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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제조기와 인디밴드는 왜 손잡았나?
작성 : 2014년 05월 13일(화) 09:14

인디밴드'잔나비' 왼쪽부터 유영현, 최정훈, 김도형

[스포츠투데이 김은애 기자] 최근 가요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이돌 전성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음악 프로그램의 90% 이상이 아이돌의 노래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귀에 착착 감기는 댄스음악이 있다면 여지없이 작곡가를 확인해도 좋을 듯하다. 아마 신사동호랭이일테니 말이다.

포미닛과 비스트, 티아라, 에이핑크, 달샤벳, 쥬얼리 등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손대서 안 터진 아이돌은 없다. 이제 그를 빼놓고는 케이팝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그가 인디밴드 잔나비의 프로듀서로 나섰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지? 도저히 궁금해서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잔나비


지난해 Mnet ‘슈퍼스타K5’에서 개성 있는 무대를 선보였던 잔나비는 1992년생 동갑내기 정훈·도형·영현이 결성했다. 이미 80회가 넘는 버스킹으로 실력을 닦은 이들은 신사동호랭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지난달 28일 첫 번째 음원 ‘로켓트’를 발매했다.

“’슈퍼스타K5’에 멘토로 참여하게 되면서 잔나비를 만났어요. 그들에게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 등에서 공연 영상들을 찾아봤죠. 처음에 ‘뭐 이런 또라이같은 애들이 있지?’ 싶었어요.(웃음) 찬찬히 살펴보니 곡도 잘 쓰고 실력이 엄청 뛰어나더라고요”

이어 “’슈퍼스타K5’에서 개성이 너무 강해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심사위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자신감을 많이 잃게 된 잔나비가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특유의 개성이 곧 대중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언해주며 인연을 이어가던 중 잔나비가 먼저 자신의 팀을 맡아줄 수 있냐고 제안해 왔다”고 귀띔했다.

신사동호랭이


잔나비가 직접 작곡한 ‘로켓트’는 하늘에 우리의 사랑을 쏘아 올리자는 내용으로, 포크록·레게비트 등의 장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브라스와 피아노를 재즈 풍으로 연주해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저는 정말 행정적인 업무만 했어요. 유통사 정리 같은?(웃음) 워낙 잘해서 제가 음악적으로는 도와줄 부분이 없었죠. 몇몇 지인들이 잔나비의 곡을 듣고는 뒤통수 맞은 것 같다고 놀라셨죠. 계산해서 곡을 쓰지 않아 자유로운 스타일이 매력이에요. 아마 들으시면 잔나비의 에너지틱함에 힐링될 거에요”

당초 잔나비의 ‘로켓트’는 4월 18일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개 이틀 전 16일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신사동호랭이와 잔나비는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음원 출시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잔나비 유영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정말 국민의 한사람으로 마음이 너무 아파요.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음원 발매를 연기했죠. 19일 코엑스에서 펼칠 예정이던 버스킹도 취소하고 발매 기념 공연도 조용히 진행했어요. 세월호 소식에 저도 힘들었지만 잔나비 친구들도 많이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잔나비가 사고 그날 바로 추모곡을 만들어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렸더라고요. 듣는데 눈물이 나려했죠”

비스트의 ‘픽션’, 현아 장현승의 ‘트러블메이커’ 에이핑크의 ‘노노노’ 등을 히트시킨 신사동호랭이는 아이돌 열풍의 주역으로 댄스음악의 절대강자다. 그와 홍대에서 활동하던 인디밴드 잔나비의 만남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원래 제가 밴드 출신이었어요. 잔나비를 만나면서 처음 음악하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죠. 사실 잔나비를 만나기 직전 저는 척박함에 빠져있었어요. 무조건 히트를 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힘이 들었습니다. 잔나비가 저를 그 위기에서 구해주고 변하게 만들었죠. 잔나비의 곡을 들을 때마다 저에게 자극이 되고 많이 배워요. 지금은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잔나비와 함께 해야 해요.(웃음)”

잔나비


신사동호랭이는 “뻔한 사명감이 아니라 잔나비를 시작으로 인디음악에 더욱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면서 “최근 인디밴드, 언더힙합을 지원하는 레이블 ‘캐시미어 레코드’를 설립했다. 여러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도움이 되는 레이블이 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놨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듭니다. 저로 인해 잔나비의 정체성이 흐려질까봐 조심스럽죠. 돈을 떠나서 정말 잔나비의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가요프로그램 출연보다는 공연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공연을 보러오는 팬이 다섯 명이 되던 열 명이 되던. 아이돌을 좋아하는 어린 팬들이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잔나비의 노래를 듣고 나이가 좀 있는 어른들은 예전 추억을 회상하며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고 20대 친구들은 공감을 하며 에너지를 얻길 바라요.”

잔나비 김도형

잔나비 최정훈



김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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