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연예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 아는 시대가 아니게 됐다.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자극적인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에게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검증되지 않은 루머까지 빠르게 확산된다. 특히 '충격' '폭로' 등의 문구를 앞세운 이른바 사이버렉카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를 기반으로 하나의 산업처럼 성장하고 있다.
대중은 왜 이러한 콘텐츠를 클릭하고 소비하는가, 또 연예인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공개되어야 하는가. 스포츠투데이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와 함께 '연예인 사생활 소비와 사이버렉카 시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사이버렉카'란?
과거에는 연예 전문 매체나 방송사가 연예 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대중이 소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플랫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연예 관련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대중은 보다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고, 댓글과 공유를 통해 실시간·쌍방향 소통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2020년대 들어 자주 언급되는 '사이버렉카'는 자극적인 이슈를 짜깁기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주로 연예인 열애설, 사생활 논란, 폭로성 이슈 등을 다루며 높은 조회수를 얻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서 아무거나 자극적인 내용들을 사실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취재나 사실 확인 없이 풍문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심지어는 허위 내용을 창작해서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충격·폭로"…조회수 노리는 사이버렉카의 확산, 처벌 수위는
사이버렉카 콘텐츠는 단순한 온라인 가십을 넘어 연예인들에게 정신적·사회적 피해를 남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사건이다. 해당 채널 운영자 A씨는 아이돌 관련 악성 루머와 허위 의혹을 다룬 자극적인 영상을 반복적으로 제작하며 논란이 됐다. 또한 유료 회원제를 운영해 2년간 총 2억5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룹 아이브 장원영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아울러 2억1000만 원의 추징금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유지됐다.
유튜버 구제역은 지난 2023년 주작감별사와 함께 사생활 의혹 폭로를 빌미로 먹방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55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주작감별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공갈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카라큘라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크로커다일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구제역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를 거듭했고, 지난 3월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구제역 측은 적법절차 원칙 위반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법정에 선 사이버렉카들에게 내려진 최고 형량은 징역 3년 안쪽이다. 명예훼손 사건이라는 점에서 징역 5년을 넘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유튜버 '장사의 신' 은현장은 방송을 통해 "사이버렉카들은 돈을 몇 십억씩 쓸어담고 있지만, 벌금은 300만 원 낸다. 이러니 누가 안 하겠냐"며 현행 처벌 수위가 범죄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SNS에서 허위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고, 설령 허위라고 해도 단죄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법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은데 반대로 벌 수 있는 돈은 굉장히 많다. 약간의 도덕률만 포기하면 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지금은 유튜브를 포함해서 사실상 무법천지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밝혔다.
하재근 평론가 또한 "자극적일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라며 "설사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크게 묻지 않다 보니 사이버렉카들이 자극적인 이야기만 끝없이 공급하고, 그러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와 악플로 인한 피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2021년 이후 매년 1만 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2021년 7644건이던 검거 건수는 2024년 1만23건으로 처음 1만 건을 넘어섰다.
◆ 플랫폼은 책임이 없는가
플랫폼 알고리즘 역시 자극적 콘텐츠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클릭과 체류 시간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그 과정에서 분노·혐오·논란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더 많은 추천을 받게 된다. 결국 사실 검증보다 속도와 화제성이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사이버렉카 콘텐츠가 반복 생산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렉카 콘텐츠가 유튜브 등 플랫폼 구조와 느슨한 규제 환경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현재 교수는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는 MAU(월간활성이용자)"라며 "플랫폼 입장에서 사이버렉카들은 일종의 영업사원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콘텐츠를 갖고 오든 어쨌든 MAU만 높이면 된다. MAU만 높이면 플랫폼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법적 장치가 없으면 범법의 온상을 방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헤드쿼터를 두고 있는 플랫폼 같은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은 유통만 할 뿐 콘텐츠 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바로 플랫폼인데, 그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교수는 국내 플랫폼 규제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유럽은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대한 보고 의무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도 알고리즘에 대해 보고를 요구하고 개입해야 하는데 사실상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구조들이 결국 지금의 온라인 부작용을 만드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궁금해서 눌렀다"…대중은 왜 클릭하는가
대중은 왜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소비할까. 인터뷰에 응한 시청자 정 씨(31)는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본 적이 있다며, 클릭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서"라고 답했다.
강 씨(32)는 "사회 현상이나 각종 이슈 등 대중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가지고 섬네일을 자극적으로 만들어 클릭을 유도하게 되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 씨(32) 역시 "섬네일이 자극적이어서 보게 된다"며 "막상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아 허탈함이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의 호기심과 군중심리가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호기심 욕구가 매우 강한 존재"라며 "연예인처럼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사생활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자극적인 정보에 관심을 가진다"며 "특히 잘 알려진 연예인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파급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회하면 자신도 따라서 하게 되는 동조심리가 작용한다고도 했다. 곽 교수는 "일단 열어보고 내용을 파악하려고 하는데 그게 결국 조회수를 높이게 된다. 별 내용이 아닌 것도 조회수만 높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군중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이 클릭을 유도하는 이유에 대해 "정보가 너무 많은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제목을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며 "콘텐츠 제작자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표현을 경쟁적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댓글 문화 역시 콘텐츠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곽 교수는 "조회수가 높거나 댓글이 많이 달린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진다"며 "특히 인간은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이 빠르게 퍼지게 된다"고 전했다.
◆ "연예인도 한 시민"…사생활 침해 어디까지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 대부분은 연예인의 사생활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 씨는 "연예인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생활 공개를 감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씨 또한 "연예인도 결국 한 시민"이라며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생활이 공개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일부는 연예인의 공적인 영향력이 큰 만큼 일정 부분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씨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사안은 공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산책이나 쇼핑 같은 일반적인 일상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중의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연예인도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며 "연예인의 의사에 반해서 대중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소비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유현재 교수는 "대중이 원천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성 스캔들을 알고 싶어 한다고 보진 않는다"며 "유튜브나 일부 미디어가 작은 사실을 과장하거나 없는 사실까지 자극적으로 포장해 대중에게 끊임없이 공급하고 있다. '당신은 이런 걸 원하잖아'라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던져주고, 일반 대중도 큰 고민 없이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고 다시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무심코 단 댓글 한 줄"…필요한 건 신중한 소비
사이버렉카 확산을 막기 위해선 단순한 형사처벌을 넘어 징벌적 손해배상 중심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입법토론회를 열고 허위·조작 정보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뻑가 방지법' 추진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는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의 협조 의무 강화, 피해자 보호 및 법적 지원 확대, 사이버렉카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반복적 가짜뉴스 생산 채널에 대한 제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전 의원은 "수익 창출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후에도 후원을 받는 사례가 많은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이버렉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이용자들의 미디어 소비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교수는 "무심코 쓰는 댓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자제할 때 콘텐츠 제작자들 역시 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현재 교수는 "가짜 뉴스 문제를 정치적 맥락에서만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혐오, 허위 정보, 개인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 역시 분명히 강하게 단죄돼야 한다.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민생 문제인데 정치권이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한 미디어 관련 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계속 유럽의 법만 참고할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클릭 한 번은 가볍지만, 그 클릭이 누군가의 삶에는 오래 남는다. 사이버렉카 시대의 콘텐츠 생태계는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 그리고 이를 소비하고 확산하는 이용 문화가 맞물리며 만들어지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