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박규영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작품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위트홈' 시리즈, '셀러브리티', '오징어게임 시즌2, 시즌3'까지 넷플릭스 작품에 여럿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에 대해 "부끄럽긴 하지만 딸 맞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며 웃었다.
박규영을 SNS 팔로워 수 366만 명 이상 도달하게 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그렸다.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달 26일 공개됐다.
박규영은 극 중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유한 군인 출신 탈북민 강노을 역을 맡았다. 돈을 모아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는 것이 유일한 목표로,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박규영은 "이게 모성애라고 칭해지긴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자신한테 소중한 것, 자기 몸의 일부이기도 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런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생각했다. 시즌2에서는 '그 감정에 다 공감해 주세요'라기보다 '이런 상태와 에너지로 사는 사람입니다'라고 약간 소개해 드린 정도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서 좀 더 디테일한 감정들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노을은 핑크색 토끼 인형옷을 입고 퍼레이드를 하던 중 놀이공원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박경석(이진욱)의 어린 딸 나연을 만나게 된다. 박규영은 "나연이와의 스킨십은 제가 조금 더 의견을 드린 부분이었다. 놀이동산에서 나연이가 저한테 토끼랑 아기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주는데, 그런 소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아기랑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좀 그려주셨으면 어떨까 의견을 드렸다. 그리고 병원에 찾아가서 진짜 조심스럽게 한번 나연이의 손을 잡아보는데, 그것도 제가 연기하는데 의견을 드렸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실 강노을의 진짜 정체는 '오징어게임'에서 탈락한 참가자들을 사살하는 세모 진행 요원이다. 박규영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된 다음에 대본을 봤는데 진행 요원으로 캐스팅이 됐다. 핑크 가드라고 얘기를 못하니까 친구들이 '왜 너는 초록색을 안 입냐. 사진이 왜 없냐. 아 너 경찰이구나' 하더라. 이제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며 "유튜브에서 해외 리액션을 봤는데, 시청자분들이 제가 트레일러에 탑승해서 11번까지 걸어가는데 모르시다가 딱 세모 가면을 쓰자마자 그때부터 '와' 하면서 놀라시더라. 그런 반응들이 너무 재미있다. 친구들도 진짜 상상도 못해서 '야 너 진짜 가면이었냐' 이러면서 놀랐다"고 주변 반응을 이야기했다.
진행 요원으로 합류하기 전에 나연이 줬던 그림을 불태우는 장면에 대해서는 "그 게임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참가자로 참가를 하든 가드로 참가를 하든 모든 걸 뒤로 하고 가지 않으면 그곳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워낙 무자비한 것들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고 저는 노을이 한 번 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반에 성기훈이 남남북녀 사무실에서 내려올 때 제가 올라가면서 스치는데 제가 한 번 슬쩍 본다. '저 사람 그때 봤던 사람인데'라는 걸 살짝 보여드린다. 한 번 참가를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이미 경험한 사람이다. 내가 여기서 다시 참가를 한다면 진짜 모든 걸 다 뒤로 한 채 '이건 진짜 마지막 기회다. 마지막 삶에 대한 기대다'라고 생각을 해서 그 그림을 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성이 없는 무자비한 살육의 공간에서 강노을은 탈락한 참가자의 머리를 쏘거나,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참가자를 확인사살함으로써 고통 없이 보내준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부대장(박희순)을 비롯한 장기 밀매를 주도하는 요원들과 갈등을 빚는다. 박규영은 "사실 어떠한 형태로든 죽인다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노을은 자신의 업무가 '아무런 삶에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편히 쉬게 해주는 일이다'라고 정보를 들었을 테고 그렇게 이해를 했을 거다. 그리고 자신마저 자신과 게임 참가자들이 같은 입장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노을은 대단한 저격수라 그냥 한 번에 즉사하게끔 저격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뭔가 삶에 대한 희망이 없고, 어떤 가능성도 없다면 쉬게 해 주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노을은 사는 것과 살지 않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인물인 것 같다. 죽는다는 게 노을한테 큰 의미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노을은 246번 참가자로 게임에 참여한 박경석과 재회한다. 박규영은 극 중 이진욱과 많이 엮였던 부분에 대해 "사랑이라기보다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어떤 대상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어떤 작지만 굉장히 단단한 연민, 사람에 대한 감정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박규영은 박희순, 이진욱을 제외하면 다른 인물들과 거의 접점이 없었다. 그는 "다들 되게 친하게 지내셨다. 삼삼오오 모여서 많은 선배님들, 배우분들 계신데 그 안에 또 이렇게 나누어진 그룹이 있지 않나. 이렇게 각자 다 친하게 지내시더라. 그런데 저는 촬영장 구경 가면 아무래도 좀 접점이 많이 없다 보니까 '힘드시겠지만 너무 재밌겠다' 이런 생각을 혼자 살짝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게임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가서 구경도 했다며 "단순히 궁금해서 가기도 했고 세트장 좀 구경하러 가기도 했다. 그리고 제가 그 신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저도 사실 거기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인물이니까 각자 참가자들이 어떤 감정을 쌓아가는지는 저도 봐야 될 것 같아서 매일은 아니지만 가서 잘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이 게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박규영은 "시즌1을 보고 제가 추리닝 굿즈가 있었다. 넷플릭스 굿즈 좀 구해가지고 나도 받으면 안 되냐고 할 만큼 그 추리닝을 입어보고 싶었다. 실제로 이렇게 촬영하시는 거 보니까 되게 재미있어 보이더라. 그런데 또 막상 핑크 가드도 되게 옷이 멋있더라"라고 말했다.
