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재벌X형사' 최동구 "천천히 가더라도 영혼과 함께" [인터뷰]
작성 : 2024년 03월 25일(월) 08:00

최동구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짧은 대사, 호흡임에도 배우 최동구의 존재감은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보여준 캐릭터 분석표는 눈문처럼 짜임새있었다. 역할에 대한 책임감, 애정으로 "가장 진실된 마라톤"을 달리는 중인 최동구다.

최동구는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서 재벌 3세 진이수(안보현) 절친이자 영화 제작사 대표 김영환 역을 연기했다. 절친을 이용해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마약에 중독 돼 쉴 새 없이 사고 치는 인물이었다.

최동구는 영화 제작사로서의 화려함과 마약중독자로서의 초라함, 절친을 이용하는 양아치 같은 면을 리얼하게 보여줘 호평받았다. 마치 '맞춤옷' 같던 캐릭터 소화력은 그의 철저한 연구 덕분이었다. 직접 낸 아이디어는 드라마에도 적극 반영됐다.

최동구는 "재벌 친구이자 돈이 많은 역할이고, 망나니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패션을 아는 애라고 생각했다. 극 중 여배우(나은) 살해용의자로 몰릴 때 속옷차림에 피 뭍은 와이셔츠를 입고 나온다. 사전에 설정된 게 아니라 제가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라고 얘기했다.

오디션 날 입었던 스타일링이 활용되기도 했단다. 최동구는 "자주색 정장과 올빽 머리 세팅을 하고 갔다. 감독과 함께 대본을 읽고, 대화를 하고 나왔는데 이틀 있다가 바로 캐스팅이 됐다. 저를 보자마자 영환이라고 생각하셨다더라. '재벌X형사' 2회 때 의상이 오디션 때 입었던 스타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하고 촬영한 거다. 그만큼 좋게 봐주셨다. 나중엔 '마약을 해보시진 않으셨죠?'라고 물어보더라. 당연히 안 했지만, 그 말이 아이러니하게 좋았다"며 웃었다.

최동구 / 사진=팽현준 기자


감독마저 의심하게 한 마약중독자 연기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최동구는 먼저 역할이 갖고 있는 본질에 대해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작품에 들어가고 역할을 마주할 때, 깊숙하게 파고드는 편이다. '재벌X형사'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을 할 때 저만의 양식 속에서 분석하는 루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마약 중독자, 깡패, 형사처럼 타입적인 역할이 연기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전 쉽더라. 많이 분석하고 확신이 들게끔 제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이후 현장 속 분위기와 나의 기조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거다. 이번 영환이란 캐릭터는 순수하게 접근해야겠다 싶었다. 본질을 생각하고 갖고 있는 서사를 따라가 본질적인 것을 연기하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수리남' '범죄도시 3' '법쩐' 등에 출연하며 이미 많은 마약 관련 지식을 쌓아뒀던 그다. 때문에 '뻔한' 마약 중독자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단다. 고민의 결과는 교도소 철장씬에 여실히 묻어났다. 마약 금단 증상으로 격양된 영환의 모습이 리얼하게 표현된 것. 최동구는 짧은 순간임에도 인물의 희로애락을 한꺼번에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타입적인 연기가 영화나 드라마 등 모든 것들에서 클리셰처럼 보이는 게 많은 것 같다. 클리셰가 되는 것들을 탈피하고, 신선함을 창조하기 위해 요즘 고민하고 있다. 때문에 '재벌X형사'에선 기존의 것을 다 비워내고 영환이가 가지고 있는 본질. 이거 하나 잡고 갔다"고 말했다.

재벌X형사 최동구 / 사진=SBS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 '뻔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창작의 고통은 늘 새로운 최동구를 보여주고 있다. '재벌X형사'뿐만 아니라 올해 선보인 '선산' '황야'에서도 각기 다른 얼굴을 소화했다.

특히 '황야'에서도 그만의 새로움을 펼쳤다. 극 중 이름이 은팔찌였지만, 제대로 된 수갑을 차고 싶었고 수소문 끝에 성인용품점에서 적절한 수갑을 찾았다고. 또한 칼과 확성기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최동구는 "오디션 때 총 대신 칼과 확성기를 들고 연기를 했다. 최종 캐스팅이 발표가 된 후 최종 대본에서 제가 했던 것대로 다 수정이 됐더라. 그게 배우로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 도중 보여준 작품별 캐릭터 분석표는 논문처럼 디테일했다. "'범죄도시 3' 때는 40페이지 정도였다"며 "캐릭터 분석이나 해석을 할 때 연기보다도 역할, 작품을 많이 본다. 작품에서 이 역할이 어떤 롤을 하는지 긁어주는 부분, 시원하게 하는지, 긴 호흡인지 등 역할이 하는 의무를 파악하려고 한다. 엄청나게 깐깐하게 분석을 한다. 이게 마치 보여주기 식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앞으로도 변함없이 똑같이 작품을 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배우로서의 소신으로 연결됐다. 최동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하면 '척'을 하게 되더라. 물론 배우로서 무조건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저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제 자신에게, 작품에 솔직하고 제 자신을 속이지 않는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다. 나를 선호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바뀌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동구 / 사진=팽현준 기자


확고한 연기 철학으로 최동구만의 '결'을 완성하는 중이다.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보이스 시즌4' '킹덤: 아신전' '어게인 마이 라이프' '수리남' '커튼콜' '법쩐' '선산' '재벌X형사', 영화 '범죄도시3'까지 11년 차 배우 최동구의 필모그래피는 유독 히트작으로 채워졌다.

최동구는 "너무 감사한 일밖에 없다. 업계 생태계가 힘든데 역할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한 작품에 대한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쁘다. 너무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벅찬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받아들이게 된 이후부터는 유연해지더라. 영상 하나 업로드하는 데도 용량이 클수록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나. 저도 스스로 용량이 큰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묵묵히 연기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눈을 빛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카우보이들은 말을 뛰다가 중간에 뒤를 돌아본다'가 있어요. 너무 빨리 달려서 그림자가 못 쫓아오지 않을까 확인한다는 거죠. 저의 배우 삶을 치부했을 때, 아무리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내 영혼이랑 함께 가려해요. 그게 배우 인생에서 가장 진실된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어렵겠지만, 그렇게 가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