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이상하고 독특하고 묘한 캐릭터라 한들, 설경구는 그것을 오롯이 그려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설경구는 극 중 신경외과 전문의 최덕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자신과 닮은 천재 제자이자 사이코패스 세옥에 대한 애증, 연민, 사랑 등 복잡한 감정을 오롯이 소화해 호평받았다.
설경구는 자신이 맡은 덕희란 캐릭터에 대해 "일단 차다. 어둡다로 해석하고 다가갔다. 외딴 섬에 혼자만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8부작을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중간에 뇌 이외엔 바보 같고 어설픈 모습을 살짝 보여주며 변주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부분을 세옥에게 들키는 순간을 만들어 숨구멍을 만들고 싶었다. 차갑고 어두운 면만 보여주면 저도, 보는 사람들도 지치지 않겠나. 그 틈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연기생활 30여년 만에 처음 맡은 의사 캐릭터이기도 하다. 설경구는 "본격 의학 드라마가 아니라 더 다행이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변주 장면이 많아 다행이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하이퍼나이프'의 이야기는 사제지간인 덕희와 세옥의 이상하지만 묘한 관계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사람을 살리는 천재 의사이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사람을 쉽게 죽이기도 한다. 성질이 닮은 덕희와 세옥은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또 이해하며 아낀다. 평범한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설경구도 '죽음'을 대하는 '하이퍼나이프' 방식을 "불편하겠다 싶었다"고. 그는 "지금도 답은 없지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시키냐가 숙제였다. 5부에선 누가 죽냐, 6부에서 누가 죽냐. 그렇게 8부까지 가더라. 엔딩으로 갈수록 이러한 관계를 설득시키고자 했다. 살인하는 장면만 나오는 큰일 나지 않겠나"며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덕희는 티를 안내는 사람이고, 세옥은 표출하는 스타일로 이해했다. 과잉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해서 이런 인물도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그것을 설득시키는 게 배우라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이 따라와 준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설득은 통했다. '하이퍼나이프'는 공개 직후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대한민국 디즈니+ 콘텐츠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포르, 터키 5개국에서 콘텐츠 종합 순위 TOP 5에도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성적도 거머쥐었다.
설경구는 "종영하고 배우, 작가 등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다행이고 감사하다란 생각을 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그나마 묘한 감정들을 많이들 받아들여서 다행이고 감사할 뿐"이라고 덤덤히 얘기했다.
그러면서 "반응을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분석한다더라. 저희들이 절대 안 했던 분석까지 깊이 들어가는데 너무 감사하다"며 "'하이퍼나이프'는 다시 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드라마다. 이렇게 독특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한 적은 없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되게 묘하다란 생각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묘한 드라마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자 세옥을 연기한 박은빈의 노력을 인정한 선배 설경구다. '하이퍼나이프'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도 박은빈이었다고. 설경구는 "'이 역할을 저 배우가 한다고? 박은빈이 이걸?' 상상하니까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끌린 게 있었다. 박은빈이 선한 역할만 하다가 처음 이런 역할을 하다 보니까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며 "저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제가 박은빈에게 의지를 했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연기경력 30년 이상의 배우이자,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 '천재 의사' 등의 수식어를 가진 캐릭터들을 도맡고 있음에도 이러한 수식어들이 부끄럽단다. 그는 "저를 써준 것에만 최선을 다한 거지.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부끄럽다. 저는 주어진 것에 살아가는 사람, 열심히 하려고 게으름 안 피우는 그런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어야 한다'가 제일 중요해요. 현장이 제일 재밌고, 치고받고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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