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왜 탑이었을까. 황동혁 감독의 선택은 끝내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리라.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연출 황동혁)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지난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의 후속편이다. 총 7부작.
작품은 시즌1의 엔딩으로부터 출발한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은 성기훈은 참가자들의 목숨값인 456억원으로 다시 딱지남(공유)을 찾아나선다. 같은 시각, 친형 황인호(이병헌)를 만나기 위해 황준호(위하준)도 게임이 진행되는 문제의 섬을 떠올리려 애쓴다.
마침내 다시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은 456번 참가자로 돌아와 이 모든 것을 멈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기대하는 요소들 중 하나는 매 라운드 진행되는 추억의 놀이들이다. 게임이 시작되며 황동혁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빛난다. 시청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1라운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등장한 뒤 2라운드부터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성기훈은 이전 게임을 떠올리며 2라운드로 달고나를 예상하지만,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5인6각 릴레이 게임이었다.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제기차기로 구성된 2라운드 릴레이 게임은 팀전으로 이어지며 추억 소환과 함께 '목숨을 건 협동'이라는 점에서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그 시절 운동장처럼 알록달록한 게임장 속 가차 없이 날아드는 총알과 흥건한 핏자국들은 아이러니한 재미를 준다.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무한궤도의 곡 '그대에게' 역시 반전 매력을 준다. 3라운드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 게임도 회전목마와 함께 그 시절 추억을 부른다. 발랄한 음악과 상반되게 울려퍼지는 총성은 생존 게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게임이 진행되며 그 안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참가자들의 심리는 세밀하게 그려진다.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이들부터,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이들,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들까지. 456명의 참가자들이 가진 인간성은 적나라하고, 디테일하게 전달된다.
다만 성기훈이 문제의 게임에 다시 참여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약 3회에 걸쳐 성기훈이 그동안 딱지남을 어떻게 추적해 왔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지 보여준다. 그의 간절함과 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앞서 시즌1에서 주요 인기 요소 중 하나였던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기까지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또한 섬에 입도한 뒤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역시 큰 몰입감을 주지 못한다. 성기훈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임에 참가하는 이들부터 황준호, 노을(박규영) 등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많은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반면, 러닝타임은 한정돼 있으니 전개가 더뎌진다. 더불어 매 라운드가 끝나고 게임 진행 여부 찬반 투표도 꽤나 긴 분량을 할애한다. 군중 심리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눈길을 끌지만, 투표 장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흐름이 늘어진다.
가장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이다. 시즌2에선 기존 등장인물인 성기훈, 프론트맨, 황준호 등을 비롯해 333번 이명기(임시완), 388번 강대호(강하늘), 222번 김준희(조유리), 007번 박용식(양동근), 149번 장금자(강애심), 120번 조현주(박성훈), 246번 경석(이진욱), 390번 박정배(이서환) 등이 새롭게 대거 투입됐다.
시즌1에선 상우(박해수), 일남(오영수), 새벽(정호연), 알리(아누팜) 등이 주요 캐릭터로 활약하며 성기훈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나갔다. 시즌 1이 게임 라운드마다 특정 인물에게 에피소드를 부여했다면, 시즌2는 모든 순간 여러 에피소드가 부딪힌다. 무엇보다 시즌1 만큼의 매력적인 캐릭터도 부족하다.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조현주의 존재감이 그나마 눈길을 끌지만, 전체 흐름 속 분량을 봤을 땐 미미하다.
설상가상으로 탑(본명 최승현)을 고집했던 황동혁 감독의 선택에 대한 의문점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은 앞서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탑을 캐스팅하며 논란이 일자 "개인적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린 결정"이라며 "저희가 왜 이 작품을 이 배우랑 해야만 했는지를 결과물로서 기자분들과 시청자 분들에게 보여주는 수밖에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개된 '오징어 게임2'에서 래퍼 타노스(230번)의 모습은 '굳이'의 연속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생존 게임에 참가한 이들의 모습 속 탑이 연기하는 타노스는 연기 톤부터 대사까지 전혀 작품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노스의 대사 약 80%는 랩이다. 자기소개부터 다른 참가자들에게 말을 걸 때도 랩을 한다. 타 등장인물들이 모두 땅에 발을 붙인 현실적인 캐릭터인 만큼, 타노스의 모습은 섞이지 못한 채 홀로 붕 떠 있다. 심지어 탑은 매 장면 과장된 몸짓과 표정,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고개를 움직이며 정신 없는 한 마리의 수탉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마약 설정까지 덧붙였으니 만약 실제 탑의 전과와 맞물려 어떤 경종을 울리려는 역설법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44번 선녀(채국희) 역시 마찬가지다. 성기훈을 향해 악담을 퍼붓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뜬금없이 천지신명의 말을 옮기며 흐름을 깬다. 경고의 의미나 긴장감 조성에 대한 역할은 전혀 없다. 대사 속 숨겨진 개연성이나 어떠한 활약도 없다. 일상 캐릭터들 사이 톤이 높은 무당 캐릭터 역시 타노스와 마찬가지로 섞이지 못한다.
느린 전개에 이어 3개의 게임을 거치면 성기훈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당초 시즌3까지 예고된 바, 시즌2는 캐릭터들이 감춰놓은 민낯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막을 내린다. 시즌 1이 꽉 채운 이야기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보여줬다면, 시즌2는 느린 '기-승'부터 짧은 '전', 다시 긴 '결'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게임 장면은 흥미를 부른다. 과연 시즌 1이 일으켰던 '오겜 신드롬' 처럼, 시즌 2 역시 'K-전통놀이'와 함께 새로운 등장인물들 역시 사랑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징어 게임3'는 내년 중 공개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