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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 강풀, '사람 냄새' 나는 작가 [인터뷰]
작성 : 2024년 12월 26일(목) 12:04

조명가게 강풀 작가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강풀은 '사람 냄새' 나는 작가다. 강풀 작가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감동을 선사한다.

귀신, 사후세계 등이 등장하는 호러 미스터리 장르 '조명가게'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핵심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극본 강풀·연출 김희원)는 원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들의 배경과 전사를 표현하면서 후반부 감동을 극대화했다.

강 작가는 "만화 연재할 때 약간 좀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주 2회 연재를 했다. 월, 목 연재를 했었고 그릴 때도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시간에 쫓기니까 미처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고, 항상 끝나고 나면 뭔가 이렇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때 이걸 좀 더 풀어볼걸. 아니면 이야기를 좀 더 해볼걸' 이런 아쉬움이 남는데 제가 그때 다 못해서 아쉬웠던 부분을 '조명가게' 극본을 쓰면서 스토리를 다 풀어서 이제는 아쉬움이 없다"고 밝혔다.

'조명가게' 후반부에는 눈물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한다. 강 작가는 "앞부분은 호러 장르로 가져가고 뒷부분에 풀어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조명가게'는 분명히 신파가 맞다. 그런데 신파라는 게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신파를 되게 좋아한다. 저는 신파가 가장 근본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잘 만든 신파는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잘 만든 신파를 하고 싶고 피해 갈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느닷없이 인물들이 울고 우는 거 보고 따라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앞부분에 보여야 그 슬픔이 공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앞부분에서 호러라는 장르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보여준 다음에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내용이 후반부에 담긴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강 작가는 "뒤에 무슨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앞부분이 재미없어서 시청자분들이 떨어져 나가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감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래도 하고 싶었다. 저는 어쨌든 전체를 봐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봐야 하는 사람이어서 그 부분을 포기 못 했다"며 "디즈니가 고마운 이유가 그거다. 이런 문법의 이야기를 다른 플랫폼에서 받아줄까, 제작 단계부터 접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솔직히 했었다. 왜냐하면 일단 전개 방식이 친절하지 않고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4회 말미에야 알 수 있는 거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얘기는 후반부에 있으니까. 하지만 저는 전체를 보면서 이 이야기를 관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명가게'는 디즈니+ '무빙'에 이어 강 작가의 두 번째 시나리오 작업이었다. 강 작가는 "'무빙' 극본 작업이 끝나고 나서 다음 극본은 무조건 '조명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편하지는 않더라. 지금은 적응했는데 처음에 '무빙' 할 때는 뭘 모르고 시작했지 않나. 시나리오 문법도 모르고 이번 '조명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인 시나리오랑은 좀 다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던 게 김희원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서 조금 표현이 간결해졌다. 감독님과 충분한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좀 적응은 됐다. 처음에는 이걸 쓰면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감도 안 오더라. '한 페이지가 2분 정도다' 이런 것도 모르고 썼다가 이제는 조금씩 알게 돼서 적응은 했는데 여전히 극본 쓰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만화 그리는 것과 극본 쓰는 것은 둘 다 차이점은 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희원 감독에 대해서는 "제가 처음부터 연출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무빙' 현장에서부터 눈여겨 봤다"며 "제가 처음에 '무빙' 현장 갔을 때가 정원고등학교 신이었다. 선생님이니까 반 학생들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앉혀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걸 보면서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감독님이 정서적인 부분이 저랑 되게 잘 맞았다. 서로 의견이 달랐던 점은 많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명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했기 때문에 배우들을 이해할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을 원했다. 감독님도 저도 항상 우리가 얘기할 때 '그렇다면 현민은 지금 무슨 생각일까', '지영이는 무슨 생각일까' 이런 얘기를 많이 했고 저는 이야기를 끌어가고 감독님은 장면을 만드는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는 김 감독을 믿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되게 오래했지 않나. 저는 베테랑 만화가였고 감독님은 베테랑 배우였고. 저는 작품 2개 쓴 신인 작가고, 감독님도 신인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같이 맞춰 나가는 장면도 많았다. 저는 어떤 기술력을 요하는 건 스태프들의 영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그걸 결정하고 그 장면을 만들어내는 결정을 하고 선택하는 분이다. 우려는 사실 없었다. 크랭크인 직전까지 우리는 정말 프리 프로덕션을 열심히 했다. 점점 신뢰가 가더라"라고 말했다.

