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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신재휘의 자기만족 [인터뷰]
작성 : 2025년 02월 16일(일) 08:11

검은 수녀들 신재휘 인터뷰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모로 가도 한길만 걷는다면, 언젠간 꿈꾸던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연기를 향해 차분히 걸어가고 있는 배우 신재휘 얘기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검은 수녀들'(연출 권혁재·제작 영화사 집)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는 설 연휴에 개봉한 '검은 수녀들'은 개봉 이후 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수 60만6156명을 기록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이에 대해 신재휘는 "다들 그러시겠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저희가 아무리 좋다고 느껴도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 있다. 그래도 잘 전달돼서 이 정도 성과를 얻은 것 같아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검은 수녀들 신재휘 인터뷰 / 사진=NEW 제공


극 중 신재휘는 유니아(송혜교)의 절친한 무당 효원(김국희)의 말 더듬이 제자인 애동 역을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는 신재휘는 "오디션이 두 차례였다. 제가 봤던 오디션 중에 가장 어려웠다. 보통 오디션 대사가 한 장에서 두 장 정도인데 애동이는 두 줄이다. 설정도 말을 더듬는다는 것이었고, 경문도 두 장이었다. 급하게 경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직접 들으면서 연습했건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재휘가 중점을 둔 것은 각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이었다. 신재휘는 "감독님은 애동이가 희준(문우진)이와 수녀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제 반응을 많이 보셨다. 경문은 외우는 높낮이도 중요했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음을 담아서 표현하길 바라셨다. 그걸 최대한 표현하려고 애썼는데 그걸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재휘 역시 애동과 희준의 대면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애동이가 희준이를 우위한 시각에서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와 닮아있구나'라는 것이 메인 포커스였다"며 "어떻게 담아낼지 촬영하는 내내 연구했다. 왜 애동이가 희준이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됐고, 어째서 살리고 싶은지, 어떤 마음으로 북을 치게 됐는지를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애동은 권혁재 감독과 신재휘가 숱하게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완성됐다. 신재휘는 "금지된 자들이 모여서 의식을 치르는 거니까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희준이를 향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표현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도 제 의견을 많이 물어보셨다"며 "저도 '동질감'이라는 키워드와 맞아떨어졌다. 두렵지만, 이 아이에 대한 동질감의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의식을 치르러 간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게 맞아'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 신재휘 인터뷰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후반부 애동은 유니아(송혜교), 미카엘라(전여빈)를 도와 금지된 의식을 치른다. 두 수녀는 교회법상 의식을 치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애동 역시 정식 무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오직 소년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의식을 진행한다. 특히 희준이를 살리기 위해 목놓아 경문을 외우는 애동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대해 신재휘는 "구마장면에서 제가 엄청나게 소리를 치진 않는다. 처음엔 일반 법사님들이 그러하시듯, 소리를 크게 내서 경문을 외우는 장면을 예상했다. 장엄구마신을 찍고, 제 장면을 뒤에 찍었는데 제가 앞선 촬영분을 보여달라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강렬하더라. 우진이가 난리를 치고, 수녀님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어서 저도 비슷한 레벨로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여러 디렉션이 추가됐고, 지금의 장면이 완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독교 집안에서 독실하게 자라왔다는 신재휘는 "원래 무속신앙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궁금해지더라. '검은 수녀들'은 저에게 재밌는 기회였다"며 "무당 선생님들이 두, 세 시간 동안 온몸을 다해서 굿을 하시는데 정말 대단한 위로의 시간이더라. 단순히 귀신을 쫓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제가 매체를 통해 봐 왔던 무당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가 타 종교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이번 작품으로 새로 깨달은 게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재휘는 "자문을 주셨던 무당 선생님이 계셨는데 제가 경문을 외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었다. 근데 무당 선생님이 쿨하게 '재휘 씨, 내가 연기 배운다고 천만 영화 배우 되는 거 아니잖아'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얌전히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후속편이다. 당시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이어 10년 만에 후속편으로 선보인 '검은 수녀들'인만큼, 출연 배우 입장에선 부담감도 있었을 터다.

검은 수녀들 신재휘 인터뷰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재휘는 "후속작이나 스핀오프작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전작을 이겨야지' 이런 것보단 새로운 인물들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며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어떻게 설득할지, 오컬트에서 봐왔던 무당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까 관객들의 평가에 대한 걱정보단 그냥 지금 당장 제가 더 큰일이 났다는 생각에 이 부분에만 매진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악령이 들린 희준 역을 연기한 아역 배우 문우진이 언급되자 신재휘는 "정말 놀라웠다. 촬영 당시에 우진이가 중학생이었는데 저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싶다. 나이대에 비해 성숙하고, 표현도 깊다"며 "제가 우진이를 보면서 배웠던 순간도 많다. 저랑 10분 전까지만 해도 장난을 쳤는데 '슛' 들어가니까 정말 빨리 집중해서 (극 중) 죽고 싶은 아이로 변하더라. 무서울 정도였다. 따로 촬영했지만 장엄구마신도 영상 모니터를 하면서 정말 놀랐다"고 감탄했다.

