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프랑스의 거장 '장 뒤뷔페(Jean Dubuffet)'는 가공되지 않은 원생미술(原生美術)을 뜻하는 '아르 브뤼(Art Brut)'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의 그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적나라한 구성, 그들의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인 그림에서 가장 원초적 창조성을 느꼈다.
장 뒤뷔페는 부르주아에 속하는 와인 도매상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상위 문화나 취향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에 대해 매우 반항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본격적으로 예술에 뛰어들었을 때 나이는 41세.
그는 분석과 이성보다는 '본능, 열정, 기분, 광기'를, 전통적 개념의 폐기를 그리고 자연과 자연스런 형태에 가장 근접한 상태를 옹호했다.
그는 "땅의 갈라진 틈, 반짝이는 자갈, 풀더미, 찌그러진 잔해는 여러분들의 박수갈채와 감탄을 불러낼만큼의 가치있는 주제를 제공한다"고 말했으며, 페이스 갤러리의 수장 마크 글림처는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너에게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면 바로 그것에 주목하라"고 했던 장 뒤뷔페를 회상한 바 있다.
20년 간의 성공적인 커리어 뒤에 탄생된 뒤뷔페의 기상천외한 도전 '우를루프(Hourloupe)' 연작. 우를루프는 '으르렁거리다(hurler)', '늑대(loup)'라는 뜻의 프랑스 단어와 잔혹 동화 '고수머리 리케(Riquet a la Houppe)'와 신경쇠약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모파상의 소설 ‘오를라(Le Horla)'의 제목에서 동일 모음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이다.
우를루프 연작은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이 빠져들었던 '자동기술법'을 이용한, 즉 무의식 상태에서 그린 드로잉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다. 예술을 표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뿌리깊은 원시 언어를 표현하고자 하는 뒤뷔페의 열망을 압축했다고 해석된다.
이후 그가 1973년 처음 선보인 '쿠쿠바자(Coucou Bazar)'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을 보여준다. 환상적인 무도회라는 뜻의 이 퍼포먼스는 다양한 소재와 불협화음의 사운드 속 정교한 의상을 입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속도와 동선은 무겁고 다면적인 의상에 의해 결정된다. 이 모든 움직임들은 청중과의 대화를 위해 신중하게 계획되었다.
쿠쿠바자의 안무가인 엘로디 베제로(Elodie Bergerault)는 "느끼세요. 이것이 바로 공연의 정신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주세요"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2관에서 개최되는 '뒤뷔페' 전에서는 45년 간 장 뒤뷔페가 지나온 이 모든 여정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만13~18세)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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