조명가게 강풀 작가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극 중 '조명가게' 사장 정원영(주지훈)은 "어디나 다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란 대사를 한다. 등장하는 귀신들도 일반적인 호러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징그러운 모습도 없다. 강 작가는 "계속 사람으로 사는 것,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고 그런 세상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제가 처음에 감독님과 '조명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귀신이란 존재를 혐오스럽게 표현하지는 말자. 기괴한 것까지는 괜찮지만 혐오스럽고 징그럽게 표현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점프 스케어도 최대한 자제하자'고 했다. 그러니까 감독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주문이었다. 그런데 저는 앞부분 1, 2화에 집중적으로 나온 귀신을 절대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가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다. 그냥 똑같은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고 그 사람들이 더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조명가게'의 마지막에는 '무빙' 등장인물인 장희수(고윤정)와 강풀 원작 웹툰 '타이밍' 속 시간 능력자 김영탁(박정민)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세계관 연결과 확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작가는 "'강풀 유니버스'라는 말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작품이 한 3~4개는 나와야 유니버스인데 이제 겨우 달랑 2개 나와놓고 뭐라고 하기가 좀 민망하다"며 "제가 만화를 많이 그려놨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가 여태까지 만화 그려놓은 거 다 풀려나 보다. 그런데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모르지만 저는 이제 그 길을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어서 하게 된다면 그쪽 이야기도 계속 풀어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배성우가 맡은 양성식 형사의 추후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잘 되면 나와야죠"라며 웃었다. 강 작가는 "'조명가게' 끝나고 나서 '무빙' 시즌2도 하고 솔직히 잘 돼서 '타이밍'도 해보고 싶은데 이쪽 일은 정말 모르는 거더라. 내가 만화를 그린다면 '나 내년에 만화 들어가서 바로 그릴 거야'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데 이쪽은 제작 시스템이고 하니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 마음은 이제 겨우 2개 쓴 신인 작가지만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만약에 진짜 가능하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빙'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무빙' 시즌2 제작을 확정한 상태다. 기존에 있던 웹툰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인지 묻자 강 작가는 "지금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무빙' 시즌1에 이미 쿠키가 있고 어느 정도 '무빙' 시즌2를 위한 떡밥을 충분히 깔아놨다. 시청자분들은 이게 떡밥인지 뭔지 모르는 게 충분히 있다"며 "시즌2는 아직도 구상 단계다. '무빙' 시즌2라는 건 아직 만화로 나온 적이 없다. '브릿지'라는 것만 있다. 그런데 '브릿지'는 말 그대로 '타이밍'이라는 이야기가 선결이 돼야 나올 수 있는 것이어서 '무빙' 시즌2는 아마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강 작가는 만화를 그릴 때 실존인물의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해 "다 허가받고 쓴다"며 "저는 제 주변 사람들 실명을 갖다 쓰는 편이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사람 이름을 '그'나 '그녀'라고 쓰면 진도가 안 나가더라. 이름을 분명히 지어줘야만 가는 게 분명히 있다. 장편 만화를 한 13편 하다 보니까 한 3~4편대부터는 이름이 떨어지더라. 이름 짓기도 귀찮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 이름을 다 갖다 썼다. 절대 허락 없이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화를 그릴 때 사람 간의 관계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강 작가는 "제가 이제 그림도 잘 못 그리는데 이야기까지 거지 같으면 안 되겠더라"라고 겸손함을 보이면서 "그래서 스토리를 많이 팠다. 하면서 점점 느끼는 게 뭐냐면 '결국 이야기는 이 안에 있는 등장인물이 이끌어 나가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사실 사건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다. 소재는 곧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면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뭘까 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야기가 정말 중요한 건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만화로 치면 독자들이 이 사람을 완전히 받아들였을 때는 이야기가 재밌고 이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걸 체득하면서 알게 된 거고 지금도 가장 중요한 게 사건이나 재밌는 설정은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좋은 이야기가 아니고,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를 떠나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안 되더라. 그래서 항상 사람에 신경 쓰고 또 사람이란 혼자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에 집중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든 이야기의 모든 장르에는 거의 멜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무빙'도 멜로로 접근했고 사실 '조명가게'도 멜로로 접근을 했다. 사람, 남녀 간의 관계"라며 "제가 좀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착하다는 걸 좀 믿고 있다. 그래서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가 좋더라. 저도 해피엔딩을 좋아하고 '무빙' 할 때 그랬다. 누가 '이게 내용이 뭐야' 물어보면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야'라고 얘기했었고, '조명가게'도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이 착하지 않나. 저는 그런 게 저한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그동안 만화 '26년'을 비롯해 미스터리심리썰렁물 '아파트', '이웃사람', '타이밍', '어게인'과 강풀액션만화 '무빙', '브릿지', 강풀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수많은 작품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자랑한다. 그는 "제 웹툰 독자들은 많이 기다려 주신다. 제가 이제 20년을 넘게 하다 보니까 '뭐 이렇게 재미없어' 이래도 한 10년 넘은 시점부터는 '그래도 기다려 봐'가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저는 신인 작가이지 않나. '뭐야 무서워. 안 봐. 무슨 얘기하는 거야' 하는데 예전에 제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와서 이렇게 진정시켜주는 걸 보면서 되게 뿌듯하고 행복했다. '강풀은 원래 스타일이 저래' 이렇게 변호해 주는 만화 독자분들이 계시는 걸 보면 요즘 맨날 검색하다 보니까 '내가 정말 헛산 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하고 독자분들한테 되게 고맙더라"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작가는 "제 관심사는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행복하고 싶다', '아이들을 어떻게 잘 키우지' 이런 생각 말고는 저는 되게 삶이 심플한 것 같다. 집과 다과 그것밖에 모르고 술은 최근에 이제 맛 들려가지고 그러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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