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대한축구연맹이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브리핑을 진행한 가운데 앞선 '기술철학' 발표회와 연계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홍명보 감독 국가대표 내정 브리핑을 진행했다.
여기서 이임생 기술이사는 "협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라고 공식 발표했다.
브리핑 중 '축구철학'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 이유 8가지를 설명했는데, 그중 게임 철학과 게임 모델 설명에 가장 큰 시간을 할애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보여주신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빌드업시 라볼피아나 형태와 비대칭으로 백스리 변형을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 어태킹 서드에서 라인 브레이크와 상대에 맞춰 카운터 어택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에서 컴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에서도 지속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 경기 템포 조절과 밸런스, 포지셔닝, 기회 창출 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홍명보 감독은 이전 A 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 지도자로서 경험과 협회 전무로서 기술, 행정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이 대한축구협회의 철학, 각급 연령별 대표와의 연속성,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에게도 '철학'을 강조하며 읍소했다고 전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왜 홍명보 감독님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헌신해 주셔야 하는지 말씀드렸다. 한국 A 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와 연계성을 가져가서 대한축구협회가 철학과 게임 모델을 확립한 것을 홍명보 감독님이 이끌어주시라 몇 차례나 부탁을 드렸다"고 답했다.
한편 외국인 감독이 선택되지 않은 이유도 '철학' 때문이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우리가 벤투 감독 때처럼 빌드업을 통해 미드필드 진영에서 기회 창출을 하려고 하지 않느냐"면서 "(외국인 감독 후보 중) 한 분은 프레싱(압박)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우리가 빌드업을 시작하면서 대표팀이 미래를 위해 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프레싱에 대한 철학을 가진 분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게 맞는가"라고 말했다.
기술철학 발표회 당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 / 사진=대한축구연맹 제공
앞서 6월 20일 대한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기술철학 발표회를 진행했다. 여기서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라는 기술철학을 공개했다. 이러한 기술철학을 기반으로 한 게임 모델을 모든 연령별 대표팀이 공유하고 연속성과 연계성을 챙긴다.
당시 이임생 기술이사는 해당 철학에 불만이 있는 감독과는 함께 가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감독 선임에 '기술철학'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 선임 브리핑에서도 기술철학 발표회에서 등장한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연속성과 연계성, 빌드업 축구의 강조, 철학과 게임 모델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A 대표팀 감독에게 언제나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과 계속되는 '철학'의 강조는 좀처럼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는 앞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과 그 후의 논란, 아시안컵의 실패 등으로 믿음을 잃어버린 상태다. 스스로 논란을 만들고 원칙을 어긴 대한축구협회다. 평소라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도 문제를 삼게 만든 건 자업자득에 가깝다.
이임생 기술이사를 비롯한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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