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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시안컵]'2연패 노린' 일본, 초라한 퇴장
작성 : 2015년 01월 24일(토) 21:34

카가와 신지/gettyimages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디펜딩 챔피언' 일본이 2015 아시안컵에서 초라하게 퇴장했다.

일본은 23일(한국시간) 오후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패배했다. 지난 네 차례 아시안컵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선 4강 진출에 실패한 채 쓸쓸히 돌아가게 됐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최근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파문과 우치다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은 일본이었지만, 지난 대회 우승팀이 겨우 8강에서 무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의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이라크와 요르단,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를 차지했다. 7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1점도 없었다.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조별리그에서 적응력을 키웠기에, UAE 역시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본은 UAE를 상대로 120분 동안 무려 35번의 슈팅을 시도하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혼다 케이스케, 카가와 신지, 이누이 다카시, 오카자키 신지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들이 계속해서 골 사냥을 노렸지만, UAE는 쉽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실 UAE가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기보다, 일본이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린 장면이 더 많았다.

일본의 결정력 부족은 조별리그에서도 목격됐었다. 특히 이라크와의 경기에서는 1-0 승리를 거뒀지만, 양 팀의 경기력을 비교하면 점수 차이는 더 났어야 했다. 당시 혼다는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지만, 골대를 무려 세 번이나 맞추는 엽기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UAE전의 결과는 당시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결과다.

아기레 감독의 용병술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치른 네 경기에서 모두 같은 베스트 일레븐을 들고 나왔다. 골문은 가와시마 골키퍼가 지켰고, 포백은 나가토모와 모리시게, 요시다, 사카이가 나섰다. 중원에는 엔도와 하세베가 출전했으며 2선에는 혼다와 이누이, 카가와가 포진했다. 최전방엔 오카자키가 섰다.

멤버 구성을 보면 모두 아기레 감독이 신뢰할 만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잘 드는 칼도 계속해서 쓰다보면 날카로움이 사라진다. 가끔은 휴식을 통해 다시 날을 벼릴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아기레 감독은 같은 선발 명단만을 고집했고, 아시안컵 4강 진출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엔도-하세베의 중원 구성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엔도와 하세베는 오래전부터 일본의 중원을 책임진 베테랑 선수들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은 일본에 경험과 안정감을 더하며 그동안 많은 성과를 내왔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2011 아시안컵 우승은 모두 엔도와 하세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너무 노쇠했다. 이미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부터 그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엔도는 이제 풀타임을 소화하기에도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축구에서 중원은 전쟁터다. 그 어느 지역보다 치열하고 활발한 대결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아기레 감독은 엔도와 하세베의 동시 투입을 고집했고,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UAE전에서 엔도 대신 투입된 시바사키가 동점골을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유연하지 못했던 아기레 감독의 선택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14 월드컵과 2015 아시안컵에서 두 번 연속 실패를 맛본 일본 대표팀은 이제 변혁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일본축구협회는 아기레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지만, 이미 일본의 여론은 차갑게 돌아서 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의 여론을 가라앉히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아시아 최강'을 자처했던 일본이 실패의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앞으로 일본 축구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필 기자 sp907@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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