이어 신엄마 효원보살 역을 맡은 배우 김국희에 대해선 "저는 늘 선배들을 대하는 게 어려웠는데, 국희 선배가 정말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같이 무당 연기 연습을 하러 갔었는데 갈 때마다 친절하고 재밌게 대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선배가 워낙 잘하시니까 저 스스로 오기도 생기고, 신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애동의 마음처럼 저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은 수녀들'의 두 주인공 송혜교와 전여빈이 언급되자 신재휘는 "송혜교 선배는 신화 속 인물을 보는 것 같았다. 기둥 역할이셨다. 유니아가 지니는 묵직함이 저에게도 전달돼서 연기할 때마다 너무 떨렸다. 어떤 위압감이 느껴지더라"며 "여빈이 누나는 정말 몸을 안 사리는 배우였다. 모든 분들이 애를 썼지만, 여빈 누나는 뛰고, 넘어지는 신을 찍으면서 오직 한 커트를 얻으려 몸을 갈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늘 저런 마음으로 연기해야 저런 위치에 갈 수 있고, 인정받는 배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17년 웹드라마 '새벽세시2'로 매체 데뷔한 신재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재학(현 휴학)했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에 대해 신재휘는 "중학교 때쯤인가. 우진이 나이 때 막연하게 배우를 하고 싶었다. 연기가 어떻고, 그런 것보단 TV에 나오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근데 성격도 내성적이었고, 살도 많이 쪘던 상태라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입시를 해야 하는데 어떤 과에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연기가 제일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1년을 줄 테니 해봐라'고 하셨고, 성심성의껏 했더니 운 좋게 한예종에 갔다"고 남다른 이력을 밝혔다.

그러나 신재휘는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 완전히 달랐다. 제가 막연히 했던 건 감상인데 연기는 감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더라. 제가 표현을 해야 감상을 하는데, 제가 어딘가에 봤던 감상을 표현하니까 '저게 뭐야'가 됐다. 그 차이점을 깨닫고 충격이었다. 저 스스로 연기를 너무너무 못했고, 한예종에 가서도 연기를 못했다. 군대에 갔다 와서도 못했고, 그 전도 못했고, 쭉 못하다가 열심히 뭐라도 하니까 조금씩 늘더라"며 "더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면서 연기 수업도 받고, 촬영도 하면서 배우게 된 게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데뷔작을 회상하던 신재휘는 "너무너무 힘들었다. 첫 악역이기도 하고, 연기적으로 확신이 크지 않았고, 방송 쪽에선 아무것도 해본 것이 없으니까 기회가 왔을 때 걱정이 많았다"며 "특히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제가 오디션 때는 잘 해낸 부분이 있는데 떨고, 걱정하니까 그게 자꾸 사라져 간다고 코칭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이 저를 정말 엄하게 대하셨는데 막상 뒤에선 제 칭찬을 많이 하셨다더라. 그게 돌고 돌아 제 귀에 들어왔다.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막연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 신재휘 인터뷰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눈물·콧물 쏟았던 데뷔작을 거쳐 신재휘는 영화 '애비규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정직한 후보2' 등을 비롯해 SBS '아무도 모른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디즈니+ '무빙' 등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신재휘는 "사실 학부 때나 연극, 뮤지컬을 할 땐 악역을 해본 적이 없다. 선역이나 우스꽝스러운 역할만 했는데 지금은 어느 포인트에서 감독님들이 저를 악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다"며 "사실 마음은 선역이 편한데, 악역들은 도전하면서 재밌다. 안 해봤고, 어렵고, 모르는 부분을 시연해서 설득시키는 과정이 흥미롭다. 선역은 또 선역대로 제 안의 일상적인 선함을 나누는 느낌이라 흥미롭다"고 이야기했다.

기자의 시선에서 본 신재휘는 데뷔 초 뚜렷한 짝눈으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마스크였다. 현재는 양쪽 다 쌍꺼풀이 있는 눈으로 정착했다. 이에 대해 신재휘는 "데뷔 초엔 짝눈이 콤플렉스였다. 실제로 오디션을 볼 때 어떤 감독님은 저에게 눈을 바꿔야 한다고 하셔서 고민했었다. 그리고 나선 제 짝눈이 스스로 강점이다 싶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근데 또 뭐 지금의 얼굴은 지금대로"라고 웃음을 보였다.

올해로 데뷔 9년 차가 된 신재휘는 "저에게 연기는 자기만족이다. 제 만족을 허투루 안 하고, 제대로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는 평가가 오는 것 같다. 처음엔 저도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럴수록 이상하게 연기하더라. 남의 시각을 생각하면서 하는 연기랑, 즐겁게 할 수 있는 연기는 다른 것 같다"며 "지금처럼 좋고, 행복하고, 동시에 괴롭지만 잘 해내고 싶은 열망이 있는 상태로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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