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2'에서 극 중 대사를 두고 베트남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징어게임 2' 외에도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타국에 민감할 수 있는 표현을 써서 해외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K-콘텐츠도 표현에 신중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베트남 기관지 라오동 등에 따르면 현지 영화국은 "'오징어게임 2'가 베트남 영화법에 저촉됐는지 검토·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규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대사는 극 중 강대호(강하늘)가 "아버지가 남자다워지라고 해병대에 보냈다.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용사셨다"고 하자, 박정배(이서환)가 "아버지가 대단하신 분이네"라고 치켜세운 부분이다.
이에 베트남 누리꾼들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을 훌륭한 인물로 평가한 것은 잘못됐다", "베트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오징어게임 2'를 보지 말자" 등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이 대사가 베트남전을 찬양하는 건 아니었다", "배려가 부족했을 뿐인 것 같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박정배를 연기한 배우 이서환은 지난 6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을 언급한 바 있다. 이서환은 "우리나라 기준에서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다는 것이 훌륭한 일이라는 대사다. 다만 베트남 분들은 마음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 책임이 느껴졌다. 대사 한 줄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방영했던 tvN '작은 아씨들'도 베트남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논란에 휩싸이고,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상영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극 중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자 사조직 정란회를 세운 원기선 장군이 전쟁에서 무공을 세웠다고 묘사한 것, 또 다른 참전군인이 "한국 군인은 1인당 베트콩 20명을 죽였다" 등의 대사를 한 것이 베트남인들의 반발을 샀다.
SBS '라켓소년단'에서는 극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한세윤(이재인)이 열악한 현지 숙소를 제공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한세윤이 승리를 거두자 인도네시아 팬들이 야유를 보내는 장면도 담겼다. 이에 일부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은 이러한 장면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특정 국가나 선수를 경멸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한 장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JTBC '킹더랜드'는 아랍 문화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아랍 왕자 사미르(아누팜)가 여성들과 술을 즐기고 처음 만난 천사랑(임윤아)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의 묘사가 비판을 받았다. 이에 '킹더랜드' 측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제작진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러한 일들이 K-콘텐츠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 좀 더 해외 시청자를 배려하고 표현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영화나 드라마 등 한국 작품들이 더 이상 한국인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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