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6년을 기다린 결과가 이거라니.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에선 김해일(김남길), 박경선(이하늬), 구대영(김성균)이 남두헌(서현우)의 꿀단지를 오픈하며 마지막 한 방을 예고했다.
지난달 8일 첫 방송된 '열혈사제2'는 이상연(문우진)의 마약 중독 피해 이후 부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구벤저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이날 김해일, 박경선, 구대영을 포함한 구벤저스는 부산에서 임무를 마치고 서울로 복귀, 악의 중심에 서있는 남두헌의 '꿀단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현재 종영까지 단 1회 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열혈사제' 시리즈 특성상 결국 권선징악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다만 엔딩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비단 앞서 호불호가 갈렸던 개그 코드와 분장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체절명 순간에 사용되는 '얼렁뚱땅' 전개 때문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11회에선 김홍식(성준)에게 붙잡혀 마약 주사기와 폭탄의 위기에 빠진 박경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총이 주어진 김해일은 자신과 박경선의 목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희생을 감수하며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그 순간, 'F'가 적힌 흰색 레자 옷을 입고 등장한 김수녀(백지원), 한신부(전성우)가 각각 화투장과 사자후 기술로 주사기를 파괴시켰다. 이들의 숨겨진 정체는 조력자 '파우토'였다.
문제는 개연성이다. 과거 전설의 타짜 '평택 십미호'라는 화려한 이력을 지닌 김수녀의 비밀은 지난 시즌1에 이미 드러난 바 있다. 화투장을 품은 김수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다만 음파 무기에 버금가는 사자후를 연마했다는 한신부의 설정은 헛웃음만 나온다.
무엇보다 '열혈사제' 시리즈는 땅에 발을 붙인 현실 강력 범죄들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만큼, 이들의 어이상실 초능력들은 그저 실소를 안긴다. 앞서 오요한(고규필) 역시 소머즈 급 특이 능력을 지닌 설정으로 등장했으나, 이는 어느 정도 '드라마적' 개연성으로 용인가능한 범위였다.
비행기 문 역시 마찬가지다. 김홍식이 인터폴에게 체포당하는 순간, 별안간 하늘에서 비행기 문이 추락한다. 어떤 개연성도, 어떤 설정도 없다. 한 자리에 모여 해당 뉴스를 보던 구벤저스들은 "세상에 필요한 건, 사적 정의가 아니라 제대로 생겨 먹은 공적 정의거든요"라며 뜬금없이 삶을 고찰하며 교훈을 남긴다.
지난 시즌 '열혈사제' 역시 위기를 타파하는 데 있어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었다. 구벤저스 멤버들은 위기의 순간 뜻밖에, 혹은 숨겨놓은 능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헤쳐나갔다. 태국 왕실 경호원 출신이었던 쏭삭과 타짜 출신 김수녀 등은 적어도 '개연성의 바운더리' 안에 속해있었다.
그러나 시즌2는 어떠한가. 영안실까지 들어갔던 불장어(장지건)가 살아 돌아오고, 한신부가 음파 무기 급 사자후를 질러댄다. 심지어 경찰서장 고마르타(허순미)는 과거사를 설명하며 뜬금없이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 앞에서 새로 온 마약 팀장으로 손가락 인형극을 보여준다.
국내 최고 마약 카르텔을 추적한다는 이들은 없느니 못한 코미디 요소들로 작품의 톤을 한없이 낮춰버린다. 결국 사이다물도, 개그물도 아닌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코미디쇼로 전락하고 만다. 덕분에 시즌1에서 보여줬던 천천히 쌓아 올린 서사들과 마침내 맞이하는 권선징악 카타르시스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6년이나 기다린 '열혈사제' 팬들이 보고 싶었던 건 실없는 개그와 뜬금없는 분장쇼, 황당한 전개가 아니다. 유치함만 남아버린 시즌2는 현 시대를 바탕으로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존재했던 시즌1의 매력마저 퇴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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