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축구인들의 마음은 잡았다. 그런데 축구팬들의 마음을 잡을 수는 있을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정몽규 후보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수 183표 가운데 156표를 얻어(득표율 85.2%), 허정무 후보(15표)와 신문선 후보(11표)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는 지난 2013년 제52대 회장 선거 이후 12년 만의 경선으로, 축구인,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실제로 총 192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무려 184명(유효투표수 183표, 무효 1표)이 투표장을 찾아 자신의 표를 행사했다. 선거가 평일 오전에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려 95.8%나 되는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에서 85.2%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정몽규 회장은 큰 힘을 얻으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정 회장은 당선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득표율에 대한 질문에 "50%+1표를 목표로 열심히 달려왔다. 놀랍게도 많은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해 주셔서 긴장과 기대를 했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러나 축구인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과는 달리, 축구팬들은 정 회장의 당선에 큰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정 회장의 4연임 성공 소식이 보도된 뒤,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담은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사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정 회장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 2년 여 동안 벌어진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논란, 2024 AFC 아시안컵 우승 도전 실패 및 선수단 내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중 특혜 논란의 중심에 정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국회 현안질의나 국정감사 등에 참석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축구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에 정몽규 회장이 참석하면 늘 야유가 나올 정도다.
정 회장은 축구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결국은 소통이 중요하다. 팬들에게도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잘 설명하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만이 오랜 기간 높이 쌓인 만큼, 신뢰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문체부는 지난해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뒤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법적 다툼도 현재 진행 중이며,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의 4연임 성공에 관계 없이 감사 결과를 끝까지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 회장은 문체부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다시 설명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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