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인턴기자] 세계 배구를 평정한 김연경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그는 통합 우승으로 커리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흥국생명은 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홈 경기에서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2(23-25 18-25 25-22 25-12 15-12)로 이겼다.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흥국생명은 2차전까지 잡아내며 통합 우승까지 단 한 걸음을 남겨두었다. 흥국생명이 만약 4일 원정 3차전에서도 승리한다면,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5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4번째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1차전에서 16점, 2차전에서 22점을 책임지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팀의 정규 우승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총 585점으로 국내 득점 1위(전체 7위)에 올랐고, 공격 종합 2위(공격성공률 46.03%), 리시브 2위(41.22%) 등을 기록하며 공수 전반에 걸친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통산 6회, 연속 3회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이번 시즌 역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는 김연경이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는 지난 2월13일 GS칼텍스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오랫동안 일을 했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항상 좋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은 김연경에게도 의미가 크다.
192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스파이크 능력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의 움직임과 안정적인 리시브 역할까지 갖춘 김연경은 2005-2006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남달랐다. 신인상·정규리그 MVP·챔피언 결정전 MVP를 동시에 수상했고, 공격상·득점상· 서브상까지 거머쥐며 데뷔 첫 해 6관왕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국내 리그를 평정한 김연경은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섰다. 2008-2009시즌 후 일본 V.프리미어리그의 JT 마블러스와 2년 임대 계약을 맺었고, 2010-2011시즌 팀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2011년에는 더 큰 무대인 유럽 리그에 진출했다. 튀르키예의 명문 구단 페네르바흐체 SK에 합류해 7년간 뛰었다. 김연경은 유럽 진출 첫 시즌(2011-2012) 만에 팀을 역사상 첫 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이후 김연경은 중국 배구 슈퍼 리그의 상하이(2017-2018, 2021-2022)와 튀르키예의 엑자시바시(2018-2020)에서 뛰며 오랜기간 국외리그에서 활약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2020-2021시즌 1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김연경이 V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무려 16년 전이다. 김연경은 국내에서 뛴 7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복귀 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0-2021 복귀 시즌에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터지며 팀이 크게 흔들렸다. 정규 1위를 확정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던 2022-2023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먼저 2승을 따냈지만 내리 3경기를 지며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 굴욕을 당했다.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에 올랐지만, 정규 1위 현대건설에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 역시 통합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앞서 은퇴 발표 당시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내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 우승을 안 해본 건 아니라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좋은 마무리가 되도록 하는 바람"이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좋은 마무리를 누구나 원한다.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팀이 비시즌 때 준비를 했던 과정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잘 해왔기 때문에 이 흐름을 잘 가지고 가서 우승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 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너무 기쁘다. 많은 팬들 앞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특히 좋다"면서 "사실 오늘 경기도 어려웠는데 오늘 이긴 게 큰 것 같다 원정으로 떠나는 만큼 3차전에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흥국생명은 현재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우승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과연 김연경이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인턴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