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나영석 PD의 '콩콩밥밥'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수익을 앞세운 안일한 기획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콩 심은 데 콩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이하 '콩콩밥밥')는 '콩콩팥팥'의 스핀오프로 이광수, 도경수의 구내식당 운영기를 다룬다. '삼시세끼 Light'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이 수확한 감자를 음식 재료로 가져왔다. 이미 인기가 입증된 소재가 다수 배치된, 꽤나 흥미로운 구성이나 막상 뚜껑이 열린 현재, 그다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청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첫 회 4.1%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 3회가 3.1%로 감소된 뒤 정체 중이다. 나영석 PD의 전작인 '삼시세끼 Light'(최고 11.8%, 최저 5.6%)보다 낮고, '콩콩밥밥'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콩콩팥팥'(최고 5.0%, 최저 3.2%)보다도 낮다.
'됴리사'란 별칭처럼 음식을 계량 없이 뚝딱 만들어내는 도경수와 투덜대면서도 순간순간 재치를 쏟아내는 이광수에게는 문제가 없다. '찐친'인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케미'와 수십명의 음식을 멋들어지게 만들어내는 둘의 고군분투는 분명한 재미 포인트다.
그러나 프로그램 전체를 이끌어가는 재미 자체가 크게 없는 편이다. 그 중심에 자사 에그이즈커밍 홍보에 혈안이 된 듯한 나영석 PD의 구성 방식이 있다.
최근 나영석 PD는 자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키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본방송에서는 일부 편집된 편집본을 송출하고, 유튜브로 풀버전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실제 '콩콩밥밥' 방송 중에도 '(유튜브를 통해) 풀버전에서 확인하세요'라는 자막이 종종 등장한다.
문제는 본방이다. 유튜브로 따로 찾아서 볼 정도로 재미 있을 만한 핵심 부분들이 빠지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경우가 잦다. 유튜브 구독자 유입을 위해 시청자가 흥미 있어할 부분이 갑자기 잘려버리는 셈이다.
일례로 2회에서 간식으로 만들어졌던 감자전의 경우, 재료를 손질하는 장면이 나오던 중 갑자기 만드는 과정이 통째로 빠져버렸다. 3회는 더 했다. 점심식사 후 간식으로 준비된 샌드위치는 조리과정 전체가 완전히 삭제됐다. 점심식사 배식을 마치고 이광수, 도경수가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샌드위치를 배달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물론 나영석 PD가 tvN이라는 대기업에서 나와 일명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이들이 설립한 회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한 입장이다 보니, 소위 '풀버전'이라는 자체 콘텐츠로 빵빵한 추가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본방을 챙겨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사라져버렸다.
그 탓에 다른 일반 회사가 아닌 굳이 에그이즈커밍에 구내식당을 만든 의도도 비슷한 맥락에서 수익을 앞세웠다고 느껴질 여지가 있다.
에그이즈커밍에 구내식당을 만든다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제작비 절감과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만약 매번 구내식당을 입점할 회사를 바꾸게 되면 사전에 들어야 할 발품과 섭외 비용 등이 들 테고 제작비도 상승했을 테다. 또한 실제 음식을 먹는 당사자가 에그이즈커밍 사우들이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물론 이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명 등이 자막 등으로 반복 노출되며 저절로 에그이즈커밍의 홍보 효과가 나고 있다.
실제 무슨 의도였을지 나영석 PD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일한 기획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콩콩밥밥'의 경우, 매 끼마다 같은 사람이 오기에 먹는 스타일이나 평이 반복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같은 사람, 그것도 유명인이 아닌 사람의 비슷한 음식평을 매주 궁금해할 시청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콩콩밥밥'의 재미는 요리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요리 제조 부분이 본방송에서 편집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더 큰 재미 부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제작진이 내놓는 평가는 일부 불쾌하기까지 하다. 너무 좋았다는 리뷰가 대부분이었으나 "고기가 이에 끼니 이쑤시개가 있으면 좋겠다" "다른 구내식당은 메뉴 여러 개 선택할 수 있던데 여기는 단일 메뉴냐" "반찬이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등의 평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호평을 내놔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방송은 솔직해야 하기에 평 역시 솔직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나, 앞선 평들은 상황을 고려할 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콩콩밥밥'은 전문 식당 영업인이 아닌 연예인 두 명이서 수십명의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여건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내놓는 메뉴가 객관적으로 볼 때 조악하지도 않다. 방송종사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 혹은 센스 있는 답변이라 포장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콩콩밥밥'은 재미도, 성적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숱한 유명 프로그램을 쏟아낸 소위 '스타 PD'다. 안타깝게도 에그이즈커밍으로 오면서 나영석 PD의 재미 공식도 뒤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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