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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치밀한 정윤하 [인터뷰]
작성 : 2024년 12월 09일(월) 12:11

트렁크 정윤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정윤하는 끝없이 파고든다. 한 작품에, 한 캐릭터에, 그리고 자신을 끝없이 들여다본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총 8부작이다.

정윤하는 "일단 이렇게 큰 작품에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라 생각한다. 감독님도, 촬영 감독님도, 조명 감독님과 공유, 서현진 선배 모두 다 장인이셔서 제가 참여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이라며 "아직 체감까진 잘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뿌듯하다"고 공개 소감을 전했다.

트렁크 정윤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제작사의 러브콜과 함께 '트렁크'에 합류하게 됐다는 정윤하는 "제작사에서 미팅을 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3회에 걸쳐서 총 12시간 반 동안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나 제 성격, 가치관 등"이라며 "감독님이 대본 리딩도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1부부터 4부까지 대본을 받아서 전부 리딩해봤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준비하는 성격이라 작품에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윤하는 인터뷰 내내 취재진의 질문을 노트에 받아적는 등 꼼꼼한 성격을 보여줬다.

정윤하가 연기한 이서연은 어딘가 뒤틀린 인물이다. 전 남편 한정원(공유)을 향한 집착과 소유욕은 단순히 사랑에 넘어 광기에 가까워진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서연이지만, 내면에 일렁이는 자신의 욕망들을 제어하기 버거워한다.

그런 이서연에 대해 정윤하는 "감독님이 저한테 이미지적으로 캐릭터에 부합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영화 시사회 포토월에 선 걸 먼저 보시고 저에 대해서 찾아보셨는데 그중에 '카지노'라는 작품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다. 그걸 보고 독특한 생각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며 "실제로 만나선 제가 당당하다고 느끼셨더라. 제가 약간 소신이 있는 편이다. 그런 점을 서연이 처럼 당당하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정윤하는 "사실 이서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보니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께 자문을 정말 많이 구했다. 이 사람을 병명으로 진단하면 무엇일지, 어떤 것일지 생각하면서 연결고리들을 채워나갔던 것 같다. 제가 그 사람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면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윤하는 "서연이의 회상신을 보면 임신부였던 기간들이 있다. 그 부분들에 대해 전문의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산중산후우울증과 연결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굉장히 우려했다. 이 캐릭터가 그것과 연결돼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는 서연이가 이후에 저지르는 불법 행위들 때문이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걸 명분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트렁크 정윤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 중 이서연은 한정원을 소유하고 싶어 하면서도, 누구보다 파괴하고 싶어 한다. 그런 한정원에게 계약 결혼 상대로 노인지(서현진)를 지목하며 "내가 주는 상이자 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행동들에 대해 정윤하는 "양가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정원이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증오가 있는 감정이었다. 드러나지 않는 장면들 중에 서연이가 어느 시점부터 뒤틀리게 됐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게 '아이부터 살려주세요'로 설정했다"며 "그때부터 어긋난 소유욕을 펼치게 된다. 앞선 부분이 일반적인 소유욕 정도였다면, 그 시점부터는 과해진 거다. 사랑과 증오가 분리된 거다.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 연극성 장애, 자기애성경계 등 다양한 부분으로 접근했다. 서연이는 30년 동안 정원이를 바라보면서 분출하지 않고 뒤에서만 행동을 취해왔다. 이런 모습 자체가 자기 파괴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또한 정윤하는 "제가 생각한 서연이는 한정원을 소유하기 위해서 결혼도 하고, 임신도 했지만 자신에겐 맞지 않았던 옷이었다"며 "서연이 입장에선 결혼을 한 것이 되려 복잡해진 것이었다. 제도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이서연이 마지막에 원했던 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윤하는 "제가 생각한 서연이는 사랑의 방식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랑을,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적합하지 않은 시기까지 어긋난 열정을 펼친 인물이라고 저 스스로 정의를 내렸다"며 "만약 사랑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다. 마지막에 윤지오(조이건)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랑의 형태가 어떤 건지 깨달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트렁크 정윤하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서연의 뒤틀린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는 베드신이다. 이서연은 노인지에게 흔들리는 한정원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윤지오와 사랑을 나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정윤하는 "감독님과 서연이의 파괴적인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선 자극적인 장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베드신을 포함한 다른 모든 장면들도 저에겐 똑같이 고민이고, 부담이었다. 하지만 서연이의 내면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렁크'를 통해 생애 첫 긴 호흡의 작품을 마쳤다는 정윤하는 "전 작업하면서 오는 기쁨이 크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든 도전해보고 싶다. 다양한 삶과 성격, 인물에 대해서 가능한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며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되는 성취감이 정말 크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다. 연기 결과물을 보면서도 배우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즐거워해야 하는 일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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