소속사 어도어도 몰랐던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을 민희진 전 대표는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다.
하니는 10월 9일,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국정감사에 출석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는 "나 결정했어! 국회에 나갈거야! 국정감사! 혼자 나갈 거예요"라며 "걱정 안 해도 돼! 스스로와 멤버들을 위해서 나가는 거야. 그리고 버니즈도. 버니즈 위해 나가기로 정했어. 힘든 것 없어. 나 나가고 싶어"라고 적었다.
하지만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하니는 국감 출석을 알리기 하루 전인 10월 8일, 참고인 출석 봉투를 손에 든 채 민희진 전 대표의 작업실을 찾아가 민희진 전 대표를 만났다. 여기엔 민희진 전 대표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도 함께 있었다. 이들은 4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전언이다.
네 번째는 민희진 전 대표가 목적 달성을 위해 하이브 고위 임원을 유혹했다는 의혹이다.
디스패치는 "지난 2021년, 민희진은 쏘스뮤직에서 뉴진스를 데려왔다. 당시 그는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딜'을 성사시키려 했다"며 민희진 전 대표의 메시지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희진 전 대표는 "OOO(하이브 고위 임원)에게 미친 듯이 꼬리 쳤어. 가까이 앉고, 안 들린다고 가까이 오라 하고" "몸로비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한 번 자고 더 수월해질 수 있으면 잘 수도 있지" "OOO은 한 번 자고 나면 완전히 빠지게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등의 내용을 남겼다.
다만 디스패치는 "이는 미수로 끝났다. 상대의 차단으로 불발됐다. 대신, 결과는 얻었다. 뉴진스를 어도어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온 후,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 박지원 전 대표, 박태희 CCO를 비롯해 해당 기사를 보도한 디스패치 기자 A, B씨를 고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희진 전 대표 측은 "지난 4월 이래 피고소인 박지원, 박태희는 불법 취득한 사적 대화에 허위사실을 더하여 민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적극 활용했다. 디스패치 A, B 기자는 위와 같은 의도를 충분히 인지하였으면서도 민희진 전 대표를 비방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기사화하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고소를 계기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피고소인들의 심각한 거짓과 기망이 밝혀지고, 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희진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탬퍼링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투자자와의 만남이 사진으로 남았고, 어도어 재직 당시 "뉴진스를 데리고 나올 수 있겠냐"고 투자자 측에 물어봤다는 증언이 나온 데다, 뉴진스 멤버 가족과 나눈 메시지 등이 증거로 제시됐으나 민희진 전 대표 측은 구체적인 반박 혹은 해명 자료 없이 고소만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이 거짓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그저 거짓이기에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이는 언론 재갈 물리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민희진 전 대표 측은 그동안 매체들이 자신의 입장과 다른 내용을 보도할 때마다 대형 로펌을 내세워 언론을 압박하는 행위를 이어왔다.
실제 민희진 전 대표 측은 "기사를 삭제 안하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형사 고소 등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언론사들에게 반복적으로 발송해왔다.
본지에도 민희진 전 대표의 PR대행사라고 밝힌 M컨설팅그룹이 수차례 메일을 보내며 기사 삭제를 요구한 바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가처분 소송에서 공개된 변론 자료로 언론에도 배포된 내용을 보도했음에도 M컨설팅그룹은 삭제를 요구했다.
민희진 전 대표 측은 매체를 향한 반복적인 경고에 이어 실제 기자들을 향한 고소까지 나선 모양새다. 민희진 전 대표 측은 언론을 향한 압박과 무조건적인 "허위사실" 입장이 아니라 증거로 제시된 내용이 무엇이 거짓인지 구체적인 해명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