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로=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배구황제' 김연경이 정규리그 MVP로 선수 생활에 화려한 방점을 찍었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여자부 MVP는 언론사 투표 100%로 뽑혔고, 김연경은 31표로 만장일치 MVP에 뽑혔다. 여자부 만장일치 MVP는 이재영(2018-2019시즌)과 김연경(2022-2023, 2024-2025시즌) 둘 뿐이다.
통산 7번째 MVP이자 한국 복귀 첫 3년 연속 MVP다. 김연경은 지난 2005-2006, 2006-2007, 2007-2008시즌 3연속 MVP에 오르며 한국을 평정한 뒤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이후 지난 2020-2021시즌 국내무대로 복귀한 김연경은 다시 MVP를 독식하기 시작했다. 2022-2023시즌 MVP를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냈다.
앞서 20주년 여자부 베스트7과 2024-2025시즌 여자부 베스트7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름을 올린 김연경은 올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득점 585점(7위), 공격 성공률 46.03%(2위), 리시브 효율 41.22%(2위) 등을 기록하면서 한국 배구 최고의 공수겸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행사가 끝난 후 김연경은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연경은 "은퇴라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행사가 끝나는데,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휴식을 취하면 은퇴가 실감 날 것 같다. 마지막에 MVP까지 받게 되어 원하는 마무리를 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구 선수로서의 여정을 마친 김연경의 인생 제2막은 뭘까.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어드바이저라는 역할로 함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배구계에선 흥국생명과 함께 할 것 같다. 이후 KYK 이벤트 경기를 준비할 것 같고, 일단 좀 쉬고싶다. 쉬면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 지를 찾아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화롭게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방송을 통해서 배구를 알리고 싶기도 하고, 편안한 행정가의 역할도 하고 싶다. 지도자의 역할도 하고 싶은데,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쉬면서 생각을 하다보면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경 정도의 선수는 어쩌면 한국 배구에서 다시는 보기 힘들 수도 있다. 김연경은 "저 같은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저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나왔으면 생각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는 것 같다. 유소년 풀도 적고, 시스템적으로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많이 보완해야 될 것 같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김연경은 늘 지도자의 길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자신의 수필집인 '아직 끝이 아니다'에서 은퇴 후 지도자 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미국 등 해외에서 연수 과정을 밟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지도자는 항상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가 되라는 법은 없고, 쉬운 길은 아니기에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장 밖에서의 역할도 있다보니 여러 방면에서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김연경의 흥국생명은 KOVO컵에서 조기 탈락하며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했다. 여러 역경이 있음에도 통합 우승을 해내며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김연경은 "참 많은 힘듬이 있었던 것 같다. KOVO 컵에선 많은 분들의 기대에 못 미친 채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용병 교체 등의 이슈가 있었는데, 잘 이겨내면서 끝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올 시즌까지 우승을 못하면 너무 안 좋은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이번 시즌에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돌아봤다.
김연경은 지난 2005년 흥국생명을 통해 데뷔했고, 2025년 흥국생명에서 은퇴하며 선수생활을 마쳤다. 김연경은 "흥국이랑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보내준 구단이기도 하고, 막은 구단이기도 하다. 서로 관계가 좋다가도 안 좋기도 하고, 헤어질 듯하면서도 안 헤어질 듯 한 팀이다. 미운 정이 무서운 것 같다. 미운정으로 계속 있다가 고운 정이 생겨서 남게 됐다. 고마운 구단인 것 같다"며 팀에 감사함을 표했다.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한국 배구계의 흥행이 급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를 김연경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연경은 "사실 걱정이 많이 된다. 갑자기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생각은 못 하겠지만,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KOVO에서 리그 시스템을 바꿔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경쟁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출전도 주요 관심사고, 미래적으로 계획을 잘 짜야되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김연경이 배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들은 뭘까. 그는 "첫 번째론 올림픽 출전이다. 올림픽은 정말 나가본 사람이 그 느낌을 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와서 하는 스포츠의 축제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시합을 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해외 진출 했을 때도 기억에 남고, 마지막으로 이번 은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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