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전여빈이 '검은 수녀들' 미카엘라에게 숨을 불어넣었다. 전여빈과 만나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 미카엘라 수녀다.
영화 '검은 수녀들'(연출 권혁재·제작 영화사 집)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후속편이다.
지난달 24일 영화 '하얼빈' 개봉에 이어 한 달 만에 '검은 수녀들'로 스크린에 나서게 된 전여빈은 "촬영은 이미 1, 2년 전에 다 했기 때문에 되돌릴 순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관객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있다"며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개봉이 밀접하게 붙어있을 줄은 몰랐다. 홍보를 하면서 영화들에 대해 떠올려보니까 자신을 넘어서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마음이 닮아있더라. 그걸 위해서 한 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사람들의 연대가 담긴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특히 오컬트 장르에서 여성 배우 두 명을 주연으로 세운 것은 애석하게도 국내 영화판에선 드문 일이다. 전여빈 역시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여성 투톱 영화가 극장가 대목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엄청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일이 아닌 것 같고, 많은 일도 아닌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검은 수녀들'이 관객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서 이런 기회들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여빈은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전작 '검은 사제들'을 언급하며 "저도 작품을 너무 재밌게 본 관객이었다. 그래서 이번 '검은 수녀들' 제안이 왔을 땐 어떻게 써지게 됐을지 너무 흥미로웠다. 뿌리는 같지만,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보여주시려고 하는 것 같았다.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 장르에 충실함을 가진 영화라면, '검은 수녀들'은 사람들의 연대감이 돋보이는 드라마 형식의 오컬트라고 생각했다. 그런 차별점이 저에겐 다양함으로 다가와서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검은 수녀들 전여빈 인터뷰 / 사진=NEW 제공
전여빈이 연기한 미카엘라 수녀는 금기된 의식에 나서려는 유니아(송혜교) 수녀와 동행한다. 다만 미카엘라 수녀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악령의 존재를 외면해 오던 인물이다.
그런 미카엘라에 대해 전여빈은 "몽타주 그림 형식으로 등장하는 전사들에 기초해서 캐릭터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제가 느낀 미카엘라는 '귀태(鬼胎)'라고 '저주받은 아이'라고 프레임이 쓰인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로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주변 어른들에 의해서 자신이 귀태라는 것 때문에 상처받은 부모님도 있었을 테고, 굿판을 전전하기도 했을 것"이라며 "봉쇄수도원에 들어가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자신과 똑같은 환경에 놓인 룸메이트 언니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오로(이진욱) 신부가 미카엘라의 주치의였는데, 지금은 자신의 스승이 됐다. 바오로는 부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령(靈)'을 느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이다. 구마 자체가 영적인 것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부마는 단순히 정신질환이라 과학적으로 고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카엘라는 바오로 신부에게 솔직하지 못한다. 보이는 걸 안 보인다고 하고, 느끼는 걸 안 느낀다고 한다. 희준이(문우진)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지만 표현을 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숨기고 있고,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미카엘라는 유니아를 만나며 차츰 억눌러왔던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며 성장해 나간다. 전여빈은 "유니아는 금기된 것들에 대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아간다. 미카엘라는 자신과 전혀 다른 유니아를 보면서 스스로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됐을 수도 있다"며 "그렇게 확신을 가졌을 땐 바오로 신부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타로카드를 꺼낸다. 그때 유니아가 '너 제법이다'라는 식으로 칭찬을 해준다. 제가 해석했던 것은 미카엘라가 그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받아들여졌던 경험이 그때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미카엘라에겐 해제의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억압됐던 아이가 성인의 껍질을 벗고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각성(?)한 미카엘라는 비로소 솔직해진다. 특히 유니아 수녀를 향해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전여빈은 "수녀의 입장에서 욕설을 한다는 건,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 형식적으로 아는 수녀님들 안에는 모두 인간적인 면모들이 있을 거다. 그래서 저는 상이하게 구분하려고 하진 않았다"며 "욕설을 내뱉는 순간에도 이유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재채기처럼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큰 부담감이 있진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검은 수녀들 전여빈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mmm 제공
이와 함께 전여빈은 유니아 수녀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에 대해 "제가 학창 시절에 혜교 선배의 작품들은 웬만해선 다 봤던 것 같다"고 '찐팬'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선배를 만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그걸 좋아했던 시절의 제 모습도 떠올랐다. 어느샌가 '배우'라는 꿈을 키우다가 그 배우를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니 이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배우로 성장했는지도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또한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이라는 영화는 유니아와 미카엘라의 관계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미카엘라는 유니아와 너무나 다른 사람인데, 어느 순간 마음이 통해서 같이 돕기로 결심하고 나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인물이라고 느꼈다"며 "유니아라는 인물의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사람을 아우르는 에너지는 인간 송혜교, 배우 송혜교와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과 설 연휴에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게 된 전여빈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할 수 있다는 것, 제가 그 직업으로 쓰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배우는 자기가 아무리 마음을 먹고 준비가 돼 있다고 한들 찾아주시는 분들이 없고, 작품이 없고, 봐주시는 관객이 없으면 그 노력이 어디로 쏟아져야 할지 방향을 모른다"며 "지금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게 되고, 커다란 행운이 도와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 행운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말고, 감사하면서 너무 들뜨지 않게 겸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나아져가려고 마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만이 가진 키워드에 대해 "'검은 사제들'과 다르게 두 수녀들이 나와서 하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달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한 사람씩 모이는 연대의 힘을 통해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며 "자신의 삶을 빗대어 봤을 때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고,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뭔가를 이뤄나가는 과정들을 떠올릴 때 힘을 받고, 용기를 나눠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검은 수녀들 전여빈 인터뷰 / 사진=매니지먼트 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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