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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의 영역 '침범' [인터뷰]
작성 : 2025년 03월 13일(목) 07:47

침범 권유리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소녀시대 유리에서 '배우 권유리'로 영역을 확장한 지 오래다. 이번엔 '침범'으로 또 한 번 발판을 넓힌 권유리다.

12일 개봉한 영화 '침범'(연출 김여정·이정찬, 제작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다.

앞서 '침범'은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한차례 관객들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이어 마침내 정식으로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됐다.

권유리는 "이런 시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너무 설렌다. '침범'이라는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간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떨리고 기대된다"며 "사실 작년 부국제 때는 어리둥절했다. 첫 부국제이기도 했고, 좀 신기했다. 정말 우리 영화가 세상에 나오긴 할지, 언제 나올지 이런 생각이 조금 더 컸다. 이번엔 진짜 개봉하니까 현실적으로 다가온 느낌이 들어서 떨리고, 긴장되고, 설레고, 재밌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침범 권유리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침범'에서 권유리는 2부 김민 역을 맡았다. 유년시절 상처를 간직한 민은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자'를 자처하는 인물이다.

그런 민에 대해 권유리는 "내적으로 상처가 많다 보니까 외형적으로 거친 톤앤매너를 유지하려고 했다. 피부톤도 그동안 '소녀시대 유리'라는 모습이 매칭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한 톤 다운된 베이스에 주근깨도 그리고, 톤을 거칠게 표현했다"며 "머리도 풀뱅 앞머리를 해서 인상을 조금 더 가리고 답답하게 했다. 속을 잘 알 수 없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해영이와 대비되길 바랐다. 후반부엔 팽팽하게 붙어야 하는 액션신이 있어서 무게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권유리는 "마냥 가볍고, 여리여리하고 이런 캐릭터가 아니라 강단 있고, 단단하고, 심지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무게감으로 표현되길 바랐다"며 "캐릭터 자체가 임신 7주 차에, 생활력도 강한 아이다 보니 5㎏ 이상 증량했다. 의상도 거칠고, 거의 다 무채색에 늘 워커만 신고 다니고,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지만 그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거친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특히 앞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와 VIP 시사회에선 건조하고 거칠어진 권유리의 스크린 속 모습에 대해 "생전 처음 보는 유리의 얼굴"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기도.

해당 반응이 언급되자 권유리는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순간을 꿈꾸고 기다린다. 기존에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다. 저도 마찬가지"라며 "그럴 때 마침 '침범'이라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고, 제가 김민이 아니더라도 어떤 역할로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제가 워낙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해서"라고 말했다.

침범 권유리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그렇게 김민과 만나게 된 권유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작업과 마주하게 됐다. 권유리는 "민이로서 화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다. 그렇다면 제가 연기를 하고, 영역을 확장하는데 그러데이션으로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도전해보고 싶더라"며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도 딱 제 나이 또래셨다. 감독님의 입봉작인데 말도 잘 통하고, 신선한 이야기들로 신선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서 너무 재밌을 것 같은 작업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김민은 임신 7주 차지만, 아이를 지우고 싶어 한다. 사랑받지 못했던 유년시절의 상처가 한으로 남은 김민은 자신 역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권유리는 "민이가 시작하자마자 임신을 한 상태임에도 흡연을 한다. 임신을 했는데도 자기파괴적인 성향이 큰 거다. 자신이 사랑을 못 받았던 게 크기 때문에, 자신도 아이에게 사랑을 못 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아이를 안 갖고 싶은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런 민이는 자기파괴적임과 동시에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권유리 역시 "민이는 반대로 말하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망가뜨리고 싶고, 없애버리고 싶다는 소멸의 의미보단"이라고 해석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다양한 해석의 이야기가 오가자 권유리는 "이렇게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를 맡은 건 진짜 행운인 것 같다. 저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저렇게 토론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제가 해석한 민이는 참 측은하고 착한 아이다. 해영이와 같은 환경에서도 다르게 자라온 친구다. 경우의 수가 많다 보니 본성에 대한 기질을 고민할 여지가 있는 작품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바라보는 '침범'은 1부 소현에서 2부 김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어린 소현은 아역 배우 기소유가, 김민은 권유리가 연기하며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만 작업 과정에선 2부에서 1부 순서로 촬영했다고.

권유리는 "실제로는 2부를 먼저 찍고, 그다음에 전반부를 찍게 됐다. 감독님이 디렉팅 자체를 제가 소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실제로 저도 제가 소현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저는 민이로서 예민함을 잘 표현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했다. 관객들한테 헷갈리게 전달하는 것이 저 스스로의 미션이었다. 제가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따라서 극적인 긴장감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걸 명심하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침범'으로 배우로서 영역을 넓힌 권유리는 "아쉬움도 있지만 매우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적어도 저한테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잘 갈고닦고, 완성도를 높여서 더 살벌하게 해보고 싶다"며 "다만 조금 더 몰두해서 캐릭터 변화를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있다. 조금 더 과감한 변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침범 권유리 인터뷰 /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특히 앞서 진행된 '침범' VIP 시사회 당시 권유리의 무대인사를 응원하기 위해 팬덤 소원이 참석한 바 있다. 권유리가 속한 그룹 소녀시대는 지난 2007년 데뷔해 올해로 18주년을 맞았다. 온 마음을 다해 오랜 시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다.

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권유리는 "가끔 누군가 저에게 원동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제가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좋은 피드백을 해주고, 사랑해 주는 소원인 것 같다. 저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너무 많다"며 "그때마다 저를 특별하다고 얘기해 주고, 특별하게 봐주는 팬들이 있어서 그 힘으로 오늘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지겨운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유리는 "'침범' 개봉과 함께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 특별 출연이 남아있다. '침범'으로 인사드리고 나면 좋은 작품으로 함께하자고 제안이 들어올 거라 믿는다"며 "소녀시대는 내후년에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팬들이 찾아주신다면 언제든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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