수많은 추억의 게임들 중 박규영의 추억을 상기시킨 게임은 무엇일까. 박규영은 "땅따먹기다. 제가 93년생이고 제 세대까지 아는 게임일 것 같은데 땅따먹기를 했던 기억이 있고 공기놀이도 학생 때 많이 했었다. 게임 참가자분들은 그런 게임을 좀 연습하면서 쉬는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또한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며 "저는 운동 신경이 별로 좋지 않다. 비석치기 이런 거 잘 못한다. 그래서 제가 만약 게임에 참가했다면 2라운드에서 탈락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은 진짜 명확하시고 정확하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그리고 가시려고 하는 지점이 정말 명확하셔서 그 많은 스태프 분들과 배우분들이 혼란스럽거나 힘들 겨를 없이 정말 즐겁고 재밌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명확한 디렉션 덕분에 심지어 촬영이 일찍 끝난 경우도 되게 많았다. 그러기가 진짜 쉽지 않은데 명확하게 딱 가는 지점이 정확하다 보니까 일찍 끝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규영은 핏기를 쫙 뺀 표정, 낮고 무미건조한 말투와 총기 액션으로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감독님이랑 톤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결과 그 정도로 낮고 사람인데 약간 사람의 정서가 느껴지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 캐릭터를 하는데 적절한 방향일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때는 자연스럽게 그냥 툭 치면 그런 목소리가 나왔는데 지금 보니까 되게 낮다"며 웃었다.
또한 '오징어게임 시즌2'에 쏟아진 엇갈린 평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견뎌야 되고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그냥 몫인 것 같다"며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주신다는 것 자체가 되게 유의미하고 감사한 일 같다. 그래서 그건 당연히 견뎌야 되고 감사해야 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규영은 "크게 봤을 때 '오징어게임'이라는 시리즈 자체가 엄청 큰 관심을 많이 주시니까 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도 워낙 많고 이야기도 크다 보니까 여기서 가장 배운 점은 박규영이 박규영 중심으로 이렇게 딱 잘 잡고 있는 것을 평소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기서 좀 더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시즌3 공개를 앞두고 "굉장히 흥미로운 게임들이 진짜 많이 나온다. 그런 부분들이 새로우실 것 같고 기다려 주신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밌으실 것 같다. 그리고 시즌2에서 궁금하셨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다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대를 더했다.
또한 현재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를 통해 임시완과 재회한다. 박규영은 "임시완 선배님의 팬이기도 했고 연기를 보면서 배우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는데 진짜 호흡을 맞춰보니까 정말 좋았다. 그래서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친해졌다고 생각을 하고,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많은 부분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오징어게임 시즌2' 이런저런 스케줄 현장에서 만나니까 괜히 맘 붙일 것도 생기고 좋더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규영은 2025년 계획에 대해 "제가 막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 전력 질주를 하고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약간 처음으로 이렇게 숨 쉴 시간이 생겨서 올해는 좀 더 숨 쉬면서 뒤돌아보고 취미 같은 것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보고, 기회가 된다면 여행도 한번 해보고 싶고, 그 와중에 또 좋은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것도 다 잘 하고 싶다. 좀 더 거창한 건 없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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