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경외심이 절로 든다. 누구보다 먼저 화마에 뛰어드는 '소방관'에 대한 존경심, 숭고함이 울림을 준다.
4일 개봉된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제작 에스크로드픽쳐스)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는 서부소방서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이 첫 현장에 투입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실수투성이지만, 점점 팀 분위기에 녹아들고 손발이 맞아간다. 철웅은 특히 용태(김민재)를 의지하며 친형처럼 따르게 된다.
어느정도 현장에 익숙해진 철웅이다. 하지만 또 다른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다 패닉이 온 철웅은 실수를 저지르고, 이로 인해 효종(오대환)이 화상을 입는다. 자책에 빠진 철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진섭 역시 화재 현장에서 효종(오대환)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다. 결국 진섭은 아내의 완강함에 휴직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홍제동 화재 현장으로 마지막 출동하게 되고, 복귀한 철웅과 함께 현장 진압에 나선다. 다시 한번 사명감을 되새긴 이들 소방관들은 뜨거운 불길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작품은 지난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시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극이다. 후반부부터 전개되는 홍제동 화재 장면은 당시 실제 타임라인을 재구성해 담아낸다. 최초 신고, 1차 수색, 2차 수색, 그리고 상황 종료까지.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화마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 일부는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영화는 화재 현장을 리얼하게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CG 대신 실제 불길을 만들어 현장의 긴박함을 표현하고, 현란한 연출보다는 실제 소방관들의 시선에서 본 현장의 모습을 최대한 담아낸다. 작품 속엔 홍제동 화재 현장 외에도 약 2개의 현장이 그려지는데, 모두 과장된 연출 없이 다큐처럼 진지하게 흘러간다.
실제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도 등장한다. 골목길 불법주정차, 부족한 소방 예산, 터무니없는 비품 등에 대한 문제를 짚을 때면, 절로 분통이 터진다. 그럼에도 소방관들은 생명을 구하려 가장 먼저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직업적 사명감, 숭고한 희생정신이 큰 줄기인 영화의 단골, '신파' 요소는 어쩔 수 없다. 메인롤 철웅, 진섭을 통해 표현되는 대사나 행동은 '소방관'의 중심이었다. 이를 연기하는 주원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중심을 잡아간다. 오대환, 김민재, 이준혁도 든든하게 받쳐준다.
때문에 음주운전 이슈로 물의를 빚은 곽도원이 더욱 답답하게 다가온다. 그가 맡은 진섭 역은 통편집이 불가할 정도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슈와 떼놓고 보려 해도 그가 생명을 논하고, 직업적 사명감을 얘기하는 대사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진다.
물론, 진섭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극 중 소방대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그들의 진정성은 여러 인물을 통해서 전달된다. 하지만 진섭을 스토리 상 배제시킨다면 흐름이 끊기게 된다. 감독이 "곽도원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고 말하면서도 통편집을 할 수 없던 이유도 납득된다. 관객들도 감독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방관'은 드라마틱한 재미보다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다. 신파에 대한 기시감, 지루함도 있을 수 있다. 결말을 알고 보는 실화극이기에 반전 요소도 없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곽도원 리스크를 이겨내고, 관객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닝타임 106분.
◆ 기자 한줄평 : 나도 곽도원이 밉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