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미치광이 의사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인터뷰]
작성 : 2025년 04월 18일(금) 07:00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박은빈은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데뷔 30년 차임에도 여전히 꾸준하고 성실하다. 그는 "저는 안전한 걸 좋아한다. 그렇지만 직업적으로 봤을 때 본의 아니게 챌린지가 되는 과정을 많이 겪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시행착오를 거쳤던 게 저의 큰 원동력이 됐다.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며 항상 저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실수를 줄이면서 별일 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똑 부러진 태도가 험난한 연예계를 겪으면서 큰 논란이나 공백기 없이 지낼 수 있었던 비결이지 않을까. 연기에서도 박은빈의 '똑 부러짐'이 잘 드러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많은 대사량과 어려운 법률 용어들을 소화했다면, 이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연출 김정현)에서는 의학 용어는 적었지만 선배 설경구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어떤 작품이든 '자기화'하는 모습이 다음 캐릭터를 궁금하게 한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스승 덕희(설경구)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재회한 두 사람의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박은빈은 극 중 합법적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불법으로 수술해 주는 섀도 닥터 세옥으로 열연했다.

박은빈은 변화의 변곡점을 잡아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아무래도 제가 맡아보지 않은 또 다른 결의 역할이기도 했고, 이 캐릭터 자체가 성격적으로 참 변화무쌍한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극심한 온도 차이를 오고 가는 데 있어서 한 사람이라는 것은 지켜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일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또 그런 극심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시청자분들이 이해는 안 가시더라도 '그래. 저런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라는 설득을 시키고 싶었던 게 배우로서 의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박은빈이 연기한 세옥은 17세의 나이에 의대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의 천재이지만, 인간의 뇌에 미쳐 있고 수술 하나에 죽고 못 사는 면모를 보인다. 이에 대해 "사이코패스다, 소시오패스다 이런 식으로 구분 짓는 것은 딱히 유의미한 작업은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그 둘을 혼용할 수 있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특성들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로 사이코패스라고 미디어에 많이 소개된 것 중 '공감 능력이 없다'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특성이더라. 그런데 공감 능력이 없는데 채우기는 또 감정적인 것 같고 그게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에만 방점이 맞춰진 어떤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왜냐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거랑 무감정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이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특성들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다층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내 목 건강을 걱정해주신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까지 화를 시시때때 내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이것 역시 안 해본 연기여서 속이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세옥의 대사 중에 굉장히 재밌는 게 많았다. 작가님만이 써주신 것 중 '하나 살렸으니 하나 죽여야지'가 있다. 이런 마인드가 괜찮은 걸까 싶다가도 박은빈으로서는 전혀 생각 못한 마인드로 부딪히면 어떤 것도 불도저처럼 헤쳐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통쾌함이 있었다. 세옥이를 통해서 화를 대신 많이 냈기 때문에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잘 분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세옥을 표현하는 데 있어 외적인 변화도 줬다. 박은빈은 "신기하게도 작품을 읽을 때면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영감이 떠올라서 머리 스타일도 좀 날것의 거친 느낌을 내려고 파마 한 번 하고 촬영할 때는 드라이 안 하고 그냥 머리만 감고 말려서 나왔다. 또 제가 피어싱이나 문신을 제안했고 의상 같은 경우 이 작품의 의상 실장님이랑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옥은 현재 시점에 붉은 계열을 입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반면 덕희는 푸른 계열로 등장했다. 또 6년 전과 현재의 대비를 어떤 식으로 주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녹색 계열을 입어서 그때 당시에는 좋은 새싹이 될 수 있었던 단초로써 저는 녹색 계열을 입고 싶다고 했다. 에필로그 때는 의사복을 제외하고는 사복으로 푸른 옷을 선택해서 덕희와 비슷한 계열로 세세하게 신경을 써봤다"고 밝혔다.

박은빈은 기존의 착한 이미지를 깨고 새 옷을 입어 본 소감에 대해 "일단 이 역할을 맡고 나서 시청자분들께 '많이 응원해 주세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차마 말씀드리기 어렵더라. 악행을 저지르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거니와 또 살인 같은 것에 대해서도 굳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저 스스로 이 캐릭터에 연민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세옥이란 친구를 새롭게 뒀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보여드릴 때마다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을 세옥이랑 같이 버무려서 봐주시는 시청자분들 덕분에 제 기대 이상으로 감정에 이입해 주신 분들도 많으셔서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이제 좀 걱정 없이 마음의 아픈 손가락이 아니게 그분들의 품 안으로 잘 보내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박은빈도 어렸을 때는 의사를 꿈꾼 적이 있었다. 그는 "결국 배우가 됐는데 그런 꿈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실현을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배우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대역 없이 직접 뇌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때는 이대 목동병원의 교수님께서 항상 상주를 해 주셨다. 덕분에 교수님을 통해서 의료인의 이야기도 듣고 또 실제 수술 상황에서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는 그냥 모형을 만지작거리면서 하루 종일 있었지만 만약에 이게 실제 뇌라면 한순간의 손짓으로 사람이 어떻게 될지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는 작업인 거다. 그런 면에 있어서 더 경이로운 작업을 하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설경구를 비롯해 윤찬영, 박병은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박은빈은 먼저 설경구와는 끊임없는 스몰 토크를 통해 가장 친한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윤찬영에 대해서는 "정말 태도가 좋은 친구"라며 "찬영이도 생략된 서사들 때문에 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고민들 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표현하면 더 좋을지 간혹 저한테 물어볼 때마다 참 예쁘더라"라고 밝혔다. 또한 힘들 때마다 박병은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웃음 사냥꾼'처럼 웃음을 줬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박은빈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라든지, 이미지를 탈피해 보고 싶었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제가 안 해본 것을 시도해보는 데 중점이 있었다. 시청자분들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신지도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적인 갈증은 안 해본 행동과 경험들, 표현들을 해서 확실히 좀 해소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은빈에게는 어떤 청사진이 있을까. 그는 "바로 앞에 놓여진 것보다 좀 더 멀리까지 보는 청사진을 그려보고 있다"며 "저의 성향을 돌이켜보자면 저는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좀 지루해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최선을 다한 만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 작품, 한 캐릭터를 떠나보내면 그것과 반대되는 성향에 좀 끌려하는 것 같다. 이번 대본도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하게 됐다. 또 과연 어떤 친구를 사귀게 될지 아직 결정한 바는 없지만, 소개해 드릴 때 기꺼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은빈은 "세옥이 참 자기 일에 그렇게 열정이 빚은 맹목적인 광기까지 보여주는데, 세옥이는 성격적인 특성 때문에 그 정도가 과하긴 했지만 그런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며 "저 또한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또 좋은 연기자 되려고 계속해서 고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