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왜. 왜 하필 탑이었을까? '오징어 게임2'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연출 황동혁)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로, 총 7부작이다.
앞서 지난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총 누적 시청 시간은 22억 시간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하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특히 지난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이정재, 박해수, 위하준, 정호연 등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시즌2 등장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그러나 시즌2 캐스팅이 공개된 직후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문제의 출연진은 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이다. 탑은 지난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황동혁 감독은 탑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최승현이 이 역할에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뜻을 전했다.
황동혁 감독의 자신감과 고집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징어 게임2' 속 탑의 모습과 그가 맡은 은퇴한 래퍼 타노스의 평행이론 때문이었을까. 극 중 230번 참가자 타노스는 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으로, 약쟁이 설정까지 가미됐다. 실제 마약 논란으로 세간에 물의를 일으킨 탑과 맞닿아있다. 황동혁 감독은 이러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와 탑의 마약 전과가 적합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타노스 캐릭터 자체에 시청자들이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도박 빚을 가진 모자(母子), 미혼모, 코인 투자 실패 등의 사연을 가진 현실적인 캐릭터인 반면, 타노스는 대부분의 대사를 랩으로 소화하는 비일상적인 캐릭터다. 현실에서 누군가 "내 랩으로 인류의 절반을 죽이겠다"고 자기소개를 한 뒤 "푸르뎅뎅, 녹색 빛깔, 내게 밝혀 줘. 그린 라이트"(실제 대사)라고 랩 플러팅을 한다면 기겁하고 도망칠 것이라 확신한다.
단순히 캐릭터 설정만이 비호감적인 요소는 아니다. 이를 연기하는 탑 역시 온전히 캐릭터를 입지 못했다. 탑은 높은 연기 톤과 과한 표정, 몸짓 등으로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더더욱 비상하게 만든다. 과거 탑이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 그의 중저음과 특유의 발음은 큰 매력 요소 중 하나였으나, 연기적으로 봤을 땐 탁한 발성이 오히려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앞서 비공개로 진행된 '오징어 게임2' 기자 시사에선 탑의 등장과 함께 현장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타노스가 랩 플러팅과 약쟁이 연기를 할 땐 실소가 이어졌다.
황동혁 감독은 "작품이 나오면 다시 한번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양쪽 모두에게 '제로섬 (zero-sum)', 혹은 마이너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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