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승민이 이번엔 '이기흥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 체육계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유승민 후보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 투표수 1209표 중 417표(34.49%)를 득표, 다른 5명의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3선 도전에 나섰던 이기흥 후보는 379표(31.35%)에 그치며 낙선의 쓴맛을 봤다. 강태선 후보(216표, 17.87%), 강신욱 후보(120표, 9.93%), 오주영 후보(59표, 4.88%), 김용주 후보(15표, 1.24%)가 그 뒤를 이었다. 무효 투표수는 3표였다.
이번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후보(6명)가 출마하고, 가장 많은 선거인단(2244명)이 참여하는 선거로 관심을 모았다.
유승민 후보는 이기흥 후보의 3선이 유력하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 체육계 수장의 자리에 오르며, 앞으로 4년간 한국 체육을 이끌게 됐다.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승리였다.
탁구 남자 단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승민 후보는 은퇴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국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 '체육계 대통령'의 자리에 도전했다.
체육계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등장한 유승민 후보는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을 연임하며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진 이기흥 후보의 아성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도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무산되면서, 이기흥 회장이 쉽게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는 체육계 현장을 발로 뛰며 체육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선거 운동 기간 막판에는 네거티브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유승민 후보의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에는 큰 손상을 주지 못했다.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 유승민 후보는 당당히 한국 체육계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유승민 후보의 당선은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획득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유승민은 당시 결승전에서 왕하오(중국)와 맞붙었는데, 올림픽 결승전 맞대결 전까지 성인 무대 전적 6전 전패로 압도적 열세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왕하오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유승민은 결승전에서 오히려 왕하오를 압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역사, 탁구 역사에 남을 이변이었다. 그리고 21년 뒤 유승민은 탁구대가 아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21년 전 못지 않은 이변을 연출했다.
대한체육회장 자리에 오른 유승민에게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들이 쌓여 있다. 여러 이슈로 실추된 체육계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고, 체육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해묵은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또한 2027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 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등 굵직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을 이끌어야 한다.
체육계 위기의 순간에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유승민이 한국 체육의 개혁과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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