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세계 문화 유산을 훼손한 KBS 드라마가 촬영 분량을 폐기하기로 했다. 수차례 사과를 전했으나, 결국 이에 따른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16일 KBS에 따르면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드라마팀이 촬영한 병산서원 영상은 전량 폐기됐다.
안동시에서 해당 촬영분에 대한 폐기를 요청했고, KBS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KBS는 추후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공식 사과를 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일 한 건축가는 자신의 SNS에 "KBS 드라마 제작제작진이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의 폭로글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건축가는 경북 안동시 소재 병산서원을 찾았다가 스태프들이 기둥에 못을 박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지켜보던 시민이 나무라자 "허가 받은 거라고 몇 번을 말하냐"는 등 오히려 짜증을 냈다고. 사진도 공개했다. 못 자국으로 훼손된 기둥과, 스태프가 등을 달고 있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를 대표하는 서원으로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건축가의 폭로글은 빠르게 공유됐다. 안동시 게시판에는 시민들의 항의글이 빗발쳤고, 전수 조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졌다.
안동시청 문화유산과는 촬영 허가를 내줬지만, 훼손에 대해선 당황스럽다며 "관련 법에 의거 촬영 중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병산서원 내 누각 만대루 보머리 여섯 군데와 기숙사 동재 기둥 한 군데 등 총 일곱 군데에 못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 촬영팀은 곧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 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한 네티즌은 지난 3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제작진을 문화재 유산법 위반으로 안동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자 KBS는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결과 기존 못자국 10여 곳에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못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한편, KBS는 지난 2007년 대하 사극 '대조영' 촬영지인 국가사적 147호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못을 박고 방치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복구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다. 이후 또 다시 문화재 훼손 논란이 발생하자 시청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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