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숨김 없는 화법과 발랄함, 밝은 에너지까지. 배우 안은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추민하와 꼭 닮아있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안은진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적 같은 선물처럼 찾아왔다.
안은진은 지난달 28일 종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은진은 캐스팅 막바지 오디션을 통해 이 드라마에 합류하게 된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그는 "초반에 작가님과 감독님이 오디션에 불러주셔서 갔다. 메디컬 드라마를 찍는다는 얘기만 듣고,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며 "대본도 없었고, 그냥 일상적인 질문을 많이 하셨다. '뭐 좋아해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하고, 그냥 수다를 떨고 온 느낌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디션 보고 나서 연기를 복기하는데 그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갈피를 못 잡았는데 몇 개월 동안 연락이 없으셔서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는 연이 없나 보다 생각했다"며 "그런데 마지막 즈음에 다시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이 오셔서 그때 추민하 역할 대본을 읽어보고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은진의 추민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캐스팅 막바지에 합류했다. 그만큼 제작진이 공을 들인 캐릭터라는 뜻도 될 터. 이에 대해 안은진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작가님과 감독님이 2017년 연극 '유도 소녀'를 보고 오디션에 불러주신 것만 알고 있다. 저를 따로 불러서 민하의 캐릭터의 방향성 등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합류하게 된 안은진에게 기대와 부담감이 공존했다. 안은진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작품에 '누가 되면 어떡하지? 내가 민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담감은 대본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소하고자 했다. 그는 "추민하가 패션도 과하고 표현도 센 인물이지 않나. 빠르게 오해하고 뒷담화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전부인 친구고, 말하는 게 그대로인 캐릭터다. 뒤가 없고 속 꿍꿍이가 없어서 제가 캐릭터를 해석해 표현하는 것보다 대본에 나와있는 걸 어떻게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확한 설명 안에서 자유롭게 놀면 되니까 편했다. 작가님이 제 성향을 아시고 잘 할 수 있는 것들만 넣어 주시니까 제 아이디어보다 써놓은 걸 완성만 하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흑진주 메이크업부터 물광 메이크업, 초록색 아이섀도 모두 대본에 나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이게 맞나?' 생각하다가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대본을 받고, 숍과 고민을 한 후에 합작으로 이뤄낸 결과다. 제 캐릭터의 모든 건 작가님의 큰 그림 안에서 놀았다"고 웃었다.
안은진의 '자존감 지킴이'도 있었다. 바로 배우 조정석이었다. 앞서 조정석은 인터뷰에서 추천하고 싶은 배우로 안은진을 꼽은 바 있다. 그는 "추천하고 싶은 배우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미 우리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던 배우"라고 했다.
이에 안은진은 "대본 리딩 때 조정석 선배님이 저를 보고 '타인은 지옥이다'를 재밌게 보셨다고 얘기해 주셨다. 인터뷰에서 조정석 선배님이 저를 언급해 주셨지만, 모든 후배들이 뭘 하는지 보시고 눈만 마주치면 칭찬을 해주신다"며 "후배들 모두에게 '칭찬봇'이다. 후배들 자존감 케어해 주는 선배님"이라고 웃었다.
이렇듯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 무대, 2018년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라이프', '킹덤', '빙의', '국민 여러분!', '타인은 지옥이다', '검사내전'까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안은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완벽하게 빛을 봤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안은진은 여전히 '시작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좋았고, 중학교 3학년 '밑바닥에서'라는 뮤지컬을 처음 본 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그때의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다.
안은진은 "'유도 소년'이라는 연극 이후에 '숫자녀 계숙자'라는 웹드라마에 오디션을 보게 됐고, 이후 단편 영화를 찍게 됐는데 굉장히 재밌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 '킹덤' 오디션도 불러주셔서 보고,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도 '이제 알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궁금한 게 훨씬 많다"며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얼굴이 알려진 느낌이지만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우 인생의 기승전결 중 '기'의 지점에 서 있다고 밝힌 안은진의 말대로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완벽한 기승전결을 갖출 그의 연기 인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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