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나훈아가 은퇴 공연에서 최근의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여야를 모두 비판한 가운데, 문화평론가 김갑수가 "비열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13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는 '열받은 김갑수 "나훈아는 교활한 노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진행자 최욱이 "나훈아가 은퇴 공연장에서 내란 사태에 관해 이야기했다. 근데 지금 상황이 워낙 엄중하다 보니까 논란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인데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갑수는 "가장 비열한 거다. 중립 행보라기보다 자기는 어느 쪽의 편을 들고 있는데 입장 곤란할 때 피해 간답시고 저렇게 한 것"이라며 "나훈아가 78세다. 그러니까 유명인이자 78세 먹은 한 노인의 음성으로 들어야 한다. '그 또래 노인들은 왜 그럴까?'라는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태극기 집회 노인들, 집회까지는 안 나가더라도 한국에 사는 일반적인 70~80대 노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도 경험적으로 계엄령이 발동되면 민주주의 체제는 없어지고 개인의 인권, 자유가 사라지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는 것이 이들의 제일 큰 인식"이라며 "이들에게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작동되는 현대사회가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조선 놈은 강하게 때려잡아야 말을 듣고 그래야 나라도 발전했다'고 본다. 이분들은 한국이 최저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오기까지 강한 독재자들이 강한 힘으로 조선 놈들을 때려잡아서 여기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욱이 "그야말로 노예근성 아니냐"고 묻자 김갑수는 "가장 노예스러운 것이며 거기에는 뿌리 깊은 유전자가 있다. 조선조를 보면 신료들은 중국을 어버이의 나라로 여겼고, 일본이 힘이 세져서 들어오니 만세를 외쳤고, 지금은 미국이 득세하니까 집회에 나가 성조기를 흔든다. 이 유전자가 계속 유전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층들, 40~50대까지는 민주주의 효용성을 경험해서 정상적인 서방 민주주의가 온당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70~80대는 안 변한다. 나를 반대하는 세력은 옛날에는 '빨갱이' 했으면 됐는데 현실에서 '빨갱이'가 잘 안 먹히니까 온갖 억지소리를 한다. 나훈아가 경상도·전라도 일당독재라는 다른 논점을 들며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훈아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라스트 콘서트 - 고마웠습니다!'에서 정치 상황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라고 말한 뒤 왼쪽 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하는 반응이 나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1일 SNS에 "평상시 같으면 좌우 싸우지 말고 통합정신으로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 지당하고 백번 옳지만, 12·3 내란사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며 "'우'도 문제지만 '좌보고 니는 잘했나' 이런 양비론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정의는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SNS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상계엄과 내란이 무슨 일이고, 왜 벌어졌는지, 누구 때문이고,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 묻고 싶다"라며 "그냥 살던 대로 살라, 당신 좋아했던 팬들 마음 무너뜨리지 마시고"라고 했다.
이에 나훈아는 12일 공연에서 이에 대해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회의원인지 무슨 도지산지 잘 들어라. 제가 속에 있는 얘기를 안 하고 다녔습니다만 제 속에 있는 얘기를 오늘 마지막 공연이니까. 좀 해야겠다"면서 "안 그래도 작은 나라가 반이 잘려 있는데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나훈아는 "내게 1년만 시간을 주면 경상도 출신은 전부 전라도 가서 국회의원 나와라. 전라도 출신은 전부 경상도 가서 국회의원에 나와라. 그렇게라도 해서 동서화합이 돼야 한다. 우리 후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안 된다. 지네나 똑바로 하지 어따 대고 어른이 얘기하는데 XX 하고 있나. 지금 갈라치기 하고 있는데 갈라치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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