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이제훈이 대선배 최불암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제훈 표 '박영한'의 탄생이다.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연출 김성훈)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이제훈)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박영한 역을 연기한 이제훈은 "처음에 작품을 기획할 때 딱 10부작으로 만든다고 해서 오히려 기존 미니시리즈는 16부작이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서 확실히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MBC에서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근데 막상 촬영이 끝나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데 중반부가 되니까 '이게 10부에 끝난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 유독 다른 작품과 달리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수사반장 1958 이제훈 인터뷰 / 사진=컴퍼니온 제공
특히 '수사반장 1958'은 지난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솔직히 제가 직접 본 드라마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엄청난 존재감이 있는 드라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대단한 드라마의 프리퀄을 한다는 말을 듣고 기대된다는 마음이 더 컸다"며 "기존에 MBC에서 기획하고, 제작했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외주 제작사와 함께 공동 제작을 하면서 스태프들과 영화 감독님을 섭외하고, 외부 인력이 세팅되면서 드라마지만, 영화 같은 퀄리티로서 이야기를 만든다는 목표가 신선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훈은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땐 9부부터 10부까지 등장하는 테니스 보이즈 클럽이 프리퀄에 대한 전체 이야기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시청자로서 박영한과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는 수사 1반 팀이 어떻게 모이고 성장하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본을 에피소드별로 나열하면서 이야기가 구성되는 과정에 제 의견을 반영시키고, 디벨롭하다 보니까 더 많은 재미가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제훈은 앞서 '수사반장'에서 대배우 최불암이 연기한 주인공 박영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고민도 컸다. 이제훈은 "제가 최불암 선생님의 역할인 박영한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전엔 그냥 자료를 보면서 인지 정도만 하고 있었다. 근데 정말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맞닥뜨리니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 선생님이 나왔던 '수사반장' 모든 에피소드들이 있질 않아서 최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보며 많이 따라 하려고 했다"며 "자세나 표정, 말투, 행동, 제스처, 심지어 담배까지 따라 하고 싶었지만, 활용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다. 다만 그러다 보니까 '수사반장' 오리지널 속 박영한이라는 캐릭터에 계속 함몰되게 되더라. 저라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질 않았다. 그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출연했던 또 다른 필모그래피들을 찾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훈은 "제가 어렸을 때 MBC에서 했던 '그대 그리고 나'라는 작품을 주말마다 애청했던 시청자로서, 선생님의 아버지로서의 모습, 로맨티시스트로서의 모습, 이런 것들을 보고 원래 '박영한'이라는 사람이 오리지널에서 갖고 있던 냉철함과 콜롬보로서의 분석력, 카리스마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들을 젊은 시절의 박영한에 녹이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배 최불암의 도움이 컸다. 이제훈은 "작품 상견례를 하고 나서 대본 리딩이 끝난 뒤 선생님이 ''박영한'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던 어떤 화를 가슴에 담아두고, 그걸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게 저의 키 포인트였다. 실제론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서 범인을 잡아야 했지만, 처음엔 분명 이 친구도 어리숙하고,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걸 이뤄내는 과정에선 미성숙한 부분들이 있지 않겠냐. 그런 성장 과정들을 시청자분들이 보시면서 귀여워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걸 가슴에 새기고 많이 표출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짧고 굵은 10부작을 마친 이제훈은 "10부 마지막을 보면서 깨달았다. 정말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연기를 할 수 있던 기회가 마지막 10부"라며 "이건 최불암 선생님이 밑바탕을 만들어주셨으니까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품을 선택할 땐 호기심이었고, 막상 연기를 했을 땐 너무 겁났지만 동시에 거침없이, 과감하게 했다. 그 모든 것에 대한 것이 선생님이 있어야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제가 선택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 부끄럽진 않았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사반장 1958 이제훈 인터뷰 / 사진=컴퍼니온 제공
선배 최불암이 바닥을 다져줬다면, 수사 1반 팀원들이 박영한의 날개가 되어줬다. 특히 이번 '수사반장 1958'에선 이제훈의 절친 이동휘가 김상순 역으로 출연한데 더해 신예 최우성이 조경환 역을, 윤현수가 서호정 역을 연기했다.
후배들에 대해 이제훈은 "윤현수는 우리 팀의 제갈량으로서 잘 사고하고, 수사 방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신인의 입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현장에서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친구들은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저는 혹시나 선배들한테 잘못해서 혼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현장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저를 받아주니까 이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다 사라졌다. 그저 너무 대단했다"며 "최우성은 원래 키도 크고, 훤칠하고, 샤프한 친구인데 존경하는 선배의 모습을 따라 하고자 체중 증량을 엄청나게 했다. 초반엔 10㎏를 증량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많이 증량하면서 결국 25㎏ 이상을 증량했다. 건강이 염려됐다. 근데 지금은 다음 작품 때문에 살을 엄청 빼고 있을 거다. 체중 증량을 하면서 그 캐릭터에 대한 표현을 너무 잘해줘서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제훈은 자신의 회사 소속 배우인 이동휘에 대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친구들은 경험이 없는 부분 때문에 제가 조금 더 이끌어줘야 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근데 이동휘는 원래 잘하는 친구다. 저도 기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이을 때 이 친구가 현장을 리드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소속사라서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웃음을 보였다.
앞서 이제훈은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에 이어서 '수사반장 1958'에서도 악을 단죄하는 히어로 캐릭터로 활약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달아 소화하며 이미지 고착에 대한 우려로 있을 터다.
이제훈은 "제가 배우다 보니까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지 않냐.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는 성장 스토리를 보다 보면 그 주위에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게 아버지나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형제들, 친구들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사회를 형성하면서 보여주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뉴스나 신문들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지켜보게 되더라. 제가 눈이 가게 되는 사건, 사고들의 타임라인들을 거치면서 이런 결과(작품 선택 기준)가 도출됐다고 본다. '시그널'이나 '모범택시' '수사반장 1958' 같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갖는 작품을 선택해야 앞으로도 계속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캐릭터를 표현하다 보면 안티 히어로가 될 수도 있고, 정의의 사도에 대한 대변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동시에 악역도, 선역도 아닌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표현할 수도 있지 않나 향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훈은 "제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거나, 제 삶이 풍요롭거나, 부족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다가도 결국 그런 것들을 다 지우고 제일 중요한 건 '배우 이제훈'인 것 같다"며 "배우로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연기를 하는 저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했으면 좋겠다. 당장 내일 멸망해서 없어진다고 해도 저는 촬영을 할 거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계속해서 오늘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수사반장 1958 이제훈 인터뷰 / 사진=컴퍼니온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