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올 한 해 한국은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며 전 세계에 명실상부한 문화강국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아닌, 그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해온 결과다.
앞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소위 '두유 노(DO YOU KNOW) 클럽'이 유행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유명인사에 대해 물어볼 때 '혹시 이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의미에 사용하는 문장을 따온 농담이다. 가수 싸이, 피겨 김연아, 축구 손흥민 등이 '두 유 노 클럽' 멤버로 꼽혔다.
2021년 역시 '두 유 노 클럽'의 연속이었다. 다만 달라진 점은 '두유 노 클럽' 대상이 인물을 넘어 콘텐츠로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 10대들의 우상에서 이젠 전 세계인의 희망이 된 K-팝 아이돌
지난 2013년 데뷔한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네임드' 그룹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1월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21 American Music Awards)' 시상식에서 대상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여기에 더해 '페이보릿 팝송(Favorite Pop Song/Butter)', '페이보릿 팝 듀오/그룹(Favorite Pop Duo or Group)'에서도 수상의 기쁨을 안으며 3관왕의 왕관을 썼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12월 4일(이하 현지시간) '2021 히트메이커(Hitmakers)' 시상식에서 곡 '버터(Butter)'로 올해의 음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어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수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 수상 기록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반응 역시 뜨겁다. 방탄소년단은 11월 27일~28일, 12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2년 만에 오프라인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를 개최했다. 소파이 스타디움 측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개장 이례 역사상 처음으로 4회 공연 전체를 매진 기록한 첫 번째 단독 아티스트다. 여기에 팝스타들로부터 끊이지 않는 러브콜은 덤이다. 방탄소년단은 올 한 해만 메건 디 스탤리언, 에드 시런, 콜드플레이 등과 컬래버레이션했다.
이제 막 데뷔 1년 차를 지난 그룹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도 심상치 않은 인기를 보인다. 에스파는 12월 8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Comedy Central 채널의 심야 코미디 토크쇼 '더 데일리 쇼 위드 트레버 노아(The Daily Show with Trevor Noah)'에 출연했다. 또한 에스파는 미국 Fox 채널 데이타임 토크쇼 'The Nick Cannon Show(더 닉 캐논 쇼)' 출연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국내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Next Level)'은 영국 음악 전문 매거진 NME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송 50'에서 45위에 랭크되며 국내 걸그룹 중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BTS 후예를 꿈꾼다" 오디션 맛집 된 K-서바이벌
걸스플래닛999, 야생돌 / 사진=각 Mnet, MBC 제공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K-아이돌이 주목받으며 국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덩달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 출발해 10월 종영한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중일 99명의 소녀들이 참가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소녀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국내보단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걸스플래닛' 참가자들이 세 번째 크리에이션 미션에서 발매한 신곡 4곡은 10월 둘째 주 기준 아이튠즈 재팬 앨범 차트 1위, 애플뮤직 재팬 앨범 차트 1위 등을 차지했다. 여기에 방송 시점인 10월 12일 기준 글로벌 쇼트 폼 플랫폼 '틱톡'에선 '걸스플래닛' 관련 게시글들이 26억 뷰를 달성했고, 유튜브 내 관련 영상 누적 조회수는 총 4.1억 뷰를 돌파했다.
현재 파이널 생방송만을 남겨놓고 있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극한데뷔 야생돌(이하 '야생돌')' 역시 북미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멕시코 현지 방송사 TV Azteca 측은 "'야생돌'을 멕시코로 초대해 K-팝이 중남미 팬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야생돌' 측은 브라질 현지 방송국 Rede TV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야생돌'은 기존의 정형화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벗어나 야생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 오디션을 목표로 했다. 단순히 노래나 춤, 랩을 잘하는 것을 넘어 각 참가자들의 야생미 넘치는 매력을 엿볼 수 있어 해외 K-팝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도 국내보단 해외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방과후 설렘'은 국내에서 평균 1%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미미한 성적을 얻었으나 유튜브 영상은 최대 150만 뷰를 돌파하며 뜻밖의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더해 '방과후 설렘'은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을 앞세워 한국 연습생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내 걸그룹 지망생들을 모집했다. 해외 팬들은 각자 자신의 국적 연습생들을 응원함과 동시에 K-서바이벌의 매력에 차츰 스며들고 있다.
◆ "두유 노 '스퀴드 게임'"…명불허전 K-드라마 파워
오징어게임, 빈센조, 연모 / 사진=각 넷플릭스, tvN, KBS2 제공
현재 OTT 플랫폼 중 무섭게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넷플릭스다. 특히 넷플릭스 작품들은 170여 개국에 동시 공개돼 오리지널 시리즈 하나만 잘 커도, 열 콘텐츠 부럽지 않은 효과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 지난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17일 만에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뜨거운 인기몰이의 주인공이 됐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 박해수, 위하준, 정호연 등은 미국 NBC 간판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출연을 비롯해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정주행 시리즈(The Bingeworthy Show of 2021)' 부문을 수상했다. 여기에 더해 '오징어 게임'은 내년 1월 9일 개최 예정인 미국방송영화비평가협회가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뿐만이 아닌 TV 드라마 역시 해외 팬들의 열띤 사랑을 받았다. 지난 5월 종영한 tvN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빈센조'는 지난 5월 3일 기준 영국,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총 55개국에서 TOP 10 콘텐츠에 랭크됐다. 전 세계 드라마 콘텐츠 순위(World wide Top 10)로는 5월 3일 기준 최고 순위 4위를 기록했다.
현재 방송 중인 KBS2 월화드라마 '연모'도 K-사극의 매력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궁중 로맨스다.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그려내는 애틋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2월 9일 기준 '연모'는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제외하곤 한국 드라마로 유일하게 TOP10 기록이다.
이처럼 올 한 해 국내 콘텐츠들은 가요, 예능, 드라마 부문에서 열띤 활약으로 전 세계 곳곳에 K-콘텐츠의 위상을 알리는 데 힘썼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