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25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내고 싶고, 우승도 더 하고 싶어요. 2승 이상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화수분처럼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24시즌 가장 빛난 루키는 유현조(19, 삼천리)였다. 올해 신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차지했고, 생애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빛나는 루키 시즌을 보낸 유현조는 이제 더욱 빛날 2년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유현조는 "내년에는 1승이 아닌 다승을 하고 싶다. 또 두 자릿수 상금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라며 2025시즌 포부를 밝혔다.
유현조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다. 지난해 10월 태극마크를 달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달에는 KLPGA 정회원 선발전에 3위로 합격하며 프로로 전향했고, 11월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는 5위를 차지하며 2024시즌 KLPGA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아시안게임부터 정규투어 시드 획득까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질주한 유현조였지만, KLPGA 투어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유현조는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야 첫 톱10(공동 8위)을 달성했지만, 다음 대회인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는 첫 컷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유현조는 "(주위의) 기대도 기대지만, 잘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며 "대회 초반이나 중반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무너졌던 기억이 있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독이 돼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유현조가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 하는 모습 / 사진=팽현준 기자
그러나 유현조가 감을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7월 롯데 오픈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하며 시즌 두 번째 톱10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1타 차로 연장전에 가지 못했지만, 유현조에게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유현조는 "롯데 오픈부터 '나도 이렇게 하면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여유 있게 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경기를 했다. 긴장감 안에서 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기대했던 첫 승은 시즌 네 번째 대회인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나왔다. 성유진, 윤이나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우승 경쟁을 이겨내고 '메이저 퀸' 타이틀을 획득했다. 대회가 열린 블랙스톤 이천GC는 KLPGA 투어 대회장 가운데서도 난코스로 손에 꼽히는 곳이었지만, 유현조는 1-4라운드 내내 내내 상위권에 자리한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이라이트는 최종 라운드 17번 홀이었다. 성유진에 1타 차로 쫓기던 유현조는 약 18m 거리의 롱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며 우승 경쟁에 쐐기를 박았다. 유현조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당시 버디를 떠올린 유현조는 "내가 생각한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멋있었는데 또 지금 생각해보면 오글 거리는 것 같다"며 웃은 뒤 "인생 버디"라고 말했다.
유현조의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은 2024시즌 신인왕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이기도 했다. 첫 승 이후 신인왕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한 유현조는 10월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을 마친 뒤 일찌감치 신인왕 수상을 확정 지었다.
유현조는 "우승도 기뻤지만, 신인왕이 좀 더 와닿았다"며 "처음에는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신인왕은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는 상이라서, (신인왕을 받고 나니) 신인왕이 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올해 세웠던 목표(우승, 신인왕)는 다 이뤘다.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2024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유현조 / 사진=DB
시즌을 마친 유현조는 행사와 프로암 일정 등을 소화하며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달 KLPGA 대상 시상식 때는 화려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현조는 "그렇게 끌리는 옷을 처음 입어서 너무 불편했다. 많이 힘들었다"며 웃은 뒤 "요즘은 맛있는 것을 먹거나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최근엔 양식이 당겨서 친구들과 먹으러 다니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새 시즌 준비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새해 첫 날 동계 전지훈련지인 뉴질랜드로 떠난다. 유현조는 "올해 파5 홀에서 좀 더 버디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린 주변에서 서드샷이 아쉬웠던 것이 많아서, 어프로치 연습을 많이 하고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시즌 목표도 설정했다. 유현조는 "내년에는 1승이 아닌 다승을 하고 싶다. 메이저 대회에서 또 우승하고 싶고, 두 자릿수 상금(10억 원 이상)을 획득하는 것도 목표"라며 "(주요 타이틀 중에는) 상금왕이 가장 욕심 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해외 투어 진출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유현조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어느 투어로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KLPGA 투어에서 실력을 인증한 다음에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유현조가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팽현준 기자
마지막으로 유현조는 팬들과 스포츠투데이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는데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