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밉지 않은 야심이다. 배우 이서환의 '자칭' 야심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였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연출 황동혁)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2 이서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시즌 1에선 성기훈의 친구 박정배로, 시즌 2에선 390번 참가자 박정배로 '오징어 게임'에 다시 합류한 이서환은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고, 예상도 했지만 얼떨떨하다. 호불호가 나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보시고 재밌어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고 공개 소감을 전했다.
시즌 2에선 참가자로 성기훈과 함께 게임에 참여하게 된 이서환은 "감독님 말씀이 이해가 가더라. 작품이 잘 될 줄 모르고 캐릭터들을 다 죽여버렸다. 근데 찾아보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있고, 연결선을 주고 싶었는데 찾아보니까 제가 있던 거다"며 "어떻게 보면 억지로 쓰인 거 같긴 한데 그래서 시즌 2에 참여할 때 결을 유지하되, 제가 갖고 있는 책임이 얼마나 큰 지를 깨달아서 그 부담감을 내려놓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서환은 "제가 그동안 작은 역할들을 많이 맡았었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할은 아니었다. 주인공의 심리변화나 감정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안 해본 건 아닌데 기회가 많진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기회가 왔을 때 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있을 것 같았다. 그걸 느끼는 순간 제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아서 하던 대로 결을 유지하려고 못 들은 척하느라 애를 썼다"고 털어놨다.
시즌 2에 참여하게 된 이서환의 마음은 그야말로 '갈팡질팡'이었다. 이서환은 "맨 처음 시즌 2가 나온다는 광고를 보고 친구들이 '너 나오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에휴 내가 왜 나가.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라고 했었다"며 "근데 집에 갔는데 잠이 안 오더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아니야. 날 왜 불러'라는 생각이 천사와 악마가 얘기하는 것처럼 귓가에 들렸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처음 캐스팅 연락을 받았을 땐 '와 씨!' 싶었다. 근데 대본을 읽었더니 분량이 너무 많더라.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설레발치다가 욕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오징어 게임2 이서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서환이 시즌 2의 박정배에게 가장 먼저 떠올린 모습은 '루프탑 코리안'(Rooftop Koreans)이었다. 이는 1992년 LA폭동 당시 LA한인타운을 지키던 이민자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이서환은 "정배의 첫 번째 모델은 '루프탑 코리안'이었다. 딱 제 모델이었다.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보면서 연구했다. 기사도 찾아보고, 그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봤다. 우리가 알던 아저씨들이 아니라 정말 멋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배는 해병대 출신 인물이다. 다만 스스로 방위병임을 실토한 이서환은 "시즌 1 때와 캐릭터의 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기훈이는 달라졌기 때문에 저까지 달라지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 저는 1편에서 성기훈에게 보여줬던 철없음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며 "사실 제일 신경 쓴 건 총격전이었다. 제가 실제로 방위병 마지막 기수였다. 총을 잡아본 적이 훈련소 때였나. 심지어 저는 행정병이었다. 자세가 나오게끔 연습을 하고자 했다. 총을 잡았을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아파트 뒤에 가서 혼자 핸드폰 세워놓고 촬영하면서 영상들과 비교해 보면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서환은 "유튜브를 제일 많이 봤다.
견착하는 자세, 상대를 제압하는 자세, 어떤 구호를 외치는지도 제가 다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취재진이 "황동혁 감독의 반응은 어땠냐"고 묻자 이서환은 "감독님이 모른다. 생각해 보니까 모르네? 이 내용을 꼭 고딕체로 써달라"고 연신 강조했다.
다만 박정배는 시즌 2에서 성기훈의 뒤를 지켜주다 결국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에 이서환은 "단언컨대, 저는 죽고 싶지 않았다"고 한껏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총알이) 빗맞길 바랐다. 어떻게든 시즌 3에 장기라도 빼는 식으로 나오고 싶었다. 근데 전광판 마름모에서 불이 꺼지더라. '안 나오겠구나' 싶었다"고 농담했다.
오징어 게임2 이서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생활밀착형 캐릭터부터 의리파 면모까지 보여주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이서환은 "사실 제가 굉장히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캐스팅을 보면 다들 어디서 단독 주연을 해도 되는 사람들이지 않냐. 근데 제 비중이 꽤 크기 때문에 오히려 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랑은 예상 못했다. 제가 사랑받나? 정작 난 친구가 없는데. 주목 정도는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시고 좋아해 주실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고 웃었다.
또한 이서환은 "한 달 정도 전에 제 SNS 팔로워가 2000명이었는데 지금은 4만명이다. 만 단위로 올라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제 유튜브 영상 링크를 걸어두면 많이들 봐주시더라"며 "평소엔 조회수가 5, 600회 정도였는데 지금은 2400회 정도 된다. 아직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되긴 했지만 1년 뒤엔 좀 벌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높아진 인기와 화제성만큼 고민도 늘어났다. 이서환은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하지 않냐. '오징어 게임'은 저에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양날의 검"이라며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니라 대본이 들어오는 만큼 책임감이 늘어났다. 인지도가 늘어난 만큼 행동도 조심해야 하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 무게감도 주어질 것이다. 그게 양날의 검이 된 거다. 풍경도 달라졌지만 그것만큼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서환은 "이번 기회에 인지도를 이용해서 하고 싶은 게 있다. 저에게도 기훈이 같은 친구가 있는데 노래 커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혼비여비 테레비'라는 채널인데 구독자가 늘지 않을까 싶다"며 "올해 수입도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차곡차곡 잘 모아서 제가 작가로서 쓴 연극 무대를 내년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서환은 "제가 야심이 있다. 평소엔 티를 안 낸다. 하지만 기회가 됐으니 발톱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지금이 젤 뜨거운 시절인데 그 뜨거움을 느끼고 싶진 않다. 제가 해왔던 걸 못하고 다른 걸 할 것 같다. 소위 '어깨 뽕' 들어간 연기를 할 것 같다. 제 야망을 위해서 더 멀리 보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