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한국 축구의 수장을 뽑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기호 1번 정몽규 후보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수 183표 가운데 156표를 얻어(득표율 85.2%), 기호 3번 허정무 후보(15표), 기호 2번 신문선 후보(11표)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올 경우 그대로 당선이 확정되며,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1, 2위 간의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몽규 후보가 과반을 훌쩍 뛰어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로써 정몽규 회장은 지난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제53대, 54대, 55대 회장까지 4연임에 성공했다. 정 회장의 새로운 임기는 당선 즉시 시작됐으며, 종료 시점은 2029년 초 정기총회이다.
당초 이번 선거는 지난달 8일 실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후보 측이 선거 운영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법원에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선거 하루 전날 이를 인용하면서 연기됐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같은 달 23일을 새로운 선거일로 공고했지만, 허정무, 신문선 후보가 이에 반발하면서 선거운영위원회가 전원 사퇴했고 선거는 다시 연기됐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한 뒤 2월 26일을 선거일로 정했다. 세 후보는 전국 각지를 돌며 표심 잡기에 나섰고, 가장 많은 축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정몽규 후보였다.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HDC)을 이끄는 기업인 출신이다. 지난 10여 년 간 한국 축구의 수장을 맡았으며, 이 기간 동안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정몽규 회장은 축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보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논란, 2024 AFC 아시안컵 우승 도전 실패 및 선수단 내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중 특혜 논란 등의 중심에 섰다.
이러한 논란 등으로 인해 지난해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와 국정감사에 출석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뒤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 회장의 경쟁자로 나섰던 허정무, 신문선 후보도 정몽규 회장 시대 종식과 축구계 개혁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축구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4년 더 한국 축구계를 이끌게 됐다.
정 회장은 당선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처럼 많은 선거인을 만난 것을 처음이다.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앞으로도 축구인들을 찾아가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정 회장은 또 "여러 축구인들을 만나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문제인 것 같다"며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더욱 빨리 소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문체부의 징계 요구와 이에 관한 법적 다툼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축구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은 소통이 중요하다. 팬들에게도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잘 설명하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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