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일명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오달수가 약 3년여의 자숙 기간을 거쳐 다시 대중 앞에 서고자 마음먹었다.
오달수는 영화 '올드보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방자전' '조선명탐정'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터널' '마스터' 등 히트작에 출연하면서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던 중 오달수는 2018년 2월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영화계에서 물러났다. 오달수는 "거제도에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단순하게 살고자 마음먹고 내려간 곳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주고 비가 오면 걱정하는 정도로 단순하게 지냈다"며 "거제도에 가기로 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살던 동네는 알려져 있으니까 앞마당에 모르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더라. 또 카메라 삼각대가 세워져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불편하더라. 내가 뭘 하는 게 가장 좋을까 생각해서 노동을 하기로 결정한 거다. 거제도 내려가서 딴 생각 안 하고 텃밭이나 가꾸자는 생각이었다"고 근황을 공개했다.
이어 "2018년 2월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덤프트럭에 치인 기분이었다.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린다. 술로 매일을 보냈다. 병원 신세도 졌다. 그렇게 두 달은 정신없는 상태로 지냈다. 서울에서 정신을 좀 차리고 부산으로 갔다가 다시 거제도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달수가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제작 시네마 허브)로 영화계에 돌아왔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 팀이 자택에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오달수는 극 중 자택에 격리된 야당 총재 의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달수는 영화 개봉부터 공식 석상에 서기까지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자숙 기간) 3년 동안 TV나 영화 채널에서 내 영화가 한 번씩 나간 걸로 알고 있다. 전혀 낯설게는 느껴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사실 너무 무섭고 떨리다. 섬에 있다가 오니까 많은 사람들 앞에 다시 나선다 게 큰 용기가 필요하더라. 그럼에도 나에게는 책임이 있다. '이웃사촌'을 촬영하는 도중에 사건이 터져서 제작사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감독님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피해를 준 건 나다. 그래서 무한 책임이 있다.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등에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내가 책임져야 되는 부분이니까 수긍했다"고 말했다.
이웃사촌 오달수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달수는 이런 책임감을 딛고 영화계에 돌아온 건 연기와 현장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도 여러 번 있었다. 거제도에서 해가 지고 나면 할 일이 없으니 TV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니 느끼는 게 컸다. 내가 아무리 생각 없이 산다고 해도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현장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고 전했다.
오달수는 왜 이렇게 영화에 대한 갈망을 느낄까. 그는 "학교를 다닐 때 출석 미달로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오늘도 안 나오면 재적이란다. 당시 극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학교를 가겠냐. 연기라는 게 그렇게. 지금까지 쉬지 않고 쭉 해왔다. 그래서 계속하고 싶은 것"이라며 "초반에 아예 정리를 해버렸으면 미련이 없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오달수는 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는 "아이러니하게 3년 동안 감독님이 영화를 주무를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 편집이 잘 되고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는 나 빼고 좋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오달수는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으로 낯설음을 꼽았다. 그는 "낯설었다. 나는 그간 감초 연기, 주변부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그런데 야당 총재를 하려고 하니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 나조차 낯설다고 말할 정도"라고 표했다.
의식은 야당 총재에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캐릭터 선택에 무게감이 있었을 터. 오달수는 "부담스러운 역할이다. 나는 코믹 이미지가 강한 사람인데 이런 역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싶었다. 그래도 감독님께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랬기에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었다.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전이라면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안 하려고 했다. 특정한 정치인에게 누가 될까 염려됐다. 그런데 이환경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아프고 슬픈 마음이 든다. 함께한 전작 '7번 방의 선물' 때도 그랬는데, '이웃사촌'도 그러더라. 이환경 감독 특유의 시나리오는 읽는 순간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런 분을 믿고 가보자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오달수는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별칭까지 지어주셨는데 얼마나 실망이 클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다만 작품이 좋으니 그냥 작품으로 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시기에 극장을 찾아 달라고 말은 못 하지만, 최선을 다해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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