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서울괴담'의 공포는 강렬하진 않다. 하지만 익숙한 공포이기에 뒤돌아보게 된다.
영화 '서울괴담'(감독 홍원기·제작사 쟈니브로스)은 복수, 욕망, 저주에서 시작된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할 10개의 현실 밀착 괴담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터널' '빨간 옷' '치충' '혼숨' '층간소음' '중고가구'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 순으로 진행된다.
터널에 진입한 기훈(김도윤)이 겪는 사건을 담은 '터널', 아파트를 떠도는 여자의 기이함을 그린 '빨간 옷', 치아에 기생하는 벌레를 마주한 치과의사 이야기를 담은 '치충'은 영화 초반 분위기를 알린다.
이후 여고괴담을 떠올리는 내용의 '혼숨', 벽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수신호를 주고받는 '층간소음', 중고 거래로 산 옷장을 다룬 '중고가구' 에피소드가 빠르게 진행된다.
후반부 스토리인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도 각각 신입사원, SNS 인플루언서, 마네킹 공장 직원, 방탈출 마니아로 색다른 공포물을 보여준다.
'서울괴담'의 10개 에피소드는 터널, 치과, SNS, 학교 등 현실 소재로 구성된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곱씹게 된다. 여기에 귀신뿐만 아니라 오컬트, 고어, 밀폐 스릴러 등을 접목시켜 색다르다. 때문에 각 에피소드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 것도 차별점이다. SNS 중독의 문제점을 꼬집은 '얼굴도둑'과 중고거래 사건을 담은 '중고가구'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마주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름 합격점이다. '서울괴담'은 골든차일드 봉재현, 우주소녀 설아, 엑시, 오마이걸 아린 등 다수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한다. 대부분이 첫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약 10분 내외 동안 연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특히 '중고가구'의 설아와 '혼숨'의 아린이 보여준 연기는 능숙했고, 이호원, 서지수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흥미로운 소재로 다양한 공포 소재를 담아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다소 무리한 설정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들은 영화의 재미와 공포를 반감시킨다. 양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에 123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이렇듯 '서울괴담'의 공포는 강렬하지 않다. 다채로운 호러물에 가깝다. 과연 관객들에게 어떠한 공포로 다가갈지 주목